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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옆에 또 편의점…'거리두기 협약' 있으나마나

<앵커>

새로 지은 건물에 서로 다른 회사의 편의점 두 곳이 들어오게 된 데가 있습니다. 편의점 업계는 경쟁이 치열해지자, 2년 전에 가까운 거리에서는 편의점 내는 걸 서로 자제하기로 정부와 자율 계약을 맺었었는데 그게 현실에서 잘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겁니다.

먼저, 노동규 기자가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기자>

최근 준공한 인천의 한 주상복합 건물입니다.

편의점 출점을 예고하는 현수막이 붙어 있습니다.

예정했던 개점일이 한참 지났지만 편의점 가맹 본사에서 공사를 중단했습니다.

개점이 미뤄진 건 바로 옆에 또 다른 편의점이 계약했다는 걸 뒤늦게 파악했기 때문입니다.

[이마트24 가맹점주 : (가맹 본사가 말하길) ○○○호에서 GS25와 계약을 했고 한 건물에 두 개가 들어갈 수 없으니, 담배판매권을 취득한 사람이 우선 하는 걸로 알고 공사를 중지해달라….]

[GS25 가맹점주 : GS에서 우리를 찾아와서 '계약을 합시다'… 담배권을 따야 GS가 들어오는 조건으로 했고 못 따면 GS가 안 하는 걸로 그렇게 된 거거든요.]

분양 사무실에만 확인해도 편의점 계약 희망자가 둘 있다는 걸 알 수 있는데, GS25와 이마트24 어느 쪽도 그렇게 하지 않고 가맹계약을 맺었습니다.

[GS리테일 관계자 : (가맹점주) 본인이 본인 판단에서 분양받아 오셔서 저희한테 이거 내주세요 한 거잖아요.]

[이마트24 관계자 : 서로 어디가 계약을 언제 했고, 서로가 알 수가 없고요.]

편의점 업계가 지난 2018년 12월 만든 자율규약에 따르면, 가맹 본사는 가맹 희망자들에게 상권 정보를 충분히 알리고, 지자체로부터 담배 판매권이 나오는 거리를 고려해 근접 출점을 지양해야 하지만 지켜지지 않은 겁니다.

[김주호/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팀장 : (편의점 본사가) 직영점을 낸다고 했어도 그렇게 안일하게 대응을 했을까요. 당연히 그 상권에 대한 분석이라든가 예상 매출이나 이런 것들을 분석하는 게 기본이잖아요. 이제 와 '몰랐다'는 건 무책임….]

두 편의점 본사는 담배 판매권이 누구한테 가느냐에 따라 두 점주가 알아서 해결하라며 손 놓고 있습니다.

대출까지 받아 편의점을 열려던 두 가맹점주는 이제 지자체의 담배 판매권 추첨만 바라보는 상황이 됐습니다.

(영상편집 : 박지인·이승진, CG : 이유진·박현진, VJ : 박현우)

근접출점 지켜지지않는 편의점

<앵커>

이 내용 취재한 노동규 기자와 이야기해 보고 계속 이어가겠습니다.

Q. 이미 대출까지…난감한 점주들, 해결책은?

[노동규 기자 : 일단 지금 편의점 두 회사 측은 아직 정식 개점까지는 이어지지 않지 않았냐, 두 가맹점 희망자 가운데 먼저 담배 소매권 따는 사람이 하면 되는 거 아니냐, 이렇게 어떻게 보면 무책임하게 가맹점주한테 부담을 떠넘기고 있는 상황인데요. 그런데 2018년 12월에 그들이 맺은 자율 협약 내용을 보면 가맹 본사는 가맹 희망자한테 최대한의 상권 정보를 충분히 제공해 줘야 합니다. 여기에는 가맹 희망자가 들어서려는 곳에 누가 어떤 사람이 경쟁할지 이런 것까지 포함될 수도 있겠죠. 그런데 그런 걸 지키지 않고 점주들이  알아서 하라는 거고요.

또 일단 자율 규약이 현재 기존 상권 침해 때나 적용되는 것이지, 이렇게 완전히 신규 상권에서는 해당되는 게 아니다, 이런 주장까지 하고 있습니다. 이러다 보니까 대출까지 받아서 상가를 분양받은 업주들은 자기가 분양받은 상가 호실을 쪼개서 담배 판매권 확률을 높이려는, 쪼개기 신청까지 좀 압박을 받고 있는 그런 상황입니다.]

Q. 담배 판매권이 뭐길래

[노동규 기자 : 거리를 사실 지킨 케이스는 아니죠, 이 경우는. 왜냐하면 사실 그러니까 담배 판매권은 국가의 허가 사업이기 때문에 소매로 판매를 하려고 해도 일정 자격을 갖춘 사람이 지자체별 조례에 따라서 일정 거리를 두고 이렇게 띄엄띄엄 팔게 돼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사실 담배가 편의점 매출에 거의 40%까지 육박하는 경우까지도 있거든요. 그러니까 담배 판매권을 얻지 못한 경우에는 아예 편의점을 열겠다는 사람도 없는 경우가 많다는 말이에요. 그러니까 이 소매권 거리를 준용한다면 기존에도 비교적 이 판매권을 따느냐, 못 따느냐로 거리를 지켜온 건데 어떻게 보면 편의점들이.

그런데 이 경우는 지금 그것도 지키지 않는 셈이고, 원래 지켜온 거리를 기준 삼아서 새삼 출점 거리를 정하겠다는 건 어떻게 보면 애초에 의지가, 이들이 과연 과밀한 거리를 좀 해소해 보고자 하는 의지가 없었던 것 아니냐 하는 업계 주장도 나오고 있는 거고요, 이제는 아예 이 담배권만 따내면 아예 거리를 그러면 무시해도 되느냐 이런 논란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다음 리포트에서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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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광진구에 있는 한 골목.

폭 5m, 길이 150m에 못 미치는 걸어서 2분이면 닿는 거리에 마주 보는 편의점만 4곳입니다.

지난달 새로 출점한 이 CU편의점을 기준으로 불과 40~80m 떨어진 곳에 GS25와 세븐일레븐, 이마트24가 운영 중입니다.

안 그래도 좁은 골목에 편의점이 많아 경쟁이 심했는데 여기에 또 새로 편의점이 들어서니 인근 편의점주들은 매출이 줄었다고 울상입니다.

[인근 편의점주 A 씨 : (매출이) 많이 떨어졌어요, 지금. 아무래도 우리가 한 달에 한 30만 원 정도는 뺏긴다고 해야….]

[인근 편의점장 B 씨 : 담배 쪽하고, 커피 종류, 그런 쪽이 많이 떨어진 것 같아요. 서로 죽이는 일을 안 해야 하는데 씁쓸하죠.]

CU 본사는 신규 출점이 아니다, 인근에 1년 전에 폐점한 점포가 있었기 때문에  기존 점포를 이전한 것에 해당한다고 주장합니다.

관할 구청이 담배 소매권도 내줬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겁니다.

앞서 광진구청은 이 좁은 도로가 '차도'에 해당한다며, 몰려있는 편의점들이 서로 횡단보도를 건너야 접근할 수 있다고 계산해 담배 판매를 허가했습니다.

가맹점주의 실질적 상권 침해 여부를 따지기보다 담배 판매권을 받았는지가 기준이 되는 자율규약이 유명무실해지는 현장인 겁니다.

[신기동/경기연구원 연구위원 : 어쩔 수 없이 담배를 취급해야만 되기 때문에 대부분 그 기준에 따라서 떨어져서 출점을 하고 있죠, 현실적으로. 그걸 자율규약으로 얘기했다는 건 큰 의미가 없고, 의지가 있었다면 100m나 200m까지는….]

자율규약 주체인 한국편의점산업협회는 편의점 본사끼리 문제를 삼아야 이런 근접 출점을 심의한다는 입장입니다.

자율규약을 승인한 공정위는 근접 출점 실태를 확인해 실제 가맹점주들의 권익을 보호하는 방안을 찾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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