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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위…'추미애의 매직넘버4'

[취재파일]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위…'추미애의 매직넘버4'
어제(10일) 헌정사상 처음으로 현직 검찰총장에 대한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이하 징계위)가 열렸습니다. 당초 징계위 최초 지정일은 12월 2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징계위 개최 하루 전, 징계위 일정을 12월 4일로 변경했습니다. "윤석열 검찰총장의 요청을 받아들여 방어권을 보장한다"는 명분이었습니다. 추 장관은 변경한 징계위 개최 하루 전 일정을 또 연기합니다. 명분은 이전과 똑같았습니다. 이렇게 윤 총장에 대한 징계위는 2일⟶4일⟶10일로 거듭 연기된 끝에 개최됐습니다.

● 尹 요청 수용하며 시간 확보…속내는?

겉으로 보면 추 장관이 징계위를 두 차례 연기하는 과정 모두 윤 총장의 요청을 수용하는 모양새였습니다. 기자단에 두 차례 보낸 문자에도 " 윤 총장 측의 요청을 받아들인다"고 적혀 있습니다. 하지만 추 장관이 단순히 윤 총장 측에 시간을 주기 위해서 이타적인 의도만으로 징계위를 미룬 건 아닙니다. 추 장관 입장에서도 8일이라는 시간이 필요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결과적으로 8일이라는 시간을 벌었던 추 장관은 두 가지를 얻은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우선 여론의 뭇매를 받던 상황에서 윤 총장의 요청을 들어주며 방어권을 보장해주는 등 절차적 시비를 최소화한 점입니다. 추 장관이 시간을 벌면서 얻으려고 했던 또 다른 부분은 무엇이었을까요.

보다 근본적으로는 '추미애식 검찰 개혁'에 가장 적합한 <징계위원 엔트리(entry)>를 구축하는 시간이 충분히 필요했다는 게 법조계의 분석입니다. 추 장관은 이달 초부터 징계위원 구성에 난항을 겪었습니다. 징계위원의 면면을 살폈지만 순탄치는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우리 편'에 설 수 있는 인물인 줄 알고 위원장직을 맡기려 했던 대학 교수가 중도 이탈했습니다. 징계위 참석하기로 했던 변호사도 불참 의사를 밝혔습니다. 알려진 사례 외에도 더 있을 것입니다. '무리한 감찰' 또는 '찍어내기 감찰'이라는 비판에 적잖은 부담을 느꼈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러한 과정 전반을 살펴보면 그간 추 장관과 법무부 감찰 업무 담당자들이 윤 총장 징계위원 구성을 위한 작업에 시간이 필요했다는 점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

● 징계위 구성 난항…'심재철 변수'

징계위원 구성은 윤 총장 징계 절차 진행을 위한 필요조건입니다. 징계위원은 모두 7명으로 구성됩니다(검사징계법 제4조 제2항). ①법무부 장관(=위원장) ②법무부 차관(=당연직) ③장관이 지명한 검사 2명 그리고 ④장관이 위촉하는 변호사와 법학교수, 학식이 풍부한 사람 3명. 이렇게 7명입니다. 하지만 이번 사안의 경우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징계청구권자이기 때문에, 징계 심의 절차에 관여할 수 없어 다른 위원을 위원장으로 지정해야 합니다. 결국 징계절차를 진행하는 건 나머지 6명의 징계위원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달 초 서울 사립대학 소속 A 교수가 징계위원직에서 사임했습니다. 3년의 임기를 채우지도 못했습니다. A 교수에게 이유를 묻기 위해 연락을 시도했지만 답을 들을 수 없었습니다. 다만, 법무부 측 설명을 들어보면 A 교수가 이번 징계위 진행에 부담감을 느꼈을 것이라는 추정은 가능합니다. 판사 출신의 B 변호사 역시 징계위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최근 법무부 측에 밝힌 것으로 전해집니다.

윤석열 총장 징계위원

6명 중 2명이 불참 의사를 밝히며 참여 가능한 징계위원은 이제 4명으로 줄었습니다. ▲이용구 법무부 차관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 ▲신성식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 ▲안진 전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4명이면 7명의 과반이기 때문에 이들 징계위원으로 구성된 징계위가 열리는 것은 가능해 보입니다.

변수는 심재철 검찰국장이었습니다. 심재철 국장은 윤 총장 징계 혐의 사건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관계자입니다. 특히 논란이 되는 '판사 분석(사찰) 문건 의혹'의 제보자이기도 합니다. 심재철 국장이 위원을 맡을 경우 정당성과 공정성을 확보하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메시지와도 어긋나는 측면이 있습니다. 때문에 심재철 국장이 징계위원직을 회피할 거란 예측이 계속 제기돼 왔습니다. 검찰에서 감찰 업무를 맡았던 검사 출신 변호사는 "심재철 국장이 징계위원직을 회피하는 건 예견된 수순이었다. 회피하지 않을 경우 문제시 된다는 걸 본인도 알 거다. 사건 제보자가 법정에서 판결을 내리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매직넘버4' 완성 : 심재철 회피 시나리오

심재철 국장이 스스로 징계위원직을 회피하는 건 추 장관이 구상하는 시나리오의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심재철 국장이 위원직을 회피할 경우를 가정하면 남는 징계위원은 ▲이용구 법무차관 ▲안진 전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신성식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 등 3명으로 줄어들게 돼 과반 미달로 징계위 심의 의결 자체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추 장관 입장에서는 (심재철 국장의 회피를 전제로) 나머지 1명을 섭외하는 것 즉, '매직넘버4'를 구성하는 게 절실했던 것입니다. 추 장관이 어떤 인사를 섭외할지가 최근 법조계 주요 관심사였습니다. 결국 징계위 개최에 임박해 정한중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위원장직에 지정하며 '매직넘버4'가 완성됐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위원장으로 지정된 정 교수는 검찰 과거사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윤 총장에 대한 비판을 이어왔습니다. 검찰 개혁 토론회에서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검찰 수사를 강하게 성토하기도 했습니다.

심재철 국장 말고 징계위원으로 참여한 다른 검사 1명이 더 있습니다. 신성식 반부패부장의 역할은 무엇이었을까요. 신성식 부장은 이른바 '추미애 사단'이라는 평가를 받는데, 현재는 윤 총장의 직속 참모 신분입니다. 윤 총장 측이 기피 신청하지 않은 유일한 인물이기도 합니다. 윤 총장은 최근 주변에 "신성식 (반부패부장)은 내 참모다. 참모를 어떻게 기피하겠느냐"라며 신성식 반부패부장에 대한 기피신청에 반대하는 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어제 징계위에서 신성식 반부패부장은 적극적인 의사 표명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매우 난처했을 것입니다. 신성식 부장은 주변에 "나는 징계위원에서 제외해주면 좋겠다"는 얘기를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추 장관 입장에서는 신성식 부장이 반드시 필요했습니다. 윤 총장 측 한 관계자는 "징계위 개최를 위한 의사정족수 역할을 한 데 그친 것 같다. 신 부장이 추후 윤 총장 징계에 반대한다고 해도 사표가 될 가능성이 크다"라고 밝혔습니다.

추 장관의 '매직넘버4'는 최소 의사정족수 달성과 윤 총장 징계 처분이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한 전략의 일환입니다. 의결 결과, 윤 총장 징계에 대한 위원들의 의견이 가령 <2 대 2>라는 팽팽한 대결 구도로 결론이 날 가능성도 희박합니다. 하지만 뒤집어 말하면 '매직넘버4' 구성의 편향성에 대한 지적과 비판은 비켜가기 어려워 보입니다. 한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징계위원 구성의 대표성에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이 변호사는 "아무리 장관이 임명하거나 위촉하더라도 징계위원 구성에는 치우침이 없어야 한다. 전국 2천 명 검사의 수장을 징계하는데, 4명 위원으로 대표성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대다수가 그렇게 느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윤석열

● 윤석열 "최선 다하자"…8인의 입에 주목

1차 징계위에 불출석한 윤 총장은 징계위가 끝난 뒤 특별변호인들에게 "애써줘서 고맙다. 최선을 다하자"라는 말을 남겼다고 윤 총장 측 관계자는 밝혔습니다. 오는 15일, 다음 주 화요일 오전 10시 30분 법무부 정부과천청사에서 비공개로 진행되는 2차 징계위에도 윤 총장은 불참할 가능성이 큽니다.

2차 징계위에서 중점적으로 봐야 할 건 채택된 8명의 증인이 내놓을 진술 내용입니다. ①류혁 법무부 감찰관 ②박영진 울산지검 부장검사(前 대검 형사1과장) ③손준성 대검찰청 수사정보담당관 ④한동수 대검찰청 감찰부장 ⑤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⑥정진웅 광주지검 차장검사 ⑦이정화 대전지검 검사 ⑧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 등. 이들 8명의 진술은 오전과 오후로 나뉘어 진행될 예정입니다. 증인 진술이 끝난 뒤 윤 총장 측이 진행하는 최후 변론을 마지막으로 징계위의 모든 절차가 끝나게 됩니다.

다만,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과 정진웅 차장검사의 경우 출석 여부가 불투명한 것으로 징계위원들은 내다보고 있습니다. 이러한 판단을 하는 건 윤 총장 측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럼에도 윤 총장 측은 증인 채택과 불출석 등 모든 과정을 기록으로 남기는 데 방점을 찍고 있습니다. 8명 증인의 진술도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이들의 증언은 녹음돼 기록으로 남게 됩니다. 윤 총장은 평소 특별변호인들과 회의에서 종종 "결과는 정해져 있을 테지만 과정을 기록으로 남기는 게 중요하다"라는 취지의 말을 남겼다고 합니다. 윤 총장이 예측하는 결과가 바뀔 가능성은 크지 않습니다. 하지만 축적되고 있는 일련의 모든 과정과 기록 그리고 정황들이 추후 쟁송 또는 역사적 판단의 근거자료가 될 거라는 점은 분명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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