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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北, 연이은 '새집들이' 행사…"원수님 고맙습니다"

[취재파일] 北, 연이은 '새집들이' 행사…"원수님 고맙습니다"
북한이 오늘(27일)자 노동신문에 함경남도 검덕지구에서 있었던 '새집들이' 행사를 대대적으로 보도했습니다. 지난여름 태풍으로 폐허로 변했던 지역에 새집들이 지어져 주민들이 입주하는 행사를 대대적으로 보도한 것입니다. 노동신문은 "자연의 대재앙으로…혹심한 피해 흔적이 역력하던 산악 협곡에 지금은 현대적인 문화주택들로 어디 가나 황홀경"이라며 "검덕지구에 들이닥쳤던 화가 복으로 전환되었다"고 전했습니다.

올여름 태풍 피해가 극심했던 북한은 대대적으로 복구 작업을 벌여왔는데, 각 지역별로 이뤄지는 새집들이 행사를 주요뉴스로 보도해 왔습니다. 조선중앙TV에 방송된 새집들이 보도를 보면 황해북도 금천군 강북리(9/18), 평안남도 평원군(9/30), 평양시 순안지구(10/5), 황해북도 은파군 대청리(10/17), 함경남도 홍원군(10/19), 강원도 일대 철원군, 평강군 등(10/25), 함경북도 김책시, 함경남도 이원군(11/7), 강원도 김화군(11/12), 양강도 삼지연시(11/14), 함경북도 어랑군, 함경남도 허천군(11/23), 함경남도 검덕지구(11/27) 등 10여 차례에 이릅니다.

북한 검덕지구 새집들이 행사 (사진=노동신문 홈페이지 캡처, 연합뉴스)
북한 검덕지구 새집들이 행사 (사진=노동신문 홈페이지 캡처, 연합뉴스)

● 새집들이 행사는 흥겨운 잔치마당

새집들이 행사에는 중앙 혹은 지역의 당 간부들과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주민들이 동원되고, 농악대를 앞세운 잔치마당과 주민들의 흥겨운 춤판이 벌어집니다. 주민들은 '입사증(집에 들어가서 살 수 있는 증서)'을 일일이 수여받고 집에 입주하게 되는데, 감격에 겨워 눈물을 흘리는 주민들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조선중앙TV에 나오는 주민 인터뷰를 보아도 감격 일색인데, "(김정은) 원수님 고맙습니다"라는 인터뷰의 내용이 전혀 과장돼 보이지 않습니다. 공짜로 집을 주는데 고맙지 않을 이유가 없겠지요. 또, 이렇게 공짜로 집을 배급받는 사람들에게는 그릇과 이불, TV 같은 기초 살림까지 준다 하니, 북한 주민들이 눈물을 쏟아내는 것도 일면 이해가 갑니다.

북한 검덕지구 새집들이 행사 (사진=노동신문 홈페이지 캡처, 연합뉴스)

사실, 요즘 북한에서 집을 배급받는 것은 일반적인 일이 아닙니다. 사회주의 원래 시스템으로는 집이든 음식이든 국가가 배급해줘야 하지만, 이런 일은 과거가 된 지 오래이고 지금은 집을 사고파는 것이 일반화돼 있습니다. 사유재산이 인정되지 않는 북한이라지만, '입사증'을 사고파는 형식으로 집 매매가 이뤄집니다.

하지만 이번 '새집들이'처럼 김정은 위원장의 관심하에 국가가 정책적으로 집을 제공하는 경우에는 전통적인 주택 배급이 이뤄집니다. 말하자면, 주택 매매와 배급이 공존하는 시스템인데, 당의 배려를 받는 경우에는 배급이라는 횡재를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주택과 기본 살림살이까지 공짜로 얻게 된 주민들로서는 김정은 위원장과 당이 한없이 고마운 존재이고 저절로 충성심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북한이 새집들이 행사를 10여 차례나 매체들을 통해 대대적으로 보도한 것은 이런 주민들의 충성심을 저변에 확산시키려는 의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새집들이의 정치학'이라고나 할까요.

북한 검덕지구 새집들이 행사 (사진=노동신문 홈페이지 캡처, 연합뉴스)

● 北, 수해 복구는 일단락

수해와 코로나로 인한 국경 봉쇄, 대북 제재로 삼중고를 겪고 있다는 북한이지만 수해 복구는 이제 어느 정도 일단락된 것 같습니다. 이달 중순까지만 해도 매일같이 대대적으로 보도되던 수해 복구 소식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고, 복구를 위해 지방에 파견됐던 '수도당원사단'도 지난 20일 평양으로 복귀했습니다.

아직도 미진한 부분들이야 많이 있겠지만, 대대적인 새집들이 보도로 당의 은덕을 주민들에게 선전하는 데에도 어느 정도 성공했으니, 김 위원장으로서는 내치에서 한숨을 돌릴 때가 됐습니다. 이제 관심은 미국의 정권 교체와 관련해 북한이 어떤 대외적인 메시지를 내느냐 일 텐데, 바이든 당선 이후에도 아직 한 차례도 관련 보도가 없는 것을 보면, 변화하는 대외 정세에 대한 북한의 판단이 아직 끝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사진=노동신문 홈페이지 캡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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