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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 능욕' 당한 것도 충격인데…"이런 사진 왜 올렸어?"

'지인 능욕' 당한 것도 충격인데…"이런 사진 왜 올렸어?"

지금도 계속되는 '지인 능욕' 성범죄…잡기는 어렵고 처벌은 미미

손형안, 심영구, 정혜경 기자 sha@sbs.co.kr

작성 2020.11.16 21:14 수정 2020.11.16 21:39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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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아는 사람의 얼굴로 성적 모욕감을 주는 합성 사진이나 영상을 만들어서 그 사람의 신상 정보와 함께 퍼트리는 범죄가 최근 급속히 늘고 있습니다. 이런 디지털 성범죄를 '지인능욕'이라고도 하는데 갈수록 피해자가 늘고 있지만 범인을 찾는 게 쉽지 않고 또 정작 붙잡더라도 적용할 법 조항이 마땅치 않습니다. 오늘(16일) 이 문제 집중적으로 다뤄보겠습니다.

손형안, 심영구, 정혜경 기자가 차례로 전해 드립니다.

<기자>

평범했던 20대 대학생 A 씨의 고통이 시작된 건 2년 전부터입니다.

한 인터넷 사이트의 '지인능욕' 방에 자신의 SNS 사진이 돌고 있다는 걸 친구에게 듣게 됐습니다.

[A 씨/지인능욕 피해자 : 텀블러 사이트에 올라온 게 가장 처음이었고 그걸 캡처해서 텀벡스라는 곳에 또 올라간 거를 알게 됐고, 거기 올라간 사진들을 가져다가 트위터에…]

사진 밑에는 입에 담기 힘든 성적 희롱과 함께 A 씨의 실명, 나이, 다니는 학교가 정확히 적혀 있었습니다.

게시물은 눈 깜짝할 사이 퍼져 갔고 곧 2차 피해도 시작됐습니다.

[A 씨/지인능욕 피해자 : 처음 보는 사람한테 갑자기 연락이 왔었어요. 너 어디 학교 다니지? 이렇게 연락이 오니까 무섭더라고요.]

용기를 내 경찰에 고소장을 냈지만 경찰은 한차례 진술만 듣고 기소중지로 사건을 마무리했습니다.

문제의 인터넷 사이트가 해외에 있어 가해자 정보를 받기 어렵다는 이유였습니다.

[A 씨/지인능욕 피해자 : 노력은 하겠는데 아마 못 잡을 거다. 이렇게 이야기를 하고 시작을 해서 사실 처음부터 기대 없이 시작한 거 같아요.]

나체 사진에 자신의 얼굴이 합성돼 유포되는 '딥페이크' 범죄 피해자 B 씨 역시, 수사기관의 소극적인 대응, 심지어 피해자에게 책임을 돌리는 태도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B 씨/지인능욕 피해자 : 텀블러 본사가 미국이기 때문에 한국에서는 협조를 해줄 수가 없다. 본인이 인스타그램에 이런 사진을 올렸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고 제 탓을 하시더라고요.]

SBS가 피해자의 사전 동의를 받아 취재한 지인능욕 피해 6건 가운데, 가해자를 찾아낸 경우는 단 한 건뿐이었습니다.

가해자 잡는 게 쉽지 않다는 점 때문에 텀블러, 트위터 등 각종 SNS 플랫폼에는 아예 지인능욕을 해 주겠다는 광고까지 게재되고 있습니다.

[B 씨/지인능욕 피해자 : 솔직히 저는 약간 체념한 상태거든요. 이미 너무 (피해 사진이) 많아서 제가 보이는 걸 지운다 해도 어딘가에는 있을 거고.]

정부가 파악한 지인능욕 성범죄 피해사례는 1년 만에 2배나 증가했습니다.

범죄는 계속되는데 가해자를 찾기는 힘든 상황인 겁니다.

게다가 운 좋게 가해자를 잡는다 해도 또 다른 문제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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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자기 얼굴과 누군가의 나체가 합성된 사진들이 텔레그램에 수십 차례 유포됐다는 걸 알게 된 20대 직장인 A 씨, 경찰은 잡기 어렵다는 말만 반복했습니다.

직접 추적에 나섰습니다.

어렵게 잡았는데 놀랍게도 고교 동창이었습니다.

법의 심판은 실망스러웠습니다.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 그는 풀려났습니다.

[이수연/변호사(여성변호사회 공보이사) : '지인능욕' 가해자가 특정만 된다고 하면 처벌이 어렵지는 않습니다. 문제는 피해자가 겪은 고통에 비해서 그 처벌 수위가 지나치게 미약하다는 것입니다.]

마부작침은 2013년부터 최근까지 선고된 '지인능욕' 범죄 판결문을 전부 분석했습니다.

8년간 모두 28건입니다.

학교 동창, 전 연인 같은 지인이 가해자인 사건이 58.6%였습니다.

지인능욕을 딱 집어서 처벌하는 법 조항이 없다 보니, 대부분 법정형이 낮은 사이버 명예훼손이나 음란물 유포가 적용됐습니다.

실형 선고는 단 27.6%, 평균 죗값은 징역 1년 5개월, 나머지는 집행유예나 벌금이었습니다.

그나마 형량이 높았던 건 피해자가 미성년자인 경우였습니다.

[추적단 불꽃/'n번방' 최초 고발 : (판사들이) 진짜 몸 사진이 아니고 진짜 너가 그런 행위를 한 것도 아닌데 이게 과연 심각한 성범죄냐 이런 시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텔레그램 집단 성 착취 사건 이후 이른바 '딥페이크 방지법'이 만들어져 지난 6월부터 시행 중이긴 합니다.

하지만 합성이나 편집이 안 된 성적 괴롭힘에는 이 법을 적용할 수 없다는 분명한 한계가 있어 보완이 필요합니다.

디지털 성범죄
<기자>

재작년 불법 음란물 게시로 우리 정부의 시정 요구를 받았던 해외 SNS 플랫폼입니다.

지금도 적지 않은 지인능욕 피해 사례들이 생기고 있습니다.

SBS 취재진이 이곳을 통해 유포된 게시글의 URL을 첨부해 미국 본사에 이런 게시물들이 방치되고 있는 사실을 알고 있는지 물었습니다.

회사 측은 SBS의 질의에 대해 "성범죄 방지를 위한 업계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보내온 뒤 그제서야 문제의 지인능욕 게시물을 삭제했습니다.

피해자가 불법 게시물을 지우려면 먼저 본인의 신상과 사진이 무단 유포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합니다.

그 후 유포된 사진이나 합성물을 찾아 확산 경로를 추적한 뒤 유포물이 발견될 때마다 일일이 해당 플랫폼에 삭제 요청을 해야 합니다.

대부분 해외 플랫폼에서 피해가 시작되는 걸 감안하면 개인이 감당하기 버거운 일입니다.

[B 씨/지인능욕 피해자 :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디서 어떻게 돌아다니는지 모르기 때문에 솔직히 잘 안 잊혀지는 것 같아요. 그런 게 너무 힘들어요.]

텔레그램 성 착취 사건 이후 피해자 지원센터가 강화됐지만, 여전히 삭제 전담 인력은 47명에 불과합니다.

그러다 보니 피해자들 중에는 월 100만 원이 넘는 비싼 돈을 들여 사설 업체에 삭제 작업을 의뢰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덕영/디지털장의사 : 일일이 보고 일일이 찾아야 되는 건데, 그걸로 하기에는 (공적 기관의) 사람이 저는 부족하다고 보죠. 그러니까 많이 못 지울 수밖에 없는 거고.]

[서승희/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대표 : 온라인 공간이라는 것이 플랫폼 운영규칙에 따라 연결되는 공간이거든요. 그러다 보니 플랫폼 운영자가 어떤 운영 정책을 가지고 폭력에 대응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지에 따라 결과가 많이 달라지게 되고…]

예방부터 삭제와 처벌까지, 지인능욕 범죄를 막기 위한 다각도의 지원책 마련이 시급해 보입니다.

(영상취재 : 이병주, 영상편집 : 원형희, VJ : 정한욱·김초아, CG : 홍성용·최재영·이예정·성재은·정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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