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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잇] 매일 5km 달리기 한 달, 삶이 바뀌었다

양성우 | 글 쓰는 내과 의사. 책 <당신의 아픔이 낫길 바랍니다> 저자.

[인-잇] 매일 5km 달리기 한 달, 삶이 바뀌었다
원래 겨울이 되면 이렇다지만 너무 심각해 한숨이 나온다. 당뇨 환자들 말이다. 이번 겨울은 특히 심하다. 내 환자들도 추운 날씨 가운데 위축되니 집에 앉아 따뜻하고 맛있는 음식 먹기에 몰두해 있다. 이런 몸 관리 상태에서 당 수치 조절이 잘 되면 이상하다. 운동을 하며 근육이 붙고 체중이 줄면 당 조절이 수월해지는데 그렇지 못한 상황 탓이다. 운동 좋은 걸 누가 모를까. 그러나 코로나19 때문에 밖을 나가지 못해 운동도 관뒀다는데 뭐라 할 수도 없다.
 
그렇다고 아예 운동을 안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요즘엔 홈트레이닝, 홈짐이 대세다. 밖에 나가 운동할 수가 없어도 집 안에서 유튜브 영상을 보며 전문가를 따라 할 수 있으니 정말 좋은 세상이다. 하지만 마음 한 쪽이 지루해지기도 한다. 운동시설에선 집에서 얻을 수 없는 기쁨도 있다. 지쳤을 때 열심인 남들을 보면서 힘을 내기도 하고, 왁자지껄한 분위기가 내 기분을 고취시키기도 한다. 그런데 집 안에는 나뿐이다. 고독이 운동의 큰 적이 된 셈이다.
 
그런 이들을 위해 나는 야외 운동을 추천한다. 바깥이라고 안전하지만은 않지만 그래도 사회적 거리 두기가 쉽다. 주위에 누가 다가오면 피해 다니면 되고, 남이 만진 물건 접촉할 일도 없다. 수많은 볼거리가 있으니 이어폰 귀에 넣고 운동하면 만사 해결이다. 게다가 요즘엔 미세먼지도 없다. 얼마 만의 맑은 하늘인가. 놓쳐서는 안 될 기회다. 어떤 형태든 좋다. 걷기, 층계 오르기, 등산, 자전거 타기도 된다. 야외에서 하는 운동이 갖는 이점은 분명하다. 코로나19에서 그나마 자유롭고 돈이 안 든다는 것도.
 
그중에서도 특히 달리기를 권하고 싶다. 쉽게 누구나 시작할 수 있고, 성과를 이루며 조금씩 발전해 나가는 자기 모습을 발견하기 좋다. 본인에게 자극을 줄 수 있는 동기부여도 선물세트로 준비되어 있다. 거리, 경사, 기록, 대회 출전 등의 요소들을 조합하면 재미를 발견할 수 있다.
 
나도 요즘 달리기를 시작했다. 한 번도 야외 달리기를 한 적이 없다가 처음 시도했는데 매일 5킬로미터씩 한 달 정도 달리니 여러 긍정적인 효과가 보이기 시작했다. 오늘 글에서는 내가 한 달을 달리고 느낀 점과 평소 생각하던 점을 몇 가지 적어보려 한다.
 
첫째, 종일 신체에 활력이 넘친다.
 
운동이 끝나면 쾌감이 하루 전체를 지배한다. 실내에서 러닝머신 위를 달릴 때와는 다소 다른 느낌이다. 특히나 스포츠 의학적으로도 야외의 크고 작은 변수들이 몸에 자극이 된다. 길에는 보도마다 기울기도 다르고 작은 돌부리도 있지 않던가. 이들이 몸의 수용 감각을 자극 (Proprioception) 하여 운동효과를 극대화한다. 혈관이 확장되고 심장 수축력은 좋아지며 혈색소는 더 많은 산소를 담아 나른다. 심폐력이 좋아지니 혈류 공급도 원활하고, 따라서 활력이 있을 수밖에 없다. “체력이 실력”이라고 아침 달리기가 내 경쟁력을 만들고 있는지도 모르는 일이다.
 
둘째, 긍정적인 태도다.
 
올해 들어 너무 예민해졌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도 있고 의사 파업 등 일을 하며 힘든 일이 너무 많았다. 환자들도 예민한 건 마찬가지다. 경제적으로 위축되고 심리적으로도, 그리고 건강도 올해 다들 안 좋아진 것만 같다. 그런 이들을 대하려니 여간 힘들지 않았다. 그런데 올해가 끝나가는 즈음, 달리기 시작하며 내 태도가 변했다. 일단 화를 잘 내지 않게 되었다. 긍정적 마음이 깊은 곳에서 샘솟는 정도까진 아니더라도 큰 변화다. 주변 상황이 더 나아지지는 않았더라도, 하루하루를 버텨내는데 달리기가 큰 도움이 된다.
 
셋째, 시간이 많이 남는다.
 
운동에 시간에 할애하지만 오히려 시간이 더 남는다. 육체의 영역뿐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좋기 때문이다. 높고 넓게 뻗은 하늘을 보며 달리고 있노라면 생각을 정리하게 된다. 아침에 뛰면 하루를 준비하니 끌려다니지 않을 수 있고, 저녁에 뛰면 하루를 정리하며 반성할 수 있다. 중요한 일에 집중할 수 있으니 운동에 시간을 썼는데도 시간이 남는다. 명상을 위해 따로 시간을 낼 필요도 없다.
 
처음 달렸을 땐 조금만 뛰어도 허벅지 뒤가 욱신거렸다. 안 쓰던 근육을 써서 그랬다. 지금은 조금씩 늘려서 출근 전 가능한 시간 동안 최대한 달린다. 조금씩 한계를 늘려 언젠가 하프 마라톤, 풀코스도 꿈꿔본다. 다만 달리기를 처음 하는 이에게 의사로서 조언을 드리자면 무릎 건강을 한 번 생각해 보길 바란다. 무릎 연골은 소모성 장기이니 한 번 닳으면 돌이킬 수 없다. 달리기를 많이 할수록 무릎은 상할 수 있다. 따라서 허벅지와 엉덩이 근육을 키우며 달려야 하고, 체중이 너무 나간다면 일단 삼가야 한다. 신발도 중요하고, 달리는 길도 너무 딱딱하면 나쁘니 잘 살펴야 한다. 모쪼록 달리기로 많은 이들이 건강해지면 좋겠다. 

 
인잇 양성우 네임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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