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취재파일] 길어지는 북한의 침묵…지켜볼까? 움직일까?

[취재파일] 길어지는 북한의 침묵…지켜볼까? 움직일까?

안정식 북한전문기자 cs7922@sbs.co.kr

작성 2020.11.13 10:31 수정 2020.11.13 10:40 조회수
프린트기사본문프린트하기 글자 크기
미국 대선 결과에 대한 북한의 침묵이 길어지고 있습니다. 바이든 후보의 대통령 당선이 확정된 것이 지난 8일이니 벌써 5일이나 지났는데, 북한 매체에서는 바이든 당선과 관련한 간단한 사실 보도조차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2008년 오바마 당선 때에는 이틀 만에, 2012년 오바마 재선 때에는 사흘 만에, 2016년 트럼프 당선 때에는 이틀 만에 미국 대선 결과를 보도한 것과 비교해보면, 이번에는 침묵이 상당히 길어지고 있는 셈입니다.

북한의 침묵이 길어지는 것도 일면 이해는 갑니다. 바이든이 대선에서 이겼다고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불복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정세가 어떻게 흘러갈 것인지도 지켜봐야 하고, 트럼프 정책을 상당히 뒤집을 것으로 보이는 바이든 당선인이 북한에 대해 어떤 입장을 표명할지도 관찰해야 합니다. 대선 전에 바이든이 북한과 관련해 한 말들이 있긴 하지만, 당선 전의 말과 당선 뒤의 말은 무게가 다르기 때문에 바이든의 대북 일성이 어떻게 나올지가 북한에게는 중요합니다.

바이든 당선인(왼쪽)과 이에 불복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
● 연말 앞둔 북한의 두 가지 선택지

바이든 당선인의 대북 일성이 어떻게 나오든 북한으로서는 대미 외교에서 새로운 방식을 모색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됐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시절처럼 북미 두 정상 간의 친분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북미 관계가 굴러갈 것 같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향후 북미회담은 '사진 찍기'용 만남을 넘어선, 뭔가 실질적인 내용이 담보되는 한에서만 작동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연말을 앞두고 북한은 두 가지 선택지 중 하나를 골라야 하는 상황에 가로놓이게 됐습니다. 첫째, 유동적인 정세를 일단 지켜보는 것입니다. 미국의 행정부가 바뀌는 상황에서 새 정부의 대북 정책이 어떻게 정립될지 모르니, 도발을 통해 미국의 새 정부를 자극하기보다는 상황을 지켜보면서 협상의 여지를 타진하는 것입니다. 우리 정부와 많은 북한 전문가들이 이런 희망 섞인 관측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두 번째 선택지는 SLBM이나 ICBM 발사와 같은 전략 도발을 통해 북한의 핵 능력을 보여준 뒤 이를 기반으로 내년에 미국의 새 행정부와 협상에 나서는 시나리오입니다. 대규모 전략 도발을 할 경우 유엔의 추가 제재 등이 있을 수 있지만, 대선 후유증으로 미국의 리더십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대북 제재가 강력히 추진되기는 어렵습니다. 또, 설사 추가 제재가 단행된다 해도 북한에게는 이미 코로나로 인해 국경 봉쇄 상태인 지금보다 더 나빠질 것도 별로 없어 보입니다. 발전된 핵능력을 보여준 뒤 내년 협상 국면으로 가면, 발전된 핵 능력만큼 북한의 협상력이 높아지기 때문에 궁극적으로는 북한에게 유리하다는 계산을 할 수 있습니다.

북한이 공개했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사진=노동신문 홈페이지 캡처, 연합뉴스)
● 북한의 궁극적 목표는 무엇인가

일단 지켜보자는 첫 번째 선택지는 북한이 핵을 협상의 수단으로 삼아 다른 것을 얻어내려 할 때 채택될 수 있습니다. 핵 자체가 궁극적인 목적이 아니라 핵을 매개로 안전 보장과 경제 지원 같은 반대급부를 얻어내고 상황에 따라 핵을 포기할 수 있다는 생각이라면, 미국의 새 정부를 처음부터 자극하고 나설 필요는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북한이 궁극적으로 핵 보유를 목표로 하고 있는 것이라면, 핵을 보유해야 정권의 안전이 보장된다는 생각이 확고하다면, 전략적 도발에 나서는 두 번째 선택지가 채택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미국의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는 지금은 북한이 발전된 핵 능력을 보여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정치적 혼란기를 틈타 향상된 핵 능력을 보여주고 이를 기반으로 핵 보유국의 위치에서 미국과 협상을 하자는 생각을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의 협상은 비핵화 협상이 아니라, 북한의 핵을 기정사실화한 상태에서 이뤄지는 협상을 말합니다.

북한이 2017년 11월 화성-15형 발사로 미국까지 날려 보낼 수 있는 ICBM 능력을 과시했다고는 하지만, 화성-15형 발사는 한 번밖에 이뤄지지 않았고 탄두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 또한 검증되지 않았습니다. 지난달 10일 당 창건 75주년 때 공개한 신형 ICBM도 실물이냐 모형이냐는 논란이 있어,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시험 발사가 필요합니다. 북한에게는 ICBM과 관련해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남아 있다는 얘기입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진=평양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 조만간 드러날 북한의 선택지

바이든 행정부가 내년 1월 출범하더라도 장관 인사청문회 등을 거쳐 정부가 자리를 잡으려면 수개월이 걸리기 때문에, 북한으로서는 도발 뒤 협상 모드로 전환할 시간이 있습니다. 대선 뒤에도 몽니를 부리는 트럼프의 돌발적 성격 때문에 미국 판세가 어떻게 흘러갈지 좀 더 관찰은 하겠지만, 미국 정세가 어느 정도 정리되는 대로 북한의 선택지가 수면 위로 드러날 것 같습니다.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