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취재파일] SDF2020, AR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다

[취재파일] SDF2020, AR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다

SBS A&T 보도CG팀 제갈찬·이준호 님 인터뷰

류란 기자 peacemaker@sbs.co.kr

작성 2020.11.12 09:58 조회수
프린트기사본문프린트하기 글자 크기
SDF 리사이징
지난달 30일(금) 많은 사람들의 성원 속에 SDF2020을 무사히 마쳤다. SBS의 사회공헌 지식 나눔 플랫폼 SDF(SBS D Forum)는 우리 사회가 관심을 가져야 할 중장기적 화두를 제시하고 혜안을 찾고 있다. 올해 SDF의 주제는 <겪어본 적 없는 세상: 새로운 생존의 조건 (The World We've Never Experienced: New Ways to Survive)>이었다. 전 세계로 확산한 코로나19로 개인과 기업, 국가 할 것 없이 막연한 불안 속에 생존 전략을 찾으려 고심하는 현 상황을 반영했다. 올해 SDF는 비대면 온라인 화상 포럼으로 진행됐으며, 관객과 실시간 양방향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초대형 스크린 영상 시스템을 도입했다.

'버추얼 포럼'으로서 SDF2020가 특히 화제가 된 데엔 'AR(증강현실)'의 역할이 컸다. 비대면 화상 포럼의 한계를 극복하고, 청중들의 몰입도를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 SDF2020의 AR은 대부분 SBS A&T 보도CG팀의 제갈찬(사진 왼쪽) ·이준호(오른쪽) 씨가 제작했다. 지난 9일, 두 사람을 만나 이번 포럼을 준비하는 과정에 어떤 노력과 고민들이 있었는지 들어봤다.

제갈찬, 이준호 리사이징
Q. 자기소개를 부탁드린다.

제갈찬 : CG 일을 시작한 건 20년 됐어요. 방송 쪽으로만 계산하면 SBS에서 일한 기간 10년에 입사하기 앞서 프리랜서 근무 기간을 더하면 15년 됐고요. SBS 입사 후론 보도 CG 쪽 일과 선거 CG를 주로 했고요. 그 전엔 여러 분야에서 일했죠. 건축 쪽도 했고, 캐릭터 애니메이션, 자동차, 제품 같은 것도 디자인하고. 모션 그래픽도 했고요.

이준호 : 저는 SBS에선 2018년부터 일했고요. 그 전에는 다른 일들을 좀 했었는데 2009년부터 UX 디자이너로 일했어요. 사용자 경험 디자인이라고 모바일에 들어가는 아이콘을 눌렀을 때 사용자와 그래픽이 상호작용하는 것들을 연구하는, 그런 인터렉션 디자인(Interaction Design) 쪽 일을 했죠. 그러곤 한 2년 정도 그림이 그리고 싶어서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을 한 적도 있고요. 기회가 돼서 SBS 편성팀에서 방송 스팟 같은 것을 만드는 그래픽 작업을 했고요. 그러다가 보도 CG팀에 오게 된 거죠.

Q. CG 쪽 일을 하기 위해선 보통 어느 분야를 전공하는지 궁금하다.

제갈찬 : 대학에서 산업 디자인을 전공했어요. 보통 산업 디자인 하면 인테리어나 건축, 아니면 자동차나 제품 분야로 많이들 가는데 저는 그때부터 영상 쪽에 관심이 많았어요. 특히 특수효과나 모션 그래픽 이런 분야에 관심이 있었죠.

이준호 : 저는 시각 디자인을 전공했고요. 시각 디자인 커리큘럼 가운데 영상 디자인 제작하는 수업이 있었거든요. 수업을 들으면서 관심을 갖게 된 케이스죠.

SDF 리사이징
Q. 구체적인 질문을 드리기 전에 SDF2020에 참여한 소감을 부탁드린다.

제갈찬 : 준비하는 동안엔 정신이 없었는데 잘 끝나서 후련해요. 포럼이 잘 돼야 한다고, 저희 팀장님도 그렇고 최대한 열심히 해 보라고 하셨거든요. 이번에 사용한 소프트웨어도 그렇고 모두 처음 해보는 거라서 걱정이 많았어요. 결과적으로는 잘 돼서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저희로선 포럼 참여가 좋은 기회가 됐어요.

이준호 : 일단 이런 큰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것 자체에 기대가 컸거든요. 제갈찬 선배님이 또 워낙 잘하시니까 옆에서 배우고 있는 입장에선 같이 작업을 진행하는 것에 대한 기대감도 있었고요. 저희 가족들도 정말 이런 큰 행사에 참여하냐며 굉장히 좋아하더라고요. 여러 의미로 이번 포럼에서 한 실험들이 큰 배움이 된 것 같아요.

Q. 이번에 제작한 작업들을 소개해 주시길 부탁드린다.

제갈찬: 우선, 파트4에 등장하는 세 교수님들의 세션에 나온 AR을 만들었어요. 박범순 교수님의 인류세 세션 가운데 폐허가 된 미래 사회 AR과 김홍중 교수님의 바이러스가 무대 위에 둥둥 떠다니는 AR, 그리고 전치형 교수님의 공기 흐름을 나타낸 AR.

이준호 : 그 밖에도 SBS 보도CG팀에서 담당한 작업엔 아트 프로젝트 '페르마타' 팀의 토크 때 나온 숲 속 AR과 한석현 작가님의 나무 스케치 AR, 곽승영 SBS 예능본부 CP님의 세션에서 질문 텍스트 AR, 이렇게 있어요.

SDF 리사이징
Q. 그중에서도 가장 화제가 됐던 건 아트 프로젝트팀의 집단토크 때 나온 '숲 속' AR이었다. 나뭇잎과 풀들이 바람에 흔들리고 햇살이 나뭇잎 사이로 들어오고... 실제 영상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리얼했다.

제갈찬 : 과찬의 말씀이고요. 관련 소스는 구비돼 있었고, 평소에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학습을 꾸준히 하고 있었어요. 이렇게 갑자기 쓰게 될 줄은 저희도 예상은 못 했지만 어쩌다 보니 평소에 공부하고 있었던 것과 딱 맞아떨어졌어요.

Q. 공부를 했다는 걸 좀 더 쉽게 설명해 주신다면? 시뮬레이션(simulation)을 해봤다는 걸까?

제갈찬 : 그렇죠. 여러 가지 툴(tool),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보면서 나뭇잎이나 풀이 움직이는 모습을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보여줄지 연구하는 거예요. 예술가들이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을 표현한다면, 저희는 새로운 기술과 새로운 툴이 나올 때마다 처음부터 다시 연구해야 해요.

Q. 어디까지가 소스이고, 어디까지가 작업자가 참여하는 부분인가? 이를테면 햇살이 어떻게 들어오고 나뭇잎이 어느 방향으로 움직이고, 이런 걸 일일이 결정하는지?

제갈찬 : 그럼요. 프로그램에 일일이 지시를 줘야죠. 업체들이 실제 돌이나 풀, 나무를 스캔해서 3D데이터로 만들어 놓은 게 있어요. 그 데이터를 가지고 와서 저희가 실제 포럼 스튜디오 사이즈에 맞춰서 가상 지형을 만들어요. 거기에 가상 카메라의 위치와 동선을 정한 다음 직접 움직여 보는 거예요. 햇살 같은 것도 각도를 조절해야죠. 나무의 그림자가 크게 드리우면 안 되고, 어떻게 햇살이 가장 실제처럼 보일지 고민했어요.

SDF 리사이징
Q. 요즘 3D 애니메이션 업계를 보면 촬영 감독이 따로 있던데, 그 역할을 CG 업계에선 작업자가 직접 하고 있는 건가?

제갈찬 : 그렇죠. 저희가 그래픽 내 카메라 동선부터 연출도 한다고 보시면 돼요. 그래서 저희가 시안을 보여드릴 때 카메라 동선을 이렇게 잡았으면 좋겠다는 의견까지 냈던 거죠. 스튜디오 현장에서도 그런 상황을 알고 있어야 3D로 작업한 결과물이 스튜디오 카메라와 매칭됐을 때 오류가 없고 이질감이 없게 되는 거죠. 저희가 AR을 만들 때엔 세트 밖 부분, 저희가 눈으로 확인할 수 없는 쪽은 만들지 않아요. 갑자기 스튜디오 뒤나 바깥 부분으로 카메라를 돌리면 아무것도 없어요. 그래픽 용량이 무거워지면 안 되기 때문에 카메라로 잡을 수 있는 화각 내에서만 구현되도록 만들기 때문이거든요. 용량이 커지면 화면이 이른바 튀게 돼요. 그런 걸 줄이기 위해서 후반 작업도 많이 해야 하고. AR은 여러모로 디자인과 연출, 퍼포먼스와 하드웨어 쪽도 같이 다뤄야 하는 포괄적인 작업이에요.

SDF 리사이징
Q. 포럼이라는 장르에서 AR을 구현하는 것은 선거 방송이나 예능 분야와는 또 다른 고민이 필요한 것 같았다. 톤 앤 매너를 잡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다. 가장 신경 썼던 부분은 무엇인가?

제갈찬 : 예능을 예로 들면, 한계가 없어요. 유머도 넣을 수 있고 조금 과장된 표현도 할 수 있고. 그런데 포럼은 절제가 필요하잖아요. 폐허가 된 미래 시대를 표현한다고 하면, 그게 쓰레기 산처럼 보여선 안 되는 거죠.

이준호 : 어쨌든 연사가 돋보여야 되고 연사의 말을 들으며 봐야 하다 보니까 그 중간 지점, 적당한 수위를 찾고 연구하는 게 힘들었던 것 같아요.

Q. 이번에 SDF에서 구현한 정도의 AR이 업계에서도 상용화됐는지?

제갈찬 : 방송 쪽에서는 아직 많이 사용하고 있지 않은 것 같아요. AR은 사고 위험이 크기 때문에 라이브 방송에서는 사용하기가 굉장히 힘들거든요. 특히 당일까지도 큐시트가 예상치 못하게 바뀌고 변수가 많은 포럼에서 AR을 운영한다는 건, 사고 위험이 몇 배로 커지는 일이긴 해요. 그래도 방송 업계에서 AR 사용이 늘고 있는 건, 그리고 앞으로 더 늘 거라는 건 거부할 수 없는 추세예요. 이런 부분을 염두에 두고 저희 보도CG팀이 준비하고 있었던 타이밍에 포럼에서 직접 실험해 볼 수 있는 계기가 생긴 거죠. 어떻게 보면 상황이 딱 들어맞았죠.

이준호 : 처음 시도해본 소프트웨어이지만 확신은 있었어요. 이게 굉장한 퍼포먼스를 낼 것이다, 같은. 그런데 실제 해본 적이 없었으니까, 심지어 그걸 라이브 방송에서 시도해야 했던 거고. 그래서 불안감이 있긴 했는데, 여하튼 이번에 사용한 소프트웨어를 앞으로도 적극적으로 공부해야겠다는 확신이 강해졌어요.

SDF 리사이징
Q. 하나 더 디테일하게 들어가 보자면, 박범순 연사의 '인류세' 세션에 나왔던 AR은 폐허가 된 인류의 미래를 보여주는 듯한, SF 영화에서나 볼만한 그런 비주얼이었다. 어떻게 만들었는지 궁금하다.

제갈찬 : 그것도 같은 방식이에요. 폐허가 된 시대의 스모그, 그런 환경을 표현하는 건 저희도 처음 해봤는데 관건은 '원근감'이었어요. 오브젝트들이 그냥 둥둥 떠 있으면 거리감이 안 느껴지거든요. 저희가 평소엔 인지를 못 하지만, 공기 중에 뭔가가 끼면 물체를 멀리 볼수록 그 색들이 바래져 보이거든요. 거리를 조절해서 뒤에 있는 물체들엔 좀 안개 효과를 많이 주고 먼지가 묻은 것처럼, 그런 원근감을 주는 게 관건이었어요. 스모그 기능을 주면 줄수록 컴퓨터가 부하가 걸리다가 어느 선을 넘어가면 거기서는 효과를 더 주면 안 돼요. 그래서 포기할 건 포기하고 덜어낼 건 덜어내고. 최적화하는 작업에 시간을 많이 썼어요.

SDF 리사이징
Q. 일렉트라 쿨룸피 연사의 세션에 나왔던 이른바 '도넛 AR'도 정말 어려운 작업이었다. 처음엔 실물과 흡사한 도넛이 나왔다가, 갑자기 반으로 잘라지면서 그래프가 나오는 복잡한 구성이었다. 의뢰를 하면서도 '이게 정말 될까?' 싶었다.

이준호 : '도넛 경제'라는 개념 자체가 설명을 들어도 복잡하고 어려워서, 처음에 방향을 잡기까지 고민이 많았어요. 나중엔 '모델을 그대로 이해시키려고 하지 말고, 시각적으로 풀어내는 데 집중하자'라고 생각을 바꿨어요. 이론가가 만들어낸 실제 도넛 모델 그래프는 원과 원 바깥의 텍스트로 이뤄졌잖아요. 그걸 3D 이미지로 바꾸는 작업이 필요했는데, 간략하게 표현하기 위해 레퍼런스들을 좀 많이 찾아봤어요. 이를테면 '담수 고갈' 텍스트의 경우엔 실제 담수 고갈로 인해 어떤 환경 현상들이 이뤄지는지 이미지들을 찾아보는 거예요. '기후 변화'나 '화학적 오염' 같은 부분도 텍스트 대신 심플한 픽토그램 아이콘들을 활용해서 직관적으로 보여주려고 노력했어요

제갈찬, 이준호 리사이징
Q. 마지막으로, 다음 SDF 포럼에선 AR 관련 어떤 점이 보완되면 좋을지 의견을 부탁한다.

이준호 : 연사와 AR을 어떻게 하면 유기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지에 대해서 생각하면서 진행하면 훨씬 좋은 작품들이 나올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연사가 어떤 내용을 설명할 때 그 설명에 정확히 맞아떨어지는 AR을 적용했다가 사라지게 한다든지, 연사가 해당 AR을 부르는 신호를 직접 준다든지. 이런 인터렉션 부분을 생각하면서 시나리오까지 고민하면 청중들이 집중하는 데 더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이번 포럼은 비대면이었고, 또 해외에 있는 연사 세션에 AR이 들어가는 경우가 있어 더욱 어려웠는데요. 내년엔 시간을 갖고 소통을 충분히 한다면 올해보다 더 퀄리티 있는 AR이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갈찬: 실제 현장에선 저희가 가상으로 만들어 놓은 카메라 동선대로 되질 않거든요. 그게 연출에 있어선 굉장히 중요한 부분인데, 카메라 감독님들이 현장에선 육안으로 보이지 않는 AR을 저희가 머릿속에 구상한 그대로 연출해 주시기가 힘들어요. 그래서 보통 로봇 카메라를 많이들 사용하거든요. 미리 카메라 동선을 녹화해 놓는 건데 동선이 흐트러질 일이 없고 오차가 발생하지 않아요. 그런 장비나 시스템을 도입해서 정교한 AR도 꼭 한번 구현하고 싶어요.

( ▶ SDF 홈페이지  ▶ SDF 유튜브 )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