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이상이 있구나?' 싶어서 관련 청와대 참모들에게 물었습니다. 한참을 머뭇거리던 한 참모는 결국 "대통령이 지난 주말에 치아 여러 개를 '발치'하셨다"는 얘기를 전해줬습니다. "국정에 신경을 많이 쓰시고, 과로가 쌓이면서 결국 치아 몇 개를 빼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설명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치아 치료 이외에 대통령의 다른 건강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문 대통령은 과거 참여정부 민정수석 시절에도 격무로 치아 10개 정도가 빠져 임플란트를 해 넣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대통령이 돼 3년 반 정도를 잘 버텨왔지만, 결국 '발치'의 고통을 또다시 겪게 된 셈입니다.
청와대를 담당하는 기자 일을 하면서, 청와대 참모들에게 문 대통령 업무 스타일을 간접적으로나마 들을 수 있었습니다. "집무실에서 관저로 퇴근할 때면 보고 서류 뭉치를 다 챙겨가서 늦은 밤까지 하나하나 다 검토하고 난 뒤에야 잠자리에 드신다", "아침 회의 때 보면, 대통령이 현안에 대해 가장 많이, 또 세세히 알고 계시더라"라는 전언들이었습니다. 변호사 출신이기도 하고, 문 대통령 개인적인 품성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참모들이 공통으로 전한 문 대통령의 일처리 스타일은 '꼼꼼 그 이상'이라는 것이었습니다.
특히 최근엔 코로나19 극복과 경제 회복, 미국 대선과도 연관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재시동 등등의 현안이 중첩되면서, 더욱더 대통령의 국정 고민과 피로가 쌓였을 법도 합니다. 게다가 지난해부터는 제대로 쉴 수 있을 만한 여유도 없습니다. 지난해 여름휴가는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발표로, 올해 여름휴가는 호우 피해로, 예정됐던 휴가 일정을 모두 취소했습니다.
문 대통령뿐 아니라, 청와대 참모들 또한 '발치'를 피할 수 없었다는 소식은 간간이 전해졌습니다. 문재인 정부 첫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임종석 전 실장은 1년 7개월 재임 기간 동안 치아 5개를 임플란트로 대체했고, 노영민 현 비서실장 또한 최근에 치아 여러 개가 빠졌다고 합니다. 이밖에도 새벽같이 출근해 밤늦게 퇴근하는 청와대 업무 특성상, 1년 넘게 근무한 참모들은 대부분 치아 건강에 크든 작든 문제가 생겼다고 토로하기도 합니다.
이제 문 대통령 임기는 딱 1년 반 남았습니다. 지난 3년 반, 지지 여부에 따라 혹은 각종 사안에 따라 찬사와 비판도 많았지만, '적폐청산', 경제회복, 코로나 극복, 한반도 평화 등의 굵직한 과제 해결을 위해 나름 쉼 없이 달려온 기간이었습니다.
남은 임기 과제들도 이해관계와 관점 등에 따라 앞으로 여러 논란이 있겠지만, 이 역시 민주 사회의 일상사인 만큼, 문 대통령이 더 큰 스트레스와 고민거리 받지 않고, 치아 건강 잘 유지하면서 임기 마쳤으면 좋겠습니다. 박수받는 대통령으로 퇴임하는 날까지, 더 이상 대통령의 '발치' 소식을 듣지 않기를, 또 이렇게 전하지 않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