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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경제] '맞벌이 신혼'이 아이 안 낳는 진짜 이유

<앵커>

권애리 기자의 친절한 경제 시간입니다. 권 기자, 결혼도 그렇고 출산율도 그렇고 요즘 신혼부부들에게 초점을 맞춘 정책들이 참 많은데 정부가 우리나라 신혼부부들을 전체적으로 한번 쭉 조사를 해봤다고요?

<기자>

네, 신혼부부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지난 2016년부터 통계청이 새롭게 작성하기 시작한 자료입니다.

이 통계에서는 해마다 11월 1일을 기준으로 결혼한 지 아직 5년이 지나지 않은 사람들을 신혼이라고 봅니다.

최근의 신혼부부에게 혜택을 주는 정책들이 결혼한 지 7년 된 부부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바뀌어온 것보다는 신혼을 좀 짧게 잡고 있습니다.

올해 통계는 작년까지가 기준이어서요, 올해 코로나의 영향으로 더욱 줄어든 혼인율은 반영돼 있지 않지만 그래도 최근 신혼부부들의 삶을 파악해볼 수 있는데요, 일단 결혼 5년 차까지의 신혼부부 전국적으로 126만 쌍이 있습니다.

2018년보다 6만 2천 쌍이 줄어든 것입니다.

이건 결혼 6년 차들이 이 통계에서 빠져나가고 작년에 결혼한 사람들이 새롭게 진입하면서 생기는 차입니다. 즉 점점 결혼이 줄어드는 추세를 반영하는 것이죠.

그런데 작년에 유일하게 신혼부부가 증가한 지역이 있기는 있습니다. 세종시입니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직업을 가진 젊은이들이 좀 더 모인 곳에서 결혼도 좀 더 많이 한다는 것을 새삼 보여주는 숫자입니다.

<앵커>

이번 자료는 신혼부부 중에서도 초혼인 커플들에게 초점을 맞춘 것이죠? 요즘은 재혼한 신혼부부도 많을 텐데요.

<기자>

네, 신혼부부 5쌍 중의 1쌍 이상이 재혼 부부입니다.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이 자료는 결혼이 늦어지고 신생아가 줄어드는 현상에 중점을 맞춰서 만들다 보니까 상세한 분석은 초혼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초혼 신혼들의 상황을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결혼을 해도 아이를 점점 덜 낳고요, 자기 집을 가진 비중은 줄어들고 있고 맞벌이는 늘어나고 있습니다.

뒤집어서 이야기하자면 자기 집이 없고, 맞벌이를 유지할 수 없으면 아이를 덜 낳는다는 것입니다.

새삼스러운 이야기는 아니죠.

우리가 그동안 계속해서 한국에서 아이가 줄어드는 이유로 꼽았던 핵심 원인들이 한꺼번에 보이는 결과입니다.

일단 자기 집이 있는 부부일수록 아이가 있을 확률이 뚜렷하게 높았는데요, 자기 집을 가진 부부다. 한 커플당 아이가 0.79명입니다.

그래도 5쌍 중에 4쌍은 아이를 1명씩은 낳았다고 볼 수 있는 비율입니다.

반면에 자기 집이 아직 없는 부부들은 1쌍당 아이가 평균 0.65명에 그쳤습니다.

차이가 꽤 큽니다.

주거 안정이 아이를 갖겠다는 결정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을 새삼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상황을 단지 경제적으로 윤택할수록 아이를 낳는구나, 하고 받아들일 수는 없게 하는 다른 지표들도 있습니다.

소득구간별로 보면 돈을 더 많이 버는 신혼부부일수록 아이를 적게 낳거든요, 지금 표에서 보시는 것처럼 가구당 소득이 1억 원 이상인 집이면 결혼 5년 차까지 아이가 1명도 없는 부부가 절반을 넘습니다.

소득이 많아질수록 아이가 없는 확률이 점점 더 커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앵커>

맞벌이 부부들이 아무래도 외벌이 부부보다는 소득이 좀 더 높을 것이고 그들이 아이를 덜 낳는다 이렇게 보면 맞을까요?

<기자>

네, 그럴 확률이 큽니다.

여기서 맞벌이일수록 아이를 덜 낳는다, 그 점이 반영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맞벌이 중에서도 고소득일수록 오히려 아이를 포기한다, 이 점은 부부가 출산과 육아를 맞벌이와 병행할 수 있어야 비로소 출산이 늘어날 것이라는 그동안 전문가들의 지적을 다시 한번 방증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외벌이로 돌아가야 하는 부담, 경력 단절에 대한 부담을 고소득일수록, 더 좋은 직업을 가졌을수록 더 크게 느낀다는 얘기니까요, 결혼 1년 차 때 맞벌이 비중이 가장 높습니다.

2년 차와 3년 차 때 그 비중이 줄어들다가 4, 5년 차에서 그 상태로 고착됩니다.

4년 차부터 맞벌이보다 외벌이가 많아집니다.

아이를 낳는 신혼부부들은 대체로 1년 차에서 3년 차 사이에 낳습니다.

그러니까 이 시기에 맞벌이가 줄어드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데요, 어느 정도 육아 뒤에도 일로 돌아가지 못하는 사람들이 나오는 것입니다.

뒤집어 보면 한동안 1명만 벌어도 되는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하거나, 아이를 낳고도 내가 일로 돌아갈 수 없겠다는 판단이 들 때 아이를 낳지 않고 맞벌이를 선택하는 신혼부부들이 많다고 볼 수 있는 결과입니다.

특히 고소득일수록 아이가 적다는 것은 경제적인 문제도 문제지만, 경력 단절에 대한 두려움이 반영된 거죠.

아이를 낳고 돌아갈 때 전보다 못한 일자리여도 괜찮다, 이렇게 생각하는 맞벌이 부부가 고소득일수록 더 적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경향은 해가 갈수록 더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가 계속해서 파악해온 대한민국 저출산 문제의 핵심을 새삼 드러내주는 결과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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