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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현장] 빛과 어둠의 공존 세계…전시 '민병헌, 새'

[FunFun 문화현장]

<앵커>

아날로그 방식의 흑백 사진전이 열리고 있습니다. 시간은 멈추고 공간이 확장되면서 빛과 어둠이 공존하는 세계가 펼쳐집니다.

이주상 기자입니다.

<기자>

[민병헌, 새 / 12월 2일까지 / 갤러리나우]

어스름한 저녁 하늘의 갈매기 한 마리.

하늘도 구름도 갈매기 자신도 흑과 백의 중간 지대로 사라져 가는 가운데, 또렷한 눈동자만이 시간을 잡아두고 있습니다.

안식처를 찾는 두루미 가족도 시공간을 초월하는 흐릿한 날갯짓이 찰나의 순간으로 남았습니다.

작품 속 피사체는 새들지만 유일한 주인공은 아닙니다.

물 위의 수많은 새들과 함께 새들이 지나며 만들어진 물보라와 물에 비쳐 반짝이는 햇빛까지 하나로 어우러집니다.

떼 지어 나는 새들도 하늘이 있기에 존재가 가능합니다.

[민병헌/사진작가 : 그 자연의 일부분으로서 새가 한 마리가 들어와 있든지, 열 마리가 들어와 있든지, 자연과 어우러지는 그런 것들이 좋았기 때문에 한 거죠.]

새를 찍은 것이 아니라, 새가 작품 안으로 들어왔을 뿐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전시된 작품들에 제목이 따로 없습니다.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는 관람객 각자의 몫입니다.

[민병헌/사진작가 : 너무나 이런 복잡한 사회에서 얘깃거리를 던져주기보다는 그냥 이미지만 던져줌으로 해서 보시는 분 스스로 감성을 느낄 수 있게 (하는 거죠.)]

아날로그 카메라와 인화 방식을 고집하며 만들어낸 수묵화처럼 담백한 흑백 사진들은 흐릿한 이미지로 먼저 다가옵니다.

그렇지만 멀찍이 떨어져 느긋하게 바라보다 보면 희미해져 가는 기억의 감각을 되살려내는 강렬한 힘을 느끼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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