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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제3파'와 함께 찾아온 IOC 위원장…당혹스러운 일본

[취재파일] '제3파'와 함께 찾아온 IOC 위원장…당혹스러운 일본

바흐 위원장, '올림픽 연기' 이후 첫 방일

유성재 기자 venia@sbs.co.kr

작성 2020.11.15 16:25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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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제3파와 함께 찾아온 IOC 위원장…당혹스러운 일본
일본의 코로나 재확산 기세가 무섭습니다. 10월까지 다소 주춤했던 일일 확진자 숫자가 11월 들어 급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공영방송 NHK의 집계에 따르면, 토요일인 14일 일본 전국에서 1천739명의 감염이 확인되어 사흘 연속 역대 최다를 기록했습니다. 14일 현재 전국의 누적 감염자는 11만 7천979명으로 12만 명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는 코로나 초기 턱없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아 온 감염 검사 수를 많이 확충해 최근에는 하루 2만 5천 건 정도의 검사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추세로 확진자가 증가하면 조만간 의료 인프라가 부족한 지방에서부터 '의료 붕괴'가 일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추위와 함께 찾아온 최근의 감염 확산은 이미 '제3파'로 불리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는 지금까지 감염이 폭증했을 때 '몇 파'라고 공식 인정한 적은 없지만, 감염 추이의 그래프를 보면 이번의 제3파는 지난 8월의 제2파보다 가파른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 4월 긴급사태 선언을 불렀던 도쿄와 오사카, 홋카이도의 급증세가 이미 명확하고, 인접한 지자체에서도 확진자가 연일 '역대 최다'를 기록하는 곳들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상식적으로 이렇게 과거를 뛰어 넘는 감염의 파도가 오면, 정부는 국민들에게 최대한의 주의를 당부하면서 감염 확산을 막을 수 있는 대책을 제시해야 합니다. 앞에서 말씀드렸듯 지난 4월에는 먼저 도쿄 등 7개 지자체에 긴급사태를 발령해, 지자체들이 이에 따라 야간 외출 자제를 촉진하기 위한 음식점 영업 자제를 요청했습니다. 긴급사태는 7개 지자체에서 이내 전국으로 확대됐고, 모든 지역에서 긴급사태가 해제되기까지는 최초 발령부터 두 달 가까운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런데 8월의 이른바 '제2파'부터 일본 정부는 사회 경제적 활동의 범위를 제한하는 긴급사태를 발령하지 않습니다. 7월 말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여행 촉진책, 이른바 'GO TO TRAVEL 캠페인'을, 마침 감염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었던 도쿄를 제외한 채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그러자 봄과 여름에 걸쳐 외출을 자제했던 많은 일본인들이 여행 비용의 최대 35%를 할인받고, 여기에 여행지역에서 현금처럼 쓸 수 있는 상품권까지 지급받는 여행 촉진책의 혜택을 누리기 위해 일본 전역의 유명 관광지로 몰리면서 지방 감염자가 급증하기 시작했습니다. 정부는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한 소독이나 밀집, 밀폐, 밀접(3밀) 방지를 위한 '가이드라인'만 제시하고 예방적 방역의 의무를 사실상 지방자치단체에 일임했습니다.

10월부터는 도쿄도 지원 대상으로 포함시키면서 도쿄를 들고 나는 여행도 급증했습니다. 음식점 등에서는 집단감염 사례가 잇따라 발견됐고, 여름철이라는 특성도 겹쳐 단체생활을 하던 대학교 운동부의 기숙사와 원래부터 감염 확산에 취약하던 노인 요양시설 등에서도 다수가 동시에 감염되기도 했습니다. 여름철에는 집중호우와 태풍 등으로 기상 상태가 악화하면서 여행 수요도 다소 감소해 9월 이후 '제2파'가 조금 사그라들었지만, 날씨가 선선해지면서 여행 수요가 다시 팽창했고 여기에 각급 학교의 대면 수업 재개와 조금씩 고삐가 풀리기 시작한 회식, 축제 등 집단 활동이 가세하면서 11월 들어 감염이 다시 급증하고 있습니다.

최근의 감염 확산 추세를 보면 일본 정부가 긴급사태를 다시 선언하고도 남음이 있습니다만, 스가 총리는 "전문가들은 아직 긴급사태를 발령할 만한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며 주저하고 있습니다. 이를 두고 일본의 네티즌들은 제2파 시기에도 긴급사태를 발령하지 않은 채 어찌어찌 넘겼기 때문에 이번에도 그런 '요행'을 바라는 것 아니냐며 비난을 퍼붓고 있습니다. 스가 총리는 지난 9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자조(自助, 스스로 도움), 공조(共助, 공공체가 도움), 공조(公助, 정부가 도움)'이라는 구호를 내세웠는데, 이를 두고서도 '이런 감염 상황에서도 일단 스스로 알아서 하라는 말이냐'며 비꼬는 반응이 많습니다. 그 가운데 하나를 소개하면 이렇습니다.

일본의 코로나 대책
'계 속 해 서 알 아 서 해 라( 自助)'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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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을 보면 '이제 정부 따위 필요 없지 않아?'부터 '알아서 하라는데 세금은 왜 받아가냐'는 등 상당히 노골적인 비판이 빗발치고 있습니다. 일상에서는 조용하고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일본인들도 일본 정부의 코로나 대책에 대해서는 뿌리깊은 불만과 불신을 갖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일본 정부가 긴급사태 재발령은 물론 이미 시행 중인 여행 촉진책도 축소하거나 중지하지 못하는 이유는 일차적으로는 간신히 돌아가기 시작한 내수 경기를 다시 위축시키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코로나로 해외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국내 여행 수요에 극단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고, 여행을 포함한 각 산업의 경제 활동 인구가 활발히 움직여야 상반기에 '까먹은' 국내 총생산도 보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더 큰 관점에서의 분석도 있습니다. 지금 시점에서 다시 사회 활동의 고삐를 조이면 이미 한 차례 연기된 도쿄 올림픽이 아예 '물 건너 갈' 가능성을 극도로 우려하고 있다는 겁니다.

감염이 급증한 지난 주(11월 9일~15일)에 일본 정부가 정부 차원의 코로나 대책을 '건드리지' 않은 것은 15일에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토머스 바흐 위원장 방일을 앞두고 있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바흐 위원장은 내년 도쿄 올림픽의 코로나 대책을 논의하고, 완공된 주경기장(도쿄 국립경기장)과 선수촌 시설을 시찰할 예정입니다. 바흐 위원장이 일본에 오기 직전에 코로나 대책을 확 조이면 일본 정부로서는 그야말로 '면목이 없는' 상황이 되었을 겁니다. 일본 정부와 IOC는 내년 도쿄 올림픽을 어떻게든 개최하려 하고 있지만 일본에서의 감염 확산이 명확해지면 미룬 일정대로 올림픽을 개최할 수 없겠다는 인식이 확산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 내 감염 상황에 대한 하나의 판단 기준이 될 수 있는 코로나 정책이 강화되면 감염 상황을 통제하면서 올림픽을 치루려는 일본 정부와 IOC의 계획에 큰 차질이 생기는 겁니다. 게다가 코로나 정책의 수위를 다시 끌어올린다고 해도 지금 당장의 감염 추세가 극적으로 줄어들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입니다.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방일한 바흐 위원장도 일본 내의 현재 감염 상황보다는 올림픽 코로나 대책에만 집중한 채 일정을 소화할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 당장의 확산은 일본 정부의 몫이지만 이 추세가 내년까지 계속되면 곤란하다는 정도의 의사 표명을 할 수도 있지만, 현재 일본 내 확산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는 메시지는 올림픽 개최에는 당연히 악재로 인식될 수 있기 때문에 바흐 위원장 입장에서도 쉽게 입을 열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아무튼 올림픽 연기 이후 처음 일본을 찾아 온 바흐 위원장에게 좋은 인상을 남겨서, 올림픽 개최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받아내야 하는 일본 정부는 이래저래 며칠 동안 '피말리는' 시간을 보내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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