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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나랏돈은 눈먼 돈?…황당한 중기부 '비대면 바우처 플랫폼'

[취재파일] 나랏돈은 눈먼 돈?…황당한 중기부 '비대면 바우처 플랫폼'

정부 지원금 노린 400만 원짜리 서비스 가득…"내 돈 주고는 안 사"

노동규 기자 laborstar@sbs.co.kr

작성 2020.11.17 15:29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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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바우처 플랫폼'이라는 게 있습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운영하는 사이트입니다. ( ▶ 20인 화상회의가 400만 원? "내 돈이면 안 사") 코로나 사태로 중소기업들도 비대면 업무가 필요하다고 보고 원격 근무 환경을 지원하려고 만들었습니다. 화상회의와 재택근무, 돌봄 등 6개 분야 서비스를 공급할 수 있는 '공급 기업'을 중기부가 선정해, 이를 필요로 하는 중소기업(수요기업)과 연결해주는 겁니다.

수요기업은 플랫폼 속 공급기업의 서비스를 이용할 때 자기 부담금 10%를 포함해 정부로부터 400만 원씩 지원받습니다. 올해와 내년 각각 8만 곳씩 모두 16만 중소기업에 세금으로 400만 원어치 비대면 업무 환경을 구축하겠다는 게 정부 목표입니다. 지난 3차 추경에서 처음으로 예산 3,110억 원이 편성됐고 지금 국회에 제출돼 있는 내년 예산안에도 2,880억 원이 책정돼 있습니다. 박영선 중기부 장관은 이를 K-비대면 바우처라고 부르며 "시장에 자리매김하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비대면 바우처 플랫폼
● 정부 예산 노린 400만 원짜리 상품 가득…대놓고 뒷거래 제안도

플랫폼 홈페이지를 열어 내용을 살펴봤습니다. 기술도 내용도 제각각인 소프트웨어와 서비스들 상당수가 약속이라도 한 듯 가격이 딱 400만 원입니다. 더 저렴할 수 있는 서비스도 정부 지원금 한도에 맞춰 내놓았다는 의심이 듭니다. 10명만 동시 접속할 수 있게 한 화상회의 솔루션 상품 가격이 400만 원인 식입니다. 중소기업들은 "세계 1위 화상회의 앱 줌만 해도 무료로 100명씩 접속할 수 있는 세상인데 황당하다"는 반응입니다. 바우처를 신청한 한 공연기획 전문 벤처업체 대표는 줌을 유료 계정으로 사용하고 있다면서 플랫폼 속 화상회의 솔루션들에 대해 "내 돈 주고는 절대 안 쓴다"고 평가했습니다.

정부가 "우리가 돈 대줄 테니, 이것들만 써라" 하는 식이니 세금 낭비 징후는 벌써 나타나고 있습니다. 실제 비대면 업무가 필요한 기업이 자신들에게 필요한 기술을 시장에서 찾아 거래하는 게 아니다 보니 예견된 일입니다. 아래는 한 수요기업이 공급 기업으로부터 제안받은 내용입니다.
 
코로나로 지친 일상, 중소기업(법인사업자, 개인사업자 모두)을 운영 중이신 여러분께 작은 선물 하나 드리고자 우선 톡을 빌어 알려 드립니다.
현재 정부에서는 중소기업의 디지털화 촉진 및 비대면 분야 육성을 위해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지원하는 사업으로 "비대면 서비스 이용 가능 바우처(최대 400만 원/자부담 10%)"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그럼 당장 40만 원을 무엇인지도 모르는 것에 부담하라는 말인가 하는 의심이 드실 텐데, 실상은 그런 것이 아니라 가입 시 필요한 40만 원을 입금하시면, 마케팅 프로모션 자금으로 80만 원을 환급해드리고 있습니다.
첨부파일에 관련 사항을 문의할 수 있는 (주)○○○의 연락처, 대표자 연락처 등이 표기되어 있고, 궁금한 점이 있으면 언제든지 저나 (주)○○○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처리는 첨부된 파일의 5~6 page에 나와 있는 절차에 따라 신청하시면 되고, 가입 확인 후 3일 이내 80만 원을 입금해 드리겠습니다.

자신들이 400만 원에 파는 서비스를 40만 원만 들여 사주면, 대가로 현금 80만 원을 주겠다는 내용입니다. 대놓고 뒷거래를 제안한 겁니다. 어차피 나랏돈이니 일단 쓰고 보라는 식입니다. 중기 부도 이를 예상 못 했던 건 아니었는지, 최근 기업들에게 '경고 공문'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중기부의 경고에도 세금을 노리는 공급업체가 여전히 있습니다. 한 공급기업 대표는 수요기업인 것처럼 전화를 건 기자에게 "필요하신 물품을 뭔지 (신청서에) 적어주시면 된다"고 당당히 현물 제공을 암시하기도 했습니다.
기원지업서비스에 예산 펑펑
● 정부가 '지대추구 행위' 조장한 꼴…"중소기업 현장 알기나 하나"

지금 중기부의 비대면 바우처 플랫폼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경제학에선 '지대추구 행위'라고 부릅니다. 경제 주체들이 생산성 있게 새로운 부를 창출하는 게 아니라, 정부의 재정사업에 편승해서 다른 이의 부만 얍삽하게 챙기는 행위를 말합니다. 재정학회 이사를 역임한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경제난 속 재정 확장은 필요하지만 이런 재정 확장기엔 늘 개인의 이해관계만 추구하는 지대추구 행위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재정 총량에 대한 점검과 개별사업의 타당성에 대한 면밀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경제에 하등 도움이 안 되는 지대추구 행위를 정부가 조장한 건 아닌지 돌아볼 일입니다.

문제는 또 있습니다. 정작 현장의 많은 중소·벤처기업이 '비대면 업무'가 필요하다고 느끼지 않는다는 겁니다. 기자가 만난 한 스타트업 대표는 비대면 업무가 "언젠가는 가야 할 환경인 건 맞지만 지금은 당장 아니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스타트업 입장에선 직원이 10명만 있어도 대기업이라는 겁니다. 사무실 밀집도 자체가 높지도 않은 데다 "시장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는 게 스타트업 생존의 관건인데, 매일 직원들과 직접 대면해 결정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겁니다. 실제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3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코로나 이후에도 원격근무를 지속하거나 도입할 계획이 "전혀 없다"는 기업은 70.8%나 되는 걸로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이런 까닭에 중기부의 비대면 바우처 플랫폼 사업도 원래는 시작부터 중소기업들의 외면을 받았습니다. 지난 9월 9일 기준 수요기업으로 신청한 기업이 4천201곳에 불과했던 겁니다. 8만 개 기업을 목표로 했는데 5.3% 수준에 그쳤습니다. 중기부는 당황했습니다. 이미 올해 예산 타놨고, 내년 예산안에도 반영해 놓은 사업에 중소기업 참여가 저조했으니 당연합니다. 각종 중소기업 협회와 단체를 통해 가입을 독려한 뒤 이달 초 "바우처 서비스를 신청한 수요기업이 4만 곳을 돌파했다"며 자찬하는 보도자료까지 냈으니 낯이 뜨거워집니다.
사진=연합뉴스
● 오늘 국회 예산심사…"사업 적정성 검토 철저히 해야"

국회 예산정책처도 내년 예산안 분석을 통해 이 사업을 '맹폭'했습니다. 3천억 원짜리 사업에 예비타당성 조사도 거치지 않은 데다 사업 실효성도 없어 보인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조속히 적정성 검토를 거쳐 사업과 예산 규모를 조정해야 한다"는 겁니다. 마침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도 오늘 예산안 조정소위를 열어 해당 예산안을 심사할 예정입니다. 국민의 혈세인 만큼 여야의 철저한 감시와 합리적인 예산 조정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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