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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자째 파는 보톡스…'어떻게?' 묻자 "병원서 받는다"

상자째 파는 보톡스…'어떻게?' 묻자 "병원서 받는다"

장훈경 기자 rock@sbs.co.kr

작성 2020.12.01 21:14 수정 2020.12.02 03:04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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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전문의약품으로 지정된 보톡스가 병원이 아닌 서울 시내의 사무실에서 버젓이 팔리고 있습니다. 저희 취재진이 가서 확인해봤더니 상자째로 아예 쌓여 있었고, 은밀하게 보톡스를 판다고 홍보까지 하고 있었습니다. 환자 시술에 쓰지 않고 이렇게 파는 것은 당연히 불법인데, 그렇다면 그들은 어디서 보톡스를 구해서 누구한테 팔고 있는 것인지 저희가 확인해봤습니다.

장훈경 기자입니다.

<기자>

서울 송파구의 한 사무실 앞. 흰색 아이스박스가 쌓여 있습니다.

국내 시장점유율 1위, H사의 보톡스입니다.

병원이나 의료 도매상도 아닌 곳에 왜 보톡스가 있을까.

확인 결과 사무실 운영자는 중국인 A 씨였습니다.

[업계 관계자 : 중국 촌들이 있잖아요. 그 촌을 위주로… 전국적으로는 이제 100개~200개 정도 되고, 크게 하는 (중국인)들이 한 여섯 군데 정도 지금 크게 하고 있어요.]

실제 이들은 위챗 같은 중국 메신저에 한국 보톡스를 뜻하는 은어를 쓰며 "원하는 제품을 다 갖고 있다", "한국에서 직접 받는 게 가격이 싸다"며 홍보했습니다.

개인 프로필에 진짜 보톡스를 판다고 홍보하는 한 중국인 판매자에게 구매 의사를 밝혔습니다.

한국에서 받을 수 있느냐고 묻자 서울 대림동으로 오라고 말합니다.

보톡스 박스
직접 가봤습니다. 간판은 환전소, 물류업체인데 입구와 사무실 안에 한국 보톡스가 상자째 쌓여 있습니다.

파는 데도 아무 거리낌이 없습니다.

[보톡스 불법 유통업체 : ((H사 보톡스) 300개랑 (D 제약사 보톡스) 200개 (받으러 왔는데요.)) 저기 책상 위에 있는 것, 세 상자 (가져가세요.)]

제약회사 출고가와 비교하면 H사 제품은 개당 7천500원, D사 제품은 6천 원 더 비싼데 업체는 손쉽게 350만 원 정도를 벌었습니다.

보톡스를 취급할 수 있는 것은 제약회사와 의약품 도매상 또 직접 환자에 쓰는 병원 등 딱 3곳뿐인데, 도매상도 의사도 아닌 중국인들이 대체 어떻게 보톡스를 구한 것일까.

판매자들에게 물어보니 병원에서 예약해 받는다고 털어놓습니다.

업계 관계자들도 불법 유통의 온상으로 국내 병원을 지목했고,

[업계 관계자 : 강남만 따졌을 때는 거의 10곳 이상 정도. 소량까지 (보톡스를) 빼는 병원을 합하면 보통 (전국에) 100군데에서 150군데 정도로 보고 있습니다.]

약품 일련번호를 확인해 보건복지부에 물어보니 같은 답이 돌아옵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 : 제약사에서 바로 병원으로 간 거라고 하네요. 의료기관에서 어떻게 썼는지는 확인이 안 되는 거고요.]

무자격 중국 동포들은 물론 병원이 환자 시술에 쓰지 않고 보톡스를 판매한 행위 자체가 명백한 약사법 위반, 적발되면 5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 벌금형을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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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Q. 보톡스 불법 유통, 파악 못하는 이유는?

[장훈경/기자 : 이게 기본적으로 의료보험 혜택이 안 되는 비급여 항목이기 때문인데요, 전문의약품 같은 경우에는 만드는 제약회사 그리고 의약품 도매업체가 생산, 입고, 출고까지 모든 과정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기록이 됩니다. 그런데 오직 이 병원만 보톡스를 납품을 받고 나면 어디에 어떻게 또 얼마나 쓰이는지가 기록이 안 됩니다. 바로 이 점을 악용해서 병원이 환자 시술에 쓰지 않고 불법으로 중국인들에게 보톡스를 팔아서 돈벌이를 하고 있는 겁니다.]

Q. 아무도 모르는 불법 유통량…피해는?

[장훈경/기자 : 실제 저희 취재진이 서울 대림동에서 구매를 한 것처럼 이런 불법 유통망이 이미 상당 부분 구축이 된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들이 빼낸 물량이 어느 정도고 또 그중에서 중국으로 가는 건 얼마고 또 국내로 풀리는 게 얼마인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미용실이라든가 출장 마사지 등에서 의료인이 아닌 사람이 보톡스 불법 시술을 하다가 경찰에 적발되는 사건이 종종 벌어지고 있는데요, 이런 과정에서 의료 사고라든지 시술 후에 부작용 같은 피해가 얼마든지 발생을 할 수가 있습니다. 결국 가장 큰 문제는 병원이 중국인들에게 보톡스를 불법으로 판다는 것인데 이 병원들을 직접 취재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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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서울 강남의 한 성형외과에 중국에 팔 보톡스를 구할 수 있는지 물어봤습니다.

처음에는 불법을 의식한 듯 모른 척하더니,

[강남 성형외과 A 원장 : 보톡스? 그게 무슨 말이죠? 아니요, 그건 안 하고 있는데…]

중국인 불법 유통업자의 이름을 대자 말이 바뀝니다.

[강남 성형외과 A 원장 : 얼마 정도 원하시는데요? 적당한 수준에서 해야죠, 뭐. 어차피 안 그러면 또 복잡해지니까, 뭐든지 일은.]

또 다른 강남 성형외과에 전화하니 당장 만나자고 합니다.

[강남 성형외과 B 원장 : 중국에 보내는 일인가요? 내일 4시 반에 뵙기로 하고.]

병원에 가봤습니다.

[강남 성형외과 B 원장 : 보톡스 중에서 어떤 거 말씀하시는 거죠? 우와 좋네. 몇만 개까지도 한다는 말이죠.]

원장은 전직 제약회사 대표까지 미리 불러둔 상태였습니다.

[강남 성형외과 B 원장 : 나하고 완전히 동지고, 뭐 한 몸으로 생각하고 얘기하면 돼요. 내가 물량이 많을 것 같아서 아예 그 친구를 좀 불렀어요. X 대표!]

병원 원장은 역시 미용 시술에 쓰는 의료기기인 필러도 같이 거래하자면서 납품가 2만 1천 원인 보톡스는 2만 5천 원에 3천 개, 납품가 1만 4천 원짜리 필러는 2만 2천500원에 6천 개를 사가라고 제안합니다.

[강남 성형외과 B 원장 : 우와 금액 엄청 크네. (필러는) 1억 3천500만 원. 보톡스는 7천500만 원이네. 우와, 금액 크네.]

자기 돈 한 푼 안 들이고 6천300만 원의 이익을 챙기는 셈인데 모두 현금으로만 거래하자고 합니다.

[강남 성형외과 B 원장 : 보톡스도 현금으로 받을 수도 있어요?]

[동석한 전 제약사 대표 : 서로 좋아요, 나중에 걸리면 서로 죽어요.]

업계 관계자들은 병원이 불법으로 빼돌리는 보톡스가 매달 20만 병에 이를 것으로 추정합니다.

병원은 20% 웃돈을 받고 중국 불법 유통업자에 넘기고, 이들은 또 여기에 20%의 이익을 남겨 보톡스를 판다는 것입니다.

[업계 관계자 : (병원) 원장님이 마음만 먹으면 (매달) 5천 병도 가능한 상황이라서 병원과 중국인들에 대한 이익은 각각 (매달) 8억 원 정도로 보고 있습니다.]

[김용범/의료 전문 변호사 : 밀수출죄의 방조범으로 해석될 수 있고요. 환자의 건강을 생각해야 하는 의료인이 (독성물질 불법 유통에) 개입됐다고 하는 것은 이건 굉장히 (심각한 일입니다.)]

최근엔 아예 사업자등록에 의약품 수출이나 무역을 추가해서 본격적으로 불법 유통에 가담하는 병원들도 늘고 있습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 : (병원이 의약품을) 수출하는 건 안 되고. 자기가 환자에게 팔지 않고 제삼자에게 환자 치료용이 아닌 다른 목적으로 약을 팔았다면 이건 그 자체로 위반이에요.]

추적이 힘들다는 비급여의 허점을 악용해 불법 유통되는 전문의약품들.

보건당국의 진상 조사와 함께 검경의 수사가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영상편집 : 소지혜, VJ : 이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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