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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판다] "쉼터 대폭 확충"…신청서 냈더니 우수수 탈락

[끝까지판다] "쉼터 대폭 확충"…신청서 냈더니 우수수 탈락

소환욱 기자 cowboy@sbs.co.kr

작성 2020.11.23 20:50 수정 2020.11.23 21:41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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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아동 학대 사건은 계속 늘어나는데 대책은 부족하단 지적이 나오자 정부는 넉 달 전, 과감한 개선책이라며 쉼터를 늘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말 뿐이었습니다. 지방자치단체가 내년에 쉼터를 20곳 늘리겠다고 요청했는데, 정작 정부는 예산안에 10곳만 반영한 것으로 저희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계속해서 소환욱 기자입니다.

<기자>

2017년 국정감사장, 학대 피해 아동의 가족이 어렵게 입을 열었습니다.

[서혜정/아동학대피해가족협의회 대표 (2017년 10월 13일) : 이 예산 가지고는 쉼터를 늘릴 수도 없고요. 정말 아동학대 더 이상은 외면하지 말아 주세요. 부탁하겠습니다. 장관님.]

장관이 답은 했지만,

[박능후/보건복지부 장관 (2017년 10월 13일) : 일단, 학대 피해 아동들을 제대로 보호할 수 있는 쉼터가 확장돼야 하겠고요.]

3년이 지나도 별로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올해도 창녕 학대, 천안 학대 사건 등으로 여론이 들끓자 정세균 총리는 "마지막이란 각오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고 지난 7월 29일 학대 방지 대책을 내놨습니다.

'쉼터 확충'으로 '인프라를 과감히 개선한다'는 내용이 포함됐고 이에 따라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쉼터 확충 계획을 조사했습니다.

쉼터를 운영하는데 지자체와 정부 예산이 6대 4로 들어가는 만큼 지자체가 나서지 않으면 쉼터 신설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말로만 그쳤던 쉼터 확대, 과연 이번엔 제대로 이뤄질지 추적해 봤습니다.

서울 은평구, 세종, 횡성, 진천 등 19개 지자체가 예산 60%를 부담하겠다며 쉼터 20곳 신설을 신청했는데 정부가 내년 예산안에 반영한 건 10곳뿐이었습니다.

과감한 확충을 내세웠던 정부의 입장이 바뀐 걸까, 예산을 담당하는 기획재정부에 물어봤습니다.

기재부 관계자는 "예산 편성이 마무리될 때인 8월 초까지 쉼터 신청이 끝나야 하는데, 미반영된 10곳은 8월 중순 이후 요청이 와 예산안에 반영되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떨어진 10곳 가운데 제주 서귀포는 4월 8일, 충북 진천군은 7월 2일, 일찌감치 예산을 신청했습니다.

신청이 늦어 예산안에 반영 못했다는 해명,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기재부 주장처럼 8월 중순을 넘긴 곳도 있었지만, 이들 지자체도 정부가 보낸 공문을 따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복지부가 지자체에 보낸 공문입니다.

쉼터 신청 마감시한이 기재부가 설명한 8월 초가 아니라 9월 2일로 명시돼 있는 겁니다.

[쉼터 예산 미반영 지자체 담당자 : 저도 당황스러운데 학대 피해 아동 쉼터가 저희 주변에 없어요. 그래서 이렇게 신청을 하고 상세 계획 이렇게 해서 (정부에) 제출을 했는데….]

쉼터를 과감히 늘리겠다며 지자체에 신청하라 해 놓고선 막상 예산안을 짤 땐 후 순위로 미룬 겁니다.

쉼터 10곳 신설에 정부 예산은 설치비와 운영비를 합쳐 17억 5천2백만 원이 들어갑니다.

[양향자/더불어민주당 의원 : (지자체는 정부를 향해) 도대체 예산을 이런 아이들한테 안 쓰면 어디다 쓰는 거냐, 이런 말씀들도 많이 하시고, 아이들을 우리 국가가 제대로 보호해주지 않으면 저는 국가 존립의 의미가 없다고 생각을 합니다.]

어렵사리 신청한 지자체 요청을 수용해 20곳이 모두 신설되더라도 전국의 쉼터는 90여 개, 해마다 3만 건씩 일어나는 아동 학대 피해자를 수용하기엔 그래도 부족합니다.

'과감한 개선'이 더 이상 말이 아닌 행동으로 이어져야 할 절박한 상황입니다.

(영상취재 : 공진구·신동환, 영상편집 : 박진훈, VJ : 김준호, CG : 이예정·성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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