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단속 '줄행랑' 경찰관…10시간 뒤 자진 출석한 이유

광주 북부경찰서 모 지구대 경찰이 음주운전 단속 현장에서 도주했다가 다음 날 아침 자진 출석했습니다.

이 경찰은 음주 운전을 한 것으로 강하게 의심되지만, 10시간이 지난 뒤에 측정한 혈중알코올농도는 0%가 나와 술을 마신 정황을 발견하지 못하면 처벌을 면하게 됩니다.

오늘(8일) 광주 북부경찰서에 따르면 어젯밤 10시 30분쯤 광주 북구 양산동의 한 음주운전 단속 현장에서 차량 1대가 유턴해 방향을 틀어 도주했습니다.

순찰차로 뒤쫓아간 경찰은 운전자를 붙잡아 순찰차에 태워 음주 측정 장소로 이동했습니다.

그런데 이 운전자는 순찰차에서 내리자마자 경찰관을 뿌리치고 주택가로 도망가 자취를 감췄습니다.

경찰관들이 뒤쫓아 갔지만, 도주 과정에서 높은 옹벽 아래로 뛰어 내려가 놓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찰은 이 운전자의 차량을 수색해 운전자가 광주 북부경찰서 모 지구대 소속 A 경위임을 밝혀냈습니다.

A 경위 자택을 찾아갔지만, 그는 귀가하지 않았고 휴대전화도 차량에 놓고 가 위치 추적도 불가능했습니다.

약 10시간이 지난 오늘 오전 8시 30분쯤 A 경위는 경찰서로 자진 출석했습니다.

교통조사계는 A 경위의 음주 운전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혈중알코올농도를 측정했지만, 수치가 0%가 나왔습니다.

A 경위는 조사에서도 음주 운전을 하지 않았다고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찰은 A 경위가 술을 마셨는지를 규명하기 위해 동선 등을 확인하고 음주 사실이 확인되면 마신 술의 양을 확인해 음주운전 혐의로 입건·처벌할 예정입니다.

다만 음주 측정을 3회 고지하기 전 도주해 음주 측정 거부로는 처벌할 수 없어 이 부분은 입건하지는 않을 방침입니다.

광주 북부경찰서 관계자는 "현재까지 A 경위가 술을 마셨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며 "A 경위의 당일 행적을 조사해 음주 여부를 규명하는 등 원칙적으로 철저히 조사할 방침이다"라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