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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잇] 한 입으로 두말 하는 상사에게 안 당하려면

[인-잇] 한 입으로 두말 하는 상사에게 안 당하려면

김창규│입사 21년 차 직장인. 실제 경험을 녹여낸 회사 보직자 애환을 연재 중

SBS 뉴스

작성 2020.11.12 11:48 수정 2020.11.12 12:06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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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들과 정례회의를 했다. 서로 진행 중인 자신들의 업무를 발표하며 정보를 공유하고 좀 더 나은 방법을 찾던 중 한 직원이 불평을 하기 시작했다. "아아, 이 건은 본사 담당임원께서 저번 우리 지사 방문 때 최소 조건만 충족되면 승인해 주겠다고 한 것이어서 어렵게 그 조건을 맞춘 후 다시 결재를 올린 건데 본사 팀장님들이 일을 진행을 안 시키네요. 정말 납득이 안갑니다." 그러자 다른 직원들도 이해가 안되는 일이 있다며 한마디씩 한다.

"A 상무는 회사 수익을 보전하기 위해 필요하면 협력업체 수수료를 하향 조정해야 한다고 강조하셨죠. 그래서 저수익 고객에 대한 계약을 상신할 때 힘들게 대리점을 설득하여 그 분이 말씀하신대로 수수료를 하향조정해서 올렸더니, 언제 그런 말씀을 하셨냐는 듯 화를 엄청 냈고 결국 부결하셨어요. 당황스러웠습니다."

"B 전무는 허위보고를 하지 말라고 강조하셨죠. 그래서 지시 받은 어떤 사안에 대해 가감없이 조사했습니다. 실적이 좋지 않아 조정없이 제출하기가 꺼림칙했지만 허위보고 금지라는 그분의 지시를 떠올리며 그냥 보고드렸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들리는 소리에 그분이 제가 요령 없는 친구라고 팀장에게 한 소리 했다는 거예요. 황당했습니다."

그러자 지점장이 웃으면서 그들의 볼멘 소리에 명쾌하게 답변을 해 주었다. "어이구, 우리 순진한 직원분들. 그분들 말씀을 곧이곧대로 다 믿었어요? 그 말씀은 마치 내가 여러분들이 정신없이 바쁠 때 불쌍한 듯 그대들을 쳐다보며 "정시 퇴근 해야지" 라는 말과 같은 거예요." 직원들은 "아, 그런 것인가요."하며 "알겠다"고 대답했다. 그런데 왜 본사 팀장들은 담당 임원이 오케이한 건을 잡고 있는지, 왜 A와 B가 한 입으로 두말을 하는지, 이들이 정말 알까 싶다. 왜냐하면 상사들이 정치적, 원칙적 혹은 선심성으로 뱉는 말을 제대로 이해하기란 직장생활 20년 이상 한 나에게도 매우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고객의 니즈(Needs)와 원츠(Wants)를 구별하는 일과 같다. 니즈는 본원적 욕구, 원츠는 구체적 욕구라고 해석한다. 구체적 욕구는 본원적 욕구가 전제 되어야 한다. 목이 말라야(근본적 욕구) 음료수(구체적 욕구)를 찾아 마시는 일상적인 행동으로도 이것이 충분히 설명이 된다. 즉 본원적 욕구인 목마름은 니즈이고 이것을 해결하기 위한 음료수는 원츠라는 것. 따라서 원츠의 배후에는 항상 니즈가 전제되어 있으므로 니즈를 정확히 파악할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 엉뚱한 곳으로 골을 넣지 않으니까(심지어 자살골!). 하지만 니즈는 쉽게 파악이 안된다. 그 이유 중 하나가 니즈는 '언어로 표현'되기 때문이다. 언어는 알다시피 자의성, 추상성 및 상징성 때문에 소통 과정에서 상호간에 오해를 많이 낳는다. 또 넘어야할 벽이 있다. 인간은 사회적 존재로서 위신과 체면 그리고 향후 벌어질 수 있는 법적 책임에서의 회피도 매우 중시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인간의 독특한 성향은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바를 매우 우회적으로 심지어 정반대로 표출하기도 한다. 그래서 자의성이 짙은 언어로 게다가 가면까지 쓴 언어로 표현되는 상대방의 니즈는 사실상 제대로 알아차리기가 매우 어렵다(심지어 어떤 경우 본인도 모른단다).

어쨌든 상대방의 니즈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사람은 맨날 헛발질 할 수밖에 없다. 판매자는 고객을 잃게 되고, 하급자는 상사에게 욕을 먹게 마련이다. 내 다리가 가려운데 내 다리가 아닌 남의 다리 긁어주는 사람을 누가 좋아하겠는가. 이런 이유로 조직에서 성공하려면, 아니 적어도 욕먹지 않고 생활하려면 상사들의 말을, 특히 최고 경영층의 말은 여러가지 각도로 고찰해 봐야 한다.

그런데 다각도로 고찰한다고 해서 제대로 된 해석이 나올까? 이 역시 쉽지 않고 그래서 머리 희끗희끗한 팀장급들이 경영층이 한마디 하면 그 말의 참뜻을 파악하기 위해 모여 앉아 토론을 벌이곤 한다. 이 모양이 직원들이 보기에는 매우 한심스럽게 보일 수도 있지만(내가 사회초년생 때 그래 보였다) 정말 중요한 일이다. 첫 단추를 잘못 끼우면 끝의 마지막 단추는 끼울 곳이 없어지고, 기초가 튼튼하기 않은 건물은 모래성을 쌓는 것과 마찬가지이니까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의중 파악을 정말 잘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비서실장 및 비서실 출신들이다. 그렇다면 왜 이들은 경영층의 니즈 파악에 탁월한 능력을 발휘할까?

일단 그들은 경영층과 많은 시간을 같이 하며 소통한다. 24시간 안테나처럼 붙어 있으니 남들보다 그들의 말 속 참뜻을 파악하기가 더 쉬울 것이다. 하지만 이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내가 보기에 더 의미심장한 그들만의 비법이 있다. 뭐냐? 그들은 상사를 100% 인정하고 그들의 모든 것을(심지어 변덕까지도) 받아들이며 항상 관심을 갖고 그의 아바타처럼 생각한다. 바로 이와 같은 지속적인 '인정과 관심'이 겉으로 드러난 말속에서 꼭꼭 숨어져 있는 니즈를 찾아내는 그들만의 비법이라고 난 생각한다.

한 입으로 두 말하는 상사들에게 당하지(?) 않으려면 직장인들은 니즈와 원츠가 무엇인지 알고 배후에 숨겨져 있는 니즈를 찾아낼 줄 알아야 한다. 그런데 과거 내가 그랬던 것처럼 혹자는 직장에서 일만 잘하면 됬지 뭘 알 수도 없는 니즈를 찾느냐고 따질 수 있다. 이것도 맞다. 우리가 일하러 직장에 왔지 눈치를 보러 온 것은 아니니까. 하지만 시각을 달리해서 상대방을 인정하고 관심을 갖는 것은 사람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라고 생각해보자. 이것이 기본적 예의라면 상사의 니즈를 찾고 그것을 선제적으로 해결해 주려고 노력하는 것은 절대 나 자신이 낮아지거나 모욕을 당하는 것이거나 한심스러운 일만은 아닐 것이다.

여기에 중간 관리자의 어려움이 있다. 예전에는 상사의 니즈만 파악하면 되었다. 그런데 지금은 세상이 변해서 상사뿐만 아니라 직원들, 협력업체들의 니즈도 파악을 해야 한다. 어찌보면 세상의 균형이 이루어 진 것이지만 우리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일이 적어도 두개 더 늘어난 셈이다. 중간 관리자가 더욱 힘들어진 이유다. 하지만 어쩌랴. "인정과 관심"은 진실로 상사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고 사람에 대한 기본적 예의이니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할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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