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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매운 고추에 확성기 공격까지…'민폐' 비판 표적 된 중국 광장무

[월드리포트] 매운 고추에 확성기 공격까지…'민폐' 비판 표적 된 중국 광장무

송욱 기자 songxu@sbs.co.kr

작성 2020.12.04 16:08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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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월드리포트] 매운 고추에 확성기 공격까지…민폐 비판 표적 된 중국 광장무
▲ 중국의 독특한 문화인 광장무 (출처: 홍성신문)

최근 중국 푸젠 샤먼에서 사는 한 여성이 중국 SNS에 올린 영상이 화제가 됐습니다. 창문 앞에서 매운 고추를 볶는 영상인데, 본인도 매워 '켁켁' 기침을 하면서 선풍기로 연기를 밖으로 내보내고 있습니다. 밖에는 한 무리의 중년 여성들이 단체로 '광장무(廣場舞)' 를 추고 있습니다. 이 여성은 광장무 음악이 너무 시끄러운데다 밤 늦게까지 계속돼 생활의 지장을 심하게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직접 항의도 해보고, 동사무소에 얘기를 해도 소용이 없어서 결국 직접 나섰다고 합니다. SNS에는 '오죽 심각했으면 저렇게 까지 했겠느냐', '이독제독(以毒制毒: 독으로 독을 다스린다)'이란 반응이 많았습니다.

(출처: 웨이보 캡처)

광장무는 중국에서 광장이나 공원에서 주로 50대 이상 여성 10~100명이 음악을 틀어 놓고 대열을 지어 같은 동작으로 추는 단체 춤입니다. 중국 전역에서 공터가 있는 곳이면 특히 저녁에 쉽게 볼 수 있는데, 수십년 동안 이어져오면서 중국만의 독특한 민간 문화로 불립니다.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이 건국된 후 공산당과 정부가 민중 문화와 건강을 중시하는 정책을 펼치면서 발전했고, 1990년대 각 지방 도시에 문화광장이 건설되면서 문화대혁명 시기 홍위병을 지낸 연령층을 중심으로 급속히 확대됐습니다. 중국인들에게 문화적 해방구 역할을 해왔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최근 코로나19로 학교 밖으로 나가지 못하다 보니 대학생들이 운동장에서 단체로 광장무를 추는 영상도 화제가 됐습니다.

하지만 중국의 도시화가 진행되고 주거지역의 인구밀도가 높아지면서 광장무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밤 늦게까지 이어지는 음악이 주변 주민들에게 불편을 주고 있습니다. 주민들이 항의하고 관계 기관에 문제를 제기 해도, 광장무가 오래 이어져온 데다 참가자가 주로 노년층들이어서 강한 단속은 사실상 어렵습니다. 그러다 보니 광장무 참가자와 주민들이 직접 부딪히는 일도 잦습니다. 최근 광시성 구이린에서는 한 아파트의 집 주인 40명이 베란다에 확성기를 설치했습니다. 그리고 광장무 음악이 나올 때마다 괴성이 녹음된 소리나 더 큰 음악을 틀었습니다. 다른 지역에서는 물 벼락을 퍼붓는 일도 있었습니다.

구이린의 한 아파트에 광장무에 항의하는 확성기가 설치돼 있다. (출처: 구이린 생활망)
장소를 둘러싼 갈등도 빈번합니다. 중국 SNS에선 농구장과 주차장, 놀이터 등을 광장무를 추는 사람들이 차지한 것을 비난하는 영상들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많은 번화가나 차도 근처에서 추기도 합니다. 이에 대해 광장무 참가자들은 춤을 출 수 있는 녹지 공간은 갈수록 줄어들고, 다른 공간은 조명이 어둡다고 반박합니다. 하지만, 장소를 가리지 않는 광장무는 해외에서도 논란이 됐습니다. 몇 년 전 해외의 혼잡한 기차 안에서, 그리고 프랑스의 루브르 박물관 등에서까지 광장무를 추는 영상이 퍼지기도 했습니다.

한 노인이 광장무를 추는 공터에 주차된 차에 먹물을 뿌린 영상이 공개됐다 (출처 : 베이징신문)
노년층의 심신단련에 좋은 광장무이지만 이를 둘러싼 갈등이 커지자 중국 정부도 해결책을 계속 고민하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는 지난 2015년 광장무가 전용 장소 미비, 소음 불만, 관리 부실 등 부정적인 측면이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면서, 광장무가 긍정적으로 확대 보급될 수 있도록 품위 있고 쉬운 광장무 공연 만들기에 나섰습니다. 또 지방 정부들이 광장무에 적합한 장소를 제공하고 시범 광장무 CD를 무료로 배포하도록 했습니다.

중국 린칭시 공안이 광장무 참가자들을 단속하고 있다. (출처 : 텅쉰왕)
하지만, 갈등이 수그러들지 않자 광장무를 규제하는 지방 정부들이 속속 나오고 있습니다. 최근 허난성 쉬창 정부는 밤 9시부터 아침까지 광장무를 아예 금지했습니다. 또 낮시간이라도 공공장소에서 광장무를 추거나 노래를 부를 때 소음이 다른 사람의 정상 생활과 업무, 학습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했습니다. 앞서 후난성 창사는 광장무 허용 시간을 오전 7∼9시, 오후 7∼9시로 제한했고, 청두와 광저우, 창춘에서도 광장무 규제 조치가 나온 바 있습니다. 지난달 산둥성의 린칭시 공안은 여러 차례의 권고에도 시정하지 않은 광장무 참가자들에 대해 소음 유발 등의 혐의로 처벌 결정을 내렸습니다. 60∼70 데시벨의 소음도 정상적인 수면과 휴식에 영향을 끼치는데 당시 광장무 소음은 82~89데시벨로 측정됐습니다.

광장무 참가자들이 블루투스 헤드셋을 끼고 춤을 추고 있다. (출처 : 웨이보 캡처)
물론 광장무를 즐겨왔던 참가자들의 자발적인 개선 움직임도 있습니다. 간쑤성 란저우에서는 음악을 크게 트는 대신 30여 명이 함께 블루투스 헤드셋을 끼고 광장무를 추는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그러나 확산하는 도시화와 개인주의화 속에서 사회주의 중국의 집단 문화를 상징하던 광장무는 '소음 공해이자 민폐'라는 지적 속에 갈수록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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