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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해양쓰레기에 죽어가는 바다거북, 들여다보니…

[취재파일] 해양쓰레기에 죽어가는 바다거북, 들여다보니…

이용식 기자 yslee@sbs.co.kr

작성 2020.12.04 09:53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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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해양쓰레기에 죽어가는 바다거북
● 바다거북 폐사체 6마리 부검

한 달 전쯤 충남 서천에 있는 국립생태원에 바다거북 폐사체 6마리가 도착했다. 거북이는 근처 국립해양생물관 냉동실에 몇 달째 보관돼 있던 것들이다. 우리나라 바닷가에서 죽은 채 발견된 거북이다. 폐사 원인을 밝히기 위해 생태원 동물병원 부검실로 옮긴 것이다.

부검대 위에 오른 바다거북은 6마리다. 지난해 8월과 11월에 발견된 2마리와 올해 5월, 7월에 발견된 4마리다. 이 가운데 푸른 바다거북이 1마리이고, 나머지 5마리는 붉은 바다거북이다.
푸른 바다거북은 등딱지가 녹색이고 붉은 바다거북은 붉은 갈색이다. 붉은 바다거북이가 더 흔하다. 둘 다 국제적 멸종위기종이다. 국내에서는 지난 2012년에 보호대상 해양생물로 지정됐다.

● 거북이 뱃속에서 해양 쓰레기 쏟아져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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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검 결과 거북이 6마리 가운데 5마리 뱃속에서 플라스틱 등 해양 쓰레기가 쏟아져 나왔다.
지난해 8월 20일 경북 포항에서 발견된 푸른 바다거북 대장에서는 섬유성 플라스틱과 테이프가 나왔다. 또 약 38cm의 노끈 뭉치와 초록색 그물도 발견됐다. 폐사 원인은 이물질에 의한 장파열 및 복막염으로 추정됐다.
붉은 바다거북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난해 11월 12일 강원 양양 바닷가에서 발견된 붉은 바다거북은 위와 소장, 대장에서 해양쓰레기가 다량 확인됐다. 위에서는 얇은 나일론 끈 약 10cm짜리 1개, 섬유성 끈 뭉치 등이 나왔다. 소장에선 약 16cm가량 되는 검은색 고무줄 1개가 발견됐고, 대장에는 마개형 플라스틱 직경 2.8cm짜리 1개, 생수병 비닐라벨 등이 들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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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4일 경북 포항에서 발견된 붉은 바다거북의 구멍 뚫린 소장에서 어망 뭉치가 나왔다. 또 대장에는 스티로폼이 가득했다. 스티로폼 조각들은 약 1~7cm까지 크기가 다양했고, 대장 전반에 걸쳐 쏟아져 나왔다. 이 거북이의 폐사 원인은 장과 방광천공에 의한 복막염으로 분석됐다. 앞서 지난 6월에 부검한 바다거북 4마리 가운데 3마리에서도 플라스틱을 먹은 흔적이 검출됐다.

바다거북을 부검한 국립생태원 이혜림 연구원은 "플라스틱 조각, 끈 뭉치 등 이물질은 소장 천공의 원인이 되고, 복막염으로 이어져 바다거북을 죽게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이 연구원은 "스티로폼이 장속에 쌓여 배출되지 않을 경우 장폐색증을 일으킬 수 있고 스티로폼 속 브롬계 화합물에 의한 생체 독성의 위험도 있다"고 했다.

바다거북은 잡식성으로 어류, 갑각류, 연체동물, 해파리, 해초 등을 먹는다. 플라스틱 조각, 그물 뭉치, 나일론 끈, 스티로폼 조각 등 바다에 떠다니는 해양 쓰레기들을 바다거북이가 먹이로 착각한 것일 수 있다.

● 해양 쓰레기 중 81% 플라스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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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쓰레기는 양식장용 부표, 밧줄, 통발 등 폐어구, 어망과 페트병 등 생활쓰레기로 대부분 플라스틱이다. 해양수산부는 지난해 전국 40개 조사지점에서 6회에 걸쳐 해안쓰레기를 모니터했다.

모두 3만 7백20개 가운데 플라스틱은 81.2%인 2만 4천9백41개나 됐다. 플라스틱 가운데 스티로폼 부표는 9천3백45개였다. 또 유리는 2천5백6개로 8.2%, 금속 1천48개<3.4%>,목재 7백70개<2.5%>,종이 4백18개<1.4%>,섬유 2백67개<0.9%>,고무 2백21개<0.7%> 순이었다.

해양쓰레기 수거량은 예산에 비례해서 늘어나 지난 2015년 6만 9천 톤에서 16년 7만 8백 톤, 17년 8만 2천 톤,18년 9만 5천 톤, 그리고 지난해 10만 8천 톤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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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부는 김과 해조류, 굴 양식장 등에 부표 5천5백만 개가 쓰이고 있는데 75%인 4천1백만 개가 스티로폼 부표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스티로폼 부표는 파도 등에 쉽게 떨어져 나가 작은 조각이 되고, 알갱이로 부서져 바닷물 위를 떠돌게 된다.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의 55%를 차지하는 것으로 해수부는 추정하고 있다.

● 오는 25년까지 스티로폼 부표 완전 퇴출

사정이 이렇자 해수부는 스티로폼 부표 제거에 본격 나섰다. 오는 25년까지 모두 친환경 부표로 대체하기로 했다. 발포형 친환경부표는 폴리프로필렌, 폴리에틸렌 등으로 만들었으며 잘 부서지지 않고 재활용이 쉬우며 물에 뜨는 소재다. 지난해 11월부터 양식장에서 성능시험도 마치고 교체 작업이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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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로폼 부표 퇴출은 지난 2015년부터 시작됐다. 국비와 지방비로 70%를 지원하고, 어민들이 30%를 부담하는 방식이다. 지난해까지 4년간 친환경부표로 대체한 실적은 25%에 불과하다. 정부는 올해부터 속도를 내 22년까지 50%를 대체하고, 25년에 완전 퇴출하겠다는 계획이다. 스티로폼 부표 퇴출이 더디게 진행된 것은 예산 때문이다. 15년부터 19년까지 매년 35억 원이 투입됐다. 올 예산은 배로 늘어 70억 원이 됐고, 내년부터는 2백억 원으로 크게 늘어난다.

그러나 양식장 외에 그물을 놓아 고기를 잡는 곳의 어망 표시판 스티로폼 교체는 아직 계획이 없다. 우선 양식장을 먼저 하고 순차적으로 예산을 세워 하겠다는 게 해수부 입장이다.
스티로폼 쓰레기 외에 일반 플라스틱 쓰레기 해양 유입 방지와 수거에도 정부와 자치단체가 속도를 내야 한다.

해양 쓰레기는 우리나라 홀로 처리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이웃한 중국과 일본, 동남아 등 세계 각국이 공동 연대해야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글로벌한 대응이 요구되는 환경이슈다.

바다거북이 등 해양 생물의 보금자리이자 인류의 먹거리를 제공해주는 바다환경을 더 이상 해쳐선 안 된다. 방치하고 눈감아 두는 동안 그 폐해는 고스란히 우리 건강을 위협하게 된다.
당연한 얘기지만 바다가 건강하고, 해양 생태계가 안전해야 사람들의 행복한 삶이 가능하다.

바다거북이 뱃속에서 플라스틱 쓰레기가 나오지 않을 때까지 쉼 없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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