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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들면 살기 어려워" 실버세대 막은 터치 장벽

"나이 들면 살기 어려워" 실버세대 막은 터치 장벽

최재영, 안서현 기자 stillyoung@sbs.co.kr

작성 2020.11.24 21:08 수정 2020.11.24 21:55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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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요즘 사람 대신에 기계가 주문을 받는 식당이 늘고 있습니다. 원하는 메뉴를 정하고 거기서 결제까지 하는 건데 조사 결과 70대 이상 어르신들은 이런 데서 주문하는 걸 상당히 어려워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렇게 기술이 발전하고 세상이 빠르게 바뀔수록 누군가는 일상이 더 힘들어지는 문제, 그 해결책까지 저희가 오늘(24일) 짚어보겠습니다.

최재영 기자, 안서현 기자가 차례로 전해드립니다.

<최재영 기자>

서울에 있는 한 패스트푸드 음식점에서 방역 출입기록을 남기는 손님들을 지켜봤습니다.

대부분은 스마트폰 QR코드를 켜고 바로 입장합니다.

그런데 그 옆에서 인적사항을 손으로 적는 고령층이 눈에 띕니다.

[조승희/72세 : 한 번 해봤는데 잘 안 돼서 아예 포기해 버리고 그냥 그렇게 (종이에 써요.)]

코로나 이후 비대면 거래와 비용 절감을 위해 빠르게 늘고 있는 무인판매대, 키오스크도 고령층에게는 부담입니다.

소비자원이 70대 이상 고령 소비자를 대상으로 관찰 조사를 했더니 5명 중 3명 정도가 키오스크에서 버스표를 사지 못했고 대부분은 키오스크를 이용해 음식을 주문하는 일에 애를 먹었습니다.

기계이용하는 시민들
그렇다면 실제 세대 간 디지털 격차는 얼마나 될까요?

20대와 65세 이상 각각 10명에게 디지털 기기 활용 경험을 물었습니다.

QR 코드로 개인인증을 할 수 있다면 앞으로 한 칸, 그렇지 않다면 제자리. 키오스크 이용에 어려움이 없으면 또 앞으로 한 칸.

[김O기/77세 : 실수가 있어. 취소하는 것도 좀 잘 모르는 경우도 있고, 나이 들고 하니까 애로는 있어요]

[박O옥 / 74세 : (온라인 장보기를 딸이) 가르쳐줬거든. 그래서 한번 했는데 또 잊어버리고, 한번 이 귀로 들으면 이 귀로 나가고…]

3자 통화를 해 본 적 있는지, 병원에 있는 기계 결제를 쉽게 할 수 있는지, 코로나 확진자 정보를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는지 이런 10가지 질문을 물었더니 20대가 모두 10칸 가운데 평균 약 9칸을 나간 반면 65세 이상은 겨우 약 3칸만 앞으로 나갔습니다.

[박O옥 / 74세 : 점점 나이 먹은 사람들은 살기 어려울 거 같아요. 안 배우고는 아무것도 못 하게 생겼어요]

[고정현/한국정보화진흥원 수석연구원 : 생활의 불편함 문제가 아니라 이제는 생존의 문제까지 나갔어요. 지난번에 코로나 초기에 마스크 대란 있지 않습니까. 그 시기에 코로나 약국 관련된 마스크의 정보를 모르는 노인들은 무작정 가서 기다리거든요.]

65세 이상 고령층들은 온라인에서 쇼핑을 하거나 온라인에서 예매를 하는 온라인 서비스 이용률이 일반국민보다 14.9%P 낮았습니다.

디지털 생활의 필수품인 스마트폰 자체가 없는 경우도 많았는데 60대는 10명 중 2명이, 70대 이상은 10명 중 약 6.5명 정도가 스마트폰 자체가 아예 없었습니다.

반면에 20대에서 50대까지는 99%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그냥 아날로그로만 살기에는 세상은 점점 더 빨리 변하고 있습니다.

이런 변화 속에서 고령층이 그 손해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이런 디지털 격차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찾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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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서현 기자>

[라쿠/교육용 로봇 : 화면에 보이는 손가락과 같이 1초 정도 화면에 손가락을 댔다가 떼주세요. 우와 잘하셨어요!]

서울의 한 복지관.

나이 지긋한 수강생들이 로봇 선생님의 지시에 따라 신중하게 스마트폰 화면을 눌러봅니다.

스마트폰에 익숙해지면 좀 더 고난도에 도전합니다.

햄버거를 주문하거나 KTX 표 예약하기처럼 거리에서 만날 수 있는 디지털 환경을 가르쳐줍니다.

[권정규/(70세) 수강생 : 눈들이 잘 안 보이니까 잘 못하겠고, 또 뒤에 사람이 있으면 빨리해야 되니까 잘 못하겠고.]

주로 지자체들이 디지털 기기가 부담스러운 고령층을 위해 복지관이나 주민센터에서 이런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광석/서울과기대 IT정책전문대학원 교수 : 단순히 활용법을 가르치면 그 기술은 몇 년 지나면 또 옛날 기술이 돼버리거든요. 단순히 기술을 잘 쓰는 것이 아니고 기술의 원리나 이 기술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디지털 소외 계층을 사회 곳곳에서 배려하도록 유도하는 정책도 필요합니다.

미국이나 영국, 그리고 중국에서도 우리나라 114와 같은 번호안내 사업자가 예약, 길 안내, 상품 가격 비교 대행 등 각종 편의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스마트 기기를 못하더라도 전화로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한 겁니다.

[전치형/카이스트 과학기술정책대학원 교수 :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의 처지를 살피고 이해하고 분석하고 그것을 개선하기 위해서 과학기술이 할 수 있는 역할을 고민하는 것, 그것을 이제 '돌봄의 과학', '돌봄의 과학기술' 이렇게 부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코로나로 더 빨라진 디지털 기술의 확산, 디지털에 취약한 고령층이 차별을 받거나 불평등한 대우를 받지 않도록 사회적인 배려가 필요합니다.

(영상취재 : 이병주, 영상편집 : 김준희, CG : 홍성용·최재영·이예정·성재은·정시원, VJ : 정영삼·정한욱·김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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