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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중국 매체, "미국은 생지옥" 자극적 사설…의도는?

[월드리포트] 중국 매체, "미국은 생지옥" 자극적 사설…의도는?

김지성 기자 jisung@sbs.co.kr

작성 2020.12.07 16:12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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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관영 매체 환구시보와 환구시보의 영문판 글로벌타임스가 6일 오후 나란히 공동 사설을 게재했습니다. 환구시보의 사설 제목은 "전염병 속에서 미국은 현대판 인간 지옥으로 변해가고 있다", 글로벌타임스의 사설 제목은 "전염병이 창궐하면서 미국은 생지옥이 되고 있다"입니다. '현대판 인간 지옥'과 '생지옥', 번역상 약간의 차이를 보이긴 했지만 '지옥'이란 표현을 둘 다 사용했습니다.

12월 6일 게재된 환구시보 사설. '미국은 현대판 인간 지옥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제목이 달려 있다.

최근 미국의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한 것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다른 나라의 상황에 대해 '지옥'이란 극단적인 표현을 써 가며 사설까지 게재하는 것은 이례적입니다. 미·중 갈등 속에 아무리 두 나라의 관계가 좋지 않더라도 이런 자극적인 사설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습니다. 의도가 뭘까요.

같은 날 동시에 게재된 글로벌타임스 사설. '생지옥'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 미국 향해 "끔찍한 범죄"·"대학살"·"21세기 치욕"

환구시보와 글로벌타임스는 공동 사설에서 "미국은 코로나19로 야기된 인도주의적 재난에 빠졌지만 연방정부 관리들은 비상조치를 취하지 않고 무관심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작심 비판했습니다. "악랄한 부정행위", "용서받을 수 없는 끔찍한 범죄"라고 했습니다. "병원의 병상이 거의 바닥났고 미국 일부 지역의 화장장과 묘지도 부족하다"며 "세계에서 가장 발전한 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무서운 나라가 됐다"고 했습니다. "대학살", "21세기 인류의 치욕"이라는 표현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일부 미국인들이 굶주리고 있다는 한 연구소의 통계까지 인용하며, "지금의 미국이 생지옥을(현대판 인간 지옥을) 생생하게 묘사해 주고 있다"고 썼습니다.

공동 사설의 첫 번째 의도는 다음의 문장에서 드러납니다. 사설은 "만약 코로나19가 억제될 수 없는 것이라면 미국의 방역 실패는 용서받을 수 있지만,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여러 나라가 바이러스의 확산을 통제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우리는 성공했는데 너희는 왜 못하느냐'고 강변하는 셈입니다. 사설은 이어 "너무 많은 생명이 희생되고 있다"면서 "민주주의와 자유로 위장한 자본주의의 폭정이 빚어낸 비극"이라고 했습니다. 서방 세계에 맞서 중국 체제의 우월성을 드러내고 싶었던 것으로 읽힙니다. 그러면서 현 미국 정부는 경제를 중요시하지만 '양적 완화에 따른 비정상적인 주식시장 호황'을 제외하고 내세울 수 있는 경제 성과가 무엇이 있느냐고 꼬집었습니다.

● 중국, 미국에 코로나 책임 돌리나

두 매체는 사설과 함께 코로나19 관련 여러 기사를 실었습니다. '최근 4일 동안 산시성, 안후이성, 헤이룽장성, 랴오닝성, 저장성, 후베이성 등 중국 전역에서 바이러스에 오염된 수입 냉동식품이 발견됐다', '푸젠성에서는 에콰도르산 냉동 새우가 코로나 양성 반응을 보였다'는 기사 등입니다. '세계 각국에서 코로나가 다시 창궐하고 있다'는 기사도 있습니다. 여기서 이번 사설의 두 번째 의도가 엿보입니다. '과거에는 어땠을지 몰라도 지금의 코로나 확산에는 중국의 잘못이 없다', 나아가 '최근 확산 배경에는 코로나를 통제하지 못하는(혹은 안 하는) 서방 세계, 미국이 있다'는 점을 의식화하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글로벌타임스는 지난달 상하이 푸둥국제공항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잇따라 나온 데 대해, 방역 당국의 조사 결과를 인용해 "확진자의 다수는 미국 대형 택배회사 직원들"이라고 전했습니다. 푸둥공항에서 일하는 페덱스, UPS 직원들이 잇따라 확진 판정을 받았다며 북미 지역에서 온 항공 컨테이너를 감염원으로 지목했습니다. 바이러스 유전자 분석 결과 북미 지역에서 유행하는 것과 유사하다고도 했습니다. 중국이 코로나19의 '원인 제공자'에서 '피해자'로 변신을 꾀하고 있는 셈입니다.

● 우한에서 열린 세계 군인체육대회가 코로나 원인?

그렇다면 중국은 과거의 '원인 제공자'임은 인정하고 있을까요? 답은 '아니오'입니다. 
글로벌타임스는 사설을 게재한 날인 6일 밤 장문의 탐사보도 기사를 실었습니다. 우한에서 처음 코로나19 환자가 나온 화난 수산물도매시장 상인 등을 취재한 기사입니다. 요약하면, '우한에서 코로나19가 발병할 당시 화난 수산물도매시장에서는 수입 냉동식품의 판매와 소비가 성행하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글로벌타임스 기사에 함께 실린 도표. 지난해 12월 우한에서 코로나19가 발병하기 전에 이미 세계 여러 나라에서 이른바 '0번 환자'가 복수로 존재했을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출처=글로벌타임스)
글로벌타임스는 전문가를 인용해 "우한의 발생 상황을 돌이켜보면, 냉동 수산물 판매 지역에서 초기 환자들이 나왔다"고 했습니다. 우한의 첫 발병 역시 다른 나라에서 온 수입 냉동식품이 원인이었을 수 있다는 취지입니다. 지난해 냉동식품 수입 통계를 빌어,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우한을 관할하는 후베이성의 냉동식품 수입이 전년대비 174% 증가했다고도 했습니다.
나아가 글로벌타임스는 인터뷰에 응한 우한 시민들 중에선 '2019년 10월 우한에서 열린 세계 군인체육대회 당시 미국인들이 바이러스를 가져왔다'고 믿는 사람이 꽤 많았다고 전했습니다. 중국이 '과거 지우기'에도 본격적으로 나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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