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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조주빈, 이렇게 체포됐다 ① '안 잡힌다'는 그가 돈, 사람, 조직에 덜미

[취재파일] 조주빈, 이렇게 체포됐다 ① '안 잡힌다'는 그가 돈, 사람, 조직에 덜미

법원 "범죄집단 인정" 조주빈에 징역 40년 선고

홍영재 기자 yj@sbs.co.kr

작성 2020.11.27 11:48 수정 2020.11.27 14:17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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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조주빈, 이렇게 체포됐다 ① 안 잡힌다는 그가 돈, 사람, 조직에 덜미
"언론·수사관 다 잘 들으라 이겁니다. 보지 못했던 자료들을 푸는 만큼 철저합니다. 내가 있는 국가는 수사가 안 됩니다."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이 올해 3월 초 자신이 운영하는 텔레그램 대화방에서 했던 말입니다. 자신만만했던 조주빈은 불과 2주 뒤인 3월 16일 오후 인천 미추홀구 자신의 집에서 체포됐고, 어제(26일) 1심에서 징역 40년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재판부는 조주빈과 '박사방' 운영진들이 "성착취물 제작과 공유라는 동일한 목적 아래 조주빈의 지시를 추종하고 따랐다"며 "이들이 범죄집단에 해당한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공범들에겐 7년에서 15년형이 선고됐습니다.

성착취물 사건과 관련해 처음으로 범죄집단에 의한 범행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또 아직 다른 n번방 사건들 판결을 앞두고 의미 있는 중형이 나왔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피해자 지원단체 '성착취공동대책위원회'는 어제 판결을 두고 "법원의 소임은 끝나지 않았다"며 "피해자의 현실을 반영하는 양형 기준과 적극적인 재판부의 해석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8개월 전 '절대 잡히지 않는다'고 자신한 조주빈의 1심 선고가 나온 만큼 오늘 취재파일은 그동안 기사에 담지 않았던 내용을 전합니다. 조주빈의 체포 과정입니다. 경찰 취재를 담당했던 기자로서도 이 사건을 담당했던 수사관들의 노고를 꼭 전하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n번방 이용자 10여 명 입건
● 가상화폐의 지폐화…잠복의 시작

'n번방'과 '박사방'에 대한 보도가 올해 초 몇몇 언론을 통해 이따금씩 이어졌고, 이에 서울지방경찰청은 지난해 11월부터 '박사방'의 존재를 인지하고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수개월째 수사를 이어왔지만 좀처럼 운영자 '박사'의 존재는 밟히지 않았습니다. 피해자들은 선뜻 나서지 않았고 '박사'를 비롯한 '박사방' 운영자들은 수사기관을 보란 듯 조롱했습니다.

경찰이 기대를 걸었던 건 조주빈이 박사방 입장료를 입금하라며 올린 가상화폐 지갑 주소였습니다. '박사방' 일당이 수차례 가상화폐 지갑을 바꾸며 돈세탁을 했지만 결국 현금화를 하려면 아무리 대포통장을 써도 국내 은행계좌를 거쳐야 하기 때문입니다. 경찰은 수차례 가상화폐 거래소와 관련 사이트에 자료 요청을 한 끝에 의미 있는 계좌들을 확보합니다.

계좌들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경찰은 특히 '박사'는 한 명이 아닌 여러 명에게 가상화폐로 번 범죄수익을 현금화시켰다는 사실을 확인합니다. 국내 은행 계좌를 역추적한 끝에 그 공범 중 한 명으로부터 "범죄 수익금을 경기도 수원시 ○○아파트에 전달했다"는 진술도 확보하게 됩니다.

경찰은 또 지난 1월 자신의 초등학교 시절 선생님을 수차례 협박한 혐의로 구속된 조주빈의 공범이자 사회복무요원인 강 모 씨의 이동 동선에도 주목합니다. 강 씨는 조주빈의 공범중 한 명으로 어제 징역 13년형을 선고받은 인물이기도 합니다.

올해 초 강 씨는 이미 구속된 상황에서 경찰 조사를 받았는데 작년 9월부터 '박사방' 텔레그램 계정을 광고하면서 피해자를 유인하는 역할을 맡은 걸로 파악됐습니다. 또 '박사방' 수익금을 가상화폐로 입금받고 직접 현금으로 환전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강 씨 역시 경기도 수원시 ○○아파트에 범죄 수익을 전달한 겁니다. 강 씨는 이외에도 조주빈과 살해 공모, 정치인 관련 제보를 준다며 사기를 친 뒤 받은 돈을 전달하기 위해 여러 차례 이 아파트를 찾았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박사'로 추정되는 인물이 유료 회원들이 낸 가입비를 현금화해 그 범죄 수익이 일차적으로 향하는 곳은 경기도 수원에 있는 ○○아파트 6호~7호 라인 4층 혹은 5층 소화전으로 확인됐습니다. 남은 건 누가 '이 돈을 가져가는지' 였습니다.

● 경찰, 조주빈 신원 확인하다

이야기는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경찰은 잠복 끝에 누군가 소화전을 열어 현금을 가져가는 걸 확인합니다. 이 아파트에 사는 A 씨였습니다. 곧바로 A 씨를 체포할 순 없었습니다. A 씨가 범죄 수익의 최종 목적지인지, 아니면 거쳐가는 단계인지 모르기 때문에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야했습니다.

이 아파트는 엘리베이터를 두고 집이 마주보는 계단식 아파트라 마땅한 잠복 장소도 없고 자칫 주민들이 수상히 여길까 특히 잠복을 담당하는 수사관의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고 합니다. 기나긴 잠복이 며칠째 이어지고, 어느 날 A 씨가 외출을 합니다. 서울 구로의 한 쇼핑몰에서 어떤 남성과 식사를 합니다. A 씨가 만나는 거의 유일한 외부인이었습니다. 이제는 이 남성이 궁금해집니다.

남성은 A 씨와 헤어져 홀로 인천행 지하철을 탔습니다. 남성이 내린 곳은 인천 2호선 시민공원역. 남성이 지하철 출구로 나오자 한 시민단체가 지하철 출구 앞에 테이블을 깔고 서명운동을 진행 중이었습니다. 남성이 펜을 들고 무엇인가 적고 다시 발길을 돌렸습니다. 뒤따르던 수사관이 대체 무엇을 적었는지 확인했습니다.

<②편에서 계속>
※ 2편은 아래 링크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 [취재파일] 조주빈, 이렇게 체포됐다 ② 서명운동 명단에 직접 남긴 '조주빈' 세 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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