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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추미애 · 윤석열이 잃은 것, 얻은 것

[취재파일] 추미애 · 윤석열이 잃은 것, 얻은 것

배준우 기자 gate@sbs.co.kr

작성 2020.11.21 08:23 수정 2020.11.21 08:31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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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미애 ‧ 윤석열이 잃은 것, 얻은 것

지난해 12월 5일, 추미애 의원이 법무부 장관에 내정됐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사의를 표명한 지 두 달여 만이었다. 조국 전 장관 비위 의혹 수사팀과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 수사팀을 교체할 거라는 우려가 나왔다. 검찰 내부에서는 법조인 출신인 추미애 후보자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다. 당시 대검에 근무했던 한 간부는 "판사 출신이라 법과 원칙을 지킬 것이다. 소통에 기반한 검찰 개혁이 가능하지 않을까"라고 언급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내정 이튿날인 12월 6일 추미애 후보자에게 축하 전화를 걸었다.

● 추미애 장관이 잃은 것 = 평검사

추미애 장관은 한 달간의 인사 검증을 거쳐 지난 1월 2일 임명됐다. 이튿날 열린 취임식은 검찰 간부들로 붐볐다. 조국 전 장관 취임식에는 김영대 서울고검장만 참석했다. 조국 전 장관 관련 수사가 진행 중이던 상황을 고려해 간소하게 진행했다. 반면, 추미애 장관 취임식에는 당시 강남일 대검 차장, 배성범 서울중앙지검장, 한동훈 반부패강력부장, 조남관 서울동부지검장 등이 대거 참석했다. 살아있는 권력의 비위 의혹을 겨눴던 수사팀과 지휘부였다. 윤석열 총장은 추미애 장관 취임식 당일에도 축하 전화를 걸었다.

추미애 장관은 검찰의 속내를 읽었을 것이다. 그리고 1월 3일 취임식에서 이렇게 말했다. "검찰을 개혁의 대상으로만 치부하지 않고 한 분 한 분을 진심으로 개혁의 동반자로 삼아 국민이 바라는 성공하는 검찰 개혁 이뤄가겠습니다"라고.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도 강조했다. 맞는 말이다. 검찰은 통제가 필요한 조직이다. 형사부·공판부 강화와 여성 검사 중용도 추진했다. 본심은 취임 닷새 뒤인 1월 8일 인사에 담겨 있었을지도 모른다. 당시 수사를 맡고 있던 검찰 간부들이 대거 좌천됐다. '보복성 인사' 또는 '인사 대학살'이라는 말이 나왔다. 추미애식 검찰 개혁의 명암(明暗)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취임 1년이 다 돼 가는 지금 추미애 장관에 대한 평검사들의 생각은 어떨까.

돌아선 평검사들이 많다. 추미애 장관의 '커밍아웃' 발언이 결정적이었다는 게 법무부와 검찰 내부 설명이다. 논란은 추 장관이 지난달 29일 SNS에 현직 검사들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며 "이렇게 커밍아웃 해주시면 개혁만이 답"이라고 한 줄 올린 데서 시작됐다. 이른바 '좌표 찍기'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좌표가 찍혔던 검사는 제주지검 이환우 검사이다. 이 검사는 검찰 내부망에 검찰개혁의 방향성을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이 검사는 국정농단 사태 때 박근혜 전 대통령 체포를 주장한 인물이기도 하다). 이 검사는 주변에 "심적으로 힘들다. 하지만 장관이 끝까지 가지는 않을 거란 믿음은 있다"라는 취지로 속내를 털어놨다고 한다. 동료 검사들이 이 검사를 격려하려고 단 댓글은 일주일간 400개에 육박했다.

한 분 한 분을 진심으로 개혁의 동반자로 삼겠다던 추미애 장관의 취임사와 지금 상황은 분명 괴리감이 있다. 지난달 20일 "대검을 저격하라"라고 SNS에 올린 글에 대해 검찰 내부에서는 "장관이 구성원을 공격하라니 상실감이 든다. 장관이 아니라 정치인 역할에 충실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물론 추미애 장관을 지지하는 검사들도 있다.

추미애 꽃다발
● 추미애 장관이 얻은 것 = 꽃바구니

정치적 지지층을 포섭하는 데에는 성공했다. 지난 9월 9일, 추미애 장관 출근길을 취재하러 법무부 정부과천청사 입구에 기다리고 있었다. "추미애 장관님 사랑합니다. 힘내세요"라는 글귀가 적힌 꽃다발과 꽃바구니가 배달되는 걸 목격했다. 2시간여 동안 확인한 것만 8개 정도였다. 청사 출입증 교부 담당 직원에게 문의하니 "일반인들(지지자들 추정)이 계속 보내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당시 한 법조인이 말했다. '저 꽃바구니는 추미애 장관 본인이 잘 하고 있다는 착각이 드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추미애 장관의 행보는 파격적이었다. 수사지휘권을 세 차례 행사했다. 피의자 휴대전화 비밀번호 강제공개 법안 검토 의사도 밝혔다. 피의자의 방어권을 침해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참여연대와 민변, 한변, 서울변회, 대한변협, 형사소송법학회가 "반헌법적 발상"이라고 성토했다. 명분은 검찰 개혁이었다. 검찰 개혁이라는 구호를 외칠 때마다 "우리가 추미애다"라는 식의 지지세는 더욱 견고해졌다.

추미애 장관의 검찰 개혁은 취임 초기 밝혔던 "한 분 한 분을 진심으로 개혁의 동반자로 삼겠다"라는 개혁 일성(一聲)과는 거리감이 있다. 윤석열과 그 측근을 퇴출시키는 데 집중돼 있다. 그런 오해를 사기에 충분한 상황이다. 윤석열 총장과 그 측근에 대한 전방위적 감찰이 진행되고 있다. 지지층은 환호한다. 추미애 장관은 호응한다. 최근 SNS에 지지층이 보내온 꽃바구니를 청사 내외부에 진열해 사진으로 찍어 인증하기도 했다. 자기 정치를 한다는 말도 나온다. 윤석열 총장이 사퇴 압박에 못 이겨 진즉 옷을 벗었다면 추미애 장관의 존재감은 어느 정도였을까. 윤석열이 끝까지 버텨야 추미애가 사는 역설적인 상황이다.

● 윤석열 총장이 잃은 것 = 조직 장악력

350여 개. 한 달 전 대검 청사 인근에 배치됐던 화환 개수이다. 추미애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행사할 때 그 숫자가 급격히 늘어났다(서울 서초구청이 지난달 말 자진철거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내 윤석열 검찰총장이 이를 수용했고 지금은 모두 철거됐다). 윤 총장에 대한 지지세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수치이다. 역대 검찰총장의 이름을 기억하는 국민들이 많지는 않다. 그런데 이례적으로 국민들이 윤석열 이름 석 자를 외친다.

검찰 내부 분위기는 어떨까. 지지와 우려가 공존한다. "앞으로 검찰 인사는 전적으로 장관 의지에 달렸다. 그게 너무나 분명해졌다"라는 얘기가 들린다. 윤 총장도 이를 잘 알고 있다. 지난달 22일 대검찰청 국정감사 당시 윤 총장은 자신을 가리켜 <인사권도 없는 식물총장>이라고 표현했다.

물론 검찰 인사 관련 의견 개진에 윤 총장이 손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검찰청법 제34조 제1항은 '검사의 임명과 보직은 법무부 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한다. 이 경우 법무부 장관은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어 검사의 보직을 제청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법과 절차에 따라 윤 총장이 의견을 냈지만 반영되지 않았을 뿐이다. 법무부가 사실상 전적으로 인사를 주무르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인사에 따라 검찰 내부가 갈라지고 있다. 요즘 서초동에서 대검찰청은 <야당>이고 길 건너편 서울중앙지검은 <여당>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떠돈다. 대검과 중앙지검의 갈등 기류는 여전하다. 윤석열 총장은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대면보고를 받지 않는다. '야당 검찰청'에서는 '여당 검찰청'을 정치적이라 생각하고, '여당 검찰청'에서는 '야당 검찰청'이 정치적이라고 맞받는 상황이다. 검사들은 누구와 통화하는지 알려지는 것조차 스스로 경계한다. 일반 전화보다 메신저 전화나 메신저 비밀 대화를 더 선호한지는 오래됐다. 직업병이자 괜한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서다. '왜 이러고 살아야 하느냐'는 푸념이 적지 않다.

윤 총장은 통감하고 있을 것이다. 최근 일선 검찰청 검사들을 상대로 릴레이 간담회를 여는 것은 조직을 다스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오는 23일(월)과 24일(화)에는 연이틀 오찬 간담회를 갖는다. 조만간 법무부가 검찰직제 개편을 명분으로 고위급 간부 인사를 단행할 거라는 관측이 나온다. 추미애 장관의 검찰 인사에는 메시지가 있다. 검찰 내부에서는 이번 인사가 정말 단행될 것인지 주목하고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 (사진=연합뉴스)
● 윤석열 총장이 얻은 것 = 반사이익

서초동 식사자리에 오가는 얘기에는 레퍼토리가 있다. 요즘에는 윤석열 총장의 사주풀이가 화제이다. 누를수록 튀어 오르는 사주라고 한다. 윤석열 총장에 대한 관심과 지지에 대한 반증이라고 본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차기 대권 지지율에서 1위를 차지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최근 발표됐다. 3위를 했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있다. 후보 간 양자 대결에서는 오차범위 내 접전으로 나왔다.

윤 총장에 대한 지지율 상승세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행사하면서 뚜렷해지기 시작했다. 추미애 장관과 여권이 만들어 준 '반사이익'이라는 게 여러 법조인들의 평가이다. 굳이 얻으려고 해서 얻은 건 아니라는 거다. 윤석열 총장과 과거 같이 근무한 적이 있던 전직 검찰 간부는 "윤석열 총장은 반사이익을 계산하고 움직일 만큼 치밀한 스타일은 아니다"라고 기억했다. 윤석열 총장은 여론조사에서 이름을 빼 달라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한다. 대권 지지율 1위라른 여론 조사 결과에 대해서도 철저히 함구하고 있다. 속내는 알 수 없다.

박근혜 정권 때부터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고 좌천되면서도 버텼던 윤석열 총장의 뚝심도 지지율 상승세에 한몫했을 것이다. 이러한 뚝심을 '독선'이라고 혹평하는 전직 검찰 간부도 있다. 윤 총장 본인이 옳다고 생각하면 한 곳만 보고 간다는 것이다.

윤 총장에 대한 지지세는 이제 뚜렷해졌다. '검찰총장 윤석열'에게는 독이 든 성배가 될 수도 있다. 검찰총장이 정치권 이슈에 오르내리면 검찰 수사의 중립성이 훼손되거나 의심받을 수 있다. 최근 사례만 봐도 그렇다. 대전지검이 진행 중인 월성 1호기 원전 수사에 대해 정치권이 의도가 있다고 공세를 하는 것이다. 윤석열 총장이 쌓아온 명예와 그간의 행적이 재해석돼 의심받거나 폄하될 수도 있다. 검사 출신 변호사는 "그 쟁쟁했던 김기춘, 황교안, 안대희 모두 정계에 발을 들이면서 추풍낙엽처럼 쓰러졌다"라고 말했다. 남은 건 윤석열 총장의 선택이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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