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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예방적 살처분은 거리두기 몇 단계일까요?…돼지 농가 곧 재입식

[취재파일] 예방적 살처분은 거리두기 몇 단계일까요?…돼지 농가 곧 재입식

박찬범 기자 cbcb@sbs.co.kr

작성 2020.11.19 10:30 수정 2020.11.19 10:40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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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리두기 격상에 신중할 수밖에 없는 이유

사회적 거리두기가 5단계 체제(1->1.5->2->2.5->3)로 개편됐습니다. 단계가 올라갈수록 운영이 제한되는 시설의 범위가 넓어집니다. 마지막 단계인 3단계가 되면, 필수 시설은 제외하고 모든 시설의 운영이 사실상 중단됩니다. 식당이나 카페는 물론이며 국공립 시설도 문을 닫습니다. 스포츠 경기도 중단됩니다. 10인 이상 모임도 금지됩니다. 특히, 자영업 종사자들의 경제적 손실이 눈덩이만큼 불어납니다.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는 상상조차 싫을 정도로 파장이 큽니다.

박찬범 취재파일용
방역 당국도 항상 거리두기 단계를 상향 조정할 때마다 신중합니다. 방역 조치 강화로 발생한 경제적 피해가 크기 때문입니다. 지난 8월~10월 사이 시행됐던 거리두기 2.5단계를 기억하실 겁니다. 당시에는 2.5단계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개편 전에는 3단계(1->2->3) 체제였습니다. 방역 당국은 2단계에서 3단계로 격상할 경우 경제적 피해가 클 것으로 판단해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라는 절충안을 내놓았던 것입니다.

● 예방적 살처분은 거리두기 몇 단계일까요?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하면 긴급행동지침에 따라 발생 농가는 살처분이 원칙입니다. ASF가 발생하지 않은 농가도 방역 10km 내 위치하면 예방적 살처분을 했습니다. 살처분은 말 그대로 사육 돼지를 모두 죽인 다음에 땅에 묻는 최후의 수단입니다.

예방적 살처분 조치는 코로나19 거리두기로 따지면 몇 단계일까요? 가장 강력한 조치인 3단계라고 생각합니다. 농장주는 살처분을 하는 순간 모든 경제적 행위가 중단됩니다. 정부가 다시 돼지를 키울 수 있도록 허용할 때까지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거리두기 3단계로 시설 대부분이 운영을 중단하는 경우와 다를 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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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강원 살처분 농가 261호, 1년 넘게 거리두기 3단계 조치

코로나19 방역과 돼지 사육 농가 방역을 동일선상에서 비교하는 것은 맞지 않아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자영업 종사자들의 생계가 방역 정책에 따라 좌지우지될 수 있다는 점에서는 분명 공통점이 있습니다.

ASF는 지난해 9월 경기 파주에서 처음 발생했습니다. 경기 북부를 중심으로 퍼져나갔고, 결국 돼지 농가 261호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돼지를 묻었습니다. 어느덧 1년이 지났습니다. 농가는 수입 없이 버텼습니다. 대부분 농가는 축사를 지을 때 은행으로부터 돈을 빌리는데, 매월 이자만 갚아가며 적자에 허덕였습니다. 농장주들에게 지난 1년은 거리두기 3단계 그 이상이었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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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년여 만에 재입식, 농가 숨통 트이나

농가는 방역 당국과 협의해 재입식을 준비했습니다. 재입식은 농가에서 다시 돼지를 들여와 사육을 재개하는 것을 말합니다. 강원 화천 농가에서 ASF가 다시 발생하면서 재입식이 잠정 중단되는 우여곡절도 있었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11월 16일자로 재입식을 재개하기로 했습니다. 재입식 심사는 지자체 차원에서 이뤄집니다. 먼저 시‧군에서 해당 농가를 살펴보고, 도 차원에서 본격적으로 심사합니다. 현재 5개 농가가 재입식 평가를 마쳤습니다. 빠르면 1~2주 이내 그토록 기다렸던 돼지를 다시 키울 수 있게 됩니다. 이 밖에도 10여 개 농가가 재입식 심사를 앞두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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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입식 평가 기준, '8가지 강화된 방역 시설'

재입식 평가 요소에는 8가지가 있습니다. ①외부 울타리, ②방조·방충망, ③폐사체 보관시설 ④내부 울타리, ⑤입출 하대 ⑥방역실, ⑦전실, ⑧물품 반입 시설입니다.

농장 시설을 외부로부터 철저히 구분하는 게 중요합니다. ASF 바이러스는 야생동물에 묻은 채 농장으로 들어올 수도 있고, 외부인의 옷이나 외부 차량 바퀴에 묻은 채로 유입될 수 있습니다. 외부 울타리가 첫 번째 평가 요소인 이유이기도 합니다.

● "아직 갈 길 멀었어"…재입식 평가 준비에 분주한 농가

경기 파주의 한 농장주와 통화했습니다. 재입식 심사를 받으려면 한 2~3개월 더 있어야 될 것 같다고 말합니다. '아직 갈 길이 멀었다'고 얘기합니다. 외부 울타리도 보강해야 하고, 방역실과 전실 공간도 따로 구비하는 작업이 끝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축사 시설에서 주로 생활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재교육도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특히 오래된 농가일수록 준비할 게 많습니다. 비교적 신축인 돼지 농가는 8가지 강화된 방역 시설 가운데 이미 충족한 요건이 많다고 합니다. 그러나 오래된 농가일수록 시설을 새로 짓거나 고칠 게 많아 시간이 더 걸린다고 합니다. 그만큼 추가 비용도 더 많이 듭니다.

● 재입식으로 강화된 농가 방역 시설 '전화위복(轉禍爲福)'

재입식 심사를 통과한 농가의 방역 시설은 최고 수준일 것입니다. 앞서 말한 8가지 방역 시설을 모두 갖췄기 때문입니다. 이번 재입식 평가가 전화위복이 되길 바랍니다.

다만, 8가지 시설을 모두 갖춘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농가와 관련 종사자들의 실천도 필요합니다. 외부 차량이 축사에 들어오지 않도록 철저히 감독하고, 종사자들 역시 출입 시 신발을 갈아 신는 등 기본적인 수칙을 잘 지켜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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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입식 이후 돼지 출하까지 최소 1년

11월 중순에 재입식을 해도, 돼지를 키워 출하하려면 최소 1년여 정도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농가가 돈을 벌려면 아직도 많은 시간이 남아있습니다. 먼저 종돈(種豚)을 들여야 하고, 임신을 거친 뒤 새끼 돼지를 6개월간 키워야 합니다.

ASF 살처분 농가에 내려졌던 '거리두기 3단계' 조치는 끝나가고 있습니다. 국내 사육 농가에 더 이상 ASF가 발생하지 않아 살처분 같은 '거리두기 3단계'는 다시는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경기‧강원 돼지 농장주들 얼굴에 다시 웃음꽃이 피는 날이 어서 오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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