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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의 터널 지나 "상처받은 사람들 돕고 싶다"

<앵커>

조두순의 출소를 앞두고 피해자 아버지가 저희 취재진과 만나서 지금의 심경을 밝혔습니다. 상처받은 사람을 돕고 싶다는 게 딸 아이의 꿈이라면서, 우리 사회가 피해자들을 조금 더 배려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피해자의 신상이 드러나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저희가 아버지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조윤하 기자입니다.

<기자>

조두순 피해자 가족은 최근 이사를 마쳤습니다.

끔찍한 기억을 견뎌내며 안산에서 12년을 버텼지만, 돌아오는 조두순을 다시 볼 용기가 차마 나지 않았습니다.

[피해자 아버지 : 어떻게 피해자가 살고 있는 같은 동네로 올 수 있나요. 반성한다면 피해자에게 피해 주지 않는 조용한 곳으로 가야 하죠.]

12년 전 오늘(11일).

경찰 전화를 받고 달려간 응급실에는 여덟 살 어린 딸이 처참한 모습으로 누워 있었습니다.

[피해자 아버지 : '범인을 잡아야 되겠다'는 생각이 앞섰고요. 두 번째는 '이 아이를 살려야겠다'.]

다행히 아이는 목숨을 건졌고 범인도 잡았지만 진짜 고통은 비로소 시작이었습니다.

가해자는 징역 12년형에 그쳤지만, 피해자에게는 평생 안고 가야 할 장애와 트라우마가 생겼습니다.

[피해자 아버지 : 밤에는 최소한 2시간마다 화장실을 가야. 잘 때 보면 화장실 들락날락하는 소리가 다 들리면, '저 녀석이 잠을 못 자는구나…' 생각해요.]

학업과 치료를 병행하는 것도 고된 일이었습니다.

[피해자 아버지 : 딸이. "다른 아이들과 똑같이 갈 수 있어야 하는데, 나는 몇 걸음 뒤에서 친구들을 쫓아가는 생활이었다." 하더라고요.]

고통을 견뎌낸 아이는 이제 어엿한 대학생입니다.

자신처럼 상처받은 사람을 도울 수 있는 전공을 택해 아픔을 나누는 일을 하는 게 꿈입니다.

Q. '어떤 사람이 되고 싶다, 어떻게 살고 싶다.' 이야기한 적이 있나요?

[피해자 아버지 : 딸이 "내가 너무 아파봤고, 힘들었고, 고통스러웠다", "고통스러운 사람들에게 도움 주고, 같이 하겠다" 했어요.]

최근 이사를 도와준 후원자들에게 감사 편지를 보낸 피해자 가족은 "받은 도움을 지금 이 순간에도 언론에 보도되지 않는 많은 범죄 피해자들을 위해 갚아 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아버지도 8년째 다른 아동 성범죄 피해자들을 찾아다니며 아픔을 나누고 있습니다.

[피해자 아버지 : '지구상에 우리만 달랑 외딴섬에 갇혔구나.' 그러한 느낌이 드는 거죠. 피해자를 위로하고, '함께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주고 싶어요.]

국가에 바라는 건 거창한 게 아닙니다.

그저 피해자를 조금 더 보듬고 배려하는 정책, 그뿐입니다.

[피해자 아버지 : 상처받은 아이들에게 '장거리 이동의 치료'는 한계가 있어요. 가까운 데에서, 스스로 시간을 만들어서 치료하는 방법이 필요해요.]

힘든 시기였지만 피해자와 가족은 주변의 응원 속에 다시 딛고 일어날 준비를 마쳤습니다.

[피해자 아버지 : "언젠가는 이런 감옥에서 살지 말고, 따뜻하고 밝은 밖으로 우리도 나가야 하지 않겠냐, 언제 나갈 수 있을까?"라고 하니 딸이, "조금만 기다리시면 될 거예요."라고… 고통과 악몽에서 벗어날 기회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저는 그렇게 할 걸로 봐요.]

(영상취재 : 김태훈, 영상편집 : 박진훈, CG : 이유진·강경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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