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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우리들은 안전한가요?" 가축항생제 내성 증가의 의미

[취재파일] "우리들은 안전한가요?" 가축항생제 내성 증가의 의미

박찬범 기자 cbcb@sbs.co.kr

작성 2020.11.10 10:05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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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항생제 사료' 금지 10년째…항생제 내성을 줄이자

정부는 2011년 7월에 가축항생제 과다 사용을 막기 위해 특단의 조치를 내립니다. 가축 사료에 항생제를 섞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항생제 남발을 막기 위해서입니다.

농가는 그동안 성장 촉진 목적으로 항생제를 사료에 첨가했습니다. 해당 사료를 먹은 가축은 세균에 감염될 확률이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또한 아프지 않고 잘 자랄 수 있어 농가에게는 이득입니다. 하지만 정부는 이를 더 이상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가축항생제 남용은 두 가지 문제를 초래합니다. 한 가지는 항생제를 과도하게 섭취한 가축에게 항생제 내성균이 생깁니다. 가축이 질환에 걸려 항생제가 꼭 필요할 때 정작 효과가 없을 수 있습니다.

다른 한 가지는 가축 체내에 항생제가 남은 채로 시중에 유통될 수 있습니다. 항생제가 남아 있는 육류를 인간이 만약 먹는다면 인체에 항생제 내성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인간 역시 마찬가지로 항생제 치료가 필요한 순간에 아무런 효과를 못 볼 수 있습니다. 인체에 형성된 항생제 내성 가운데 4% 정도는 동물로부터 옮겨간 것이라는 연구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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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항생제 사료' 금지 효과는 있었을까? 일부 항생제 내성 되레 증가

충북대학교 수의학과 이완규 교수 연구팀이 항생제 사료가 금지된 2011년 전후로 돼지의 항생제 내성을 비교해봤습니다. 연구에 앞서 전국 농가 150곳에서 대장균주 690개를 분리했습니다. 대장균주는 지난 2007년부터 2018년 사이 채취한 것입니다.

항생제 내성을 조사한 이유는 항생제 사용량과 내성은 비례하기 때문입니다. 내성률이 늘어난 건 그만큼 항생제 사용도 늘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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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결과는 뜻밖이었습니다. 모든 항생제가 내성이 증가한 것은 아니지만, 일부는 오히려 항생제 사료가 금지된 뒤 내성이 증가했습니다. 세팔로틴(cephalothin)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내성률이 51.4%에서 69.5%로 증가했습니다. 세팔로틴은 사람에게도 쓰이는 항생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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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규 교수 연구팀은 국내 최대 돼지 농가 밀집지역인 충청권을 대상으로 별도 조사했습니다. 충청권은 내성률 증가가 더 두드러집니다. 3가지 이상의 항생제에 내성이 생긴 대장균주 비율은 56.9%에서 88.5%로 증가했습니다. 30%p 이상 오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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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항생제 내성은 왜 증가했을까? 치료 목적 항생제 사용 때문?

항생제 사료는 금지됐지만, 치료 목적의 항생제 사용은 가능합니다. 돼지가 호흡기 질환 등 병에 걸렸을 때 항생제를 투여해 치료해야 합니다. 농가는 수의사 처방을 받은 뒤 항생제를 구입할 수 있습니다.

가축항생제 전문가들은 치료 목적의 항생제로 '풍선 효과'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합니다. 치료 목적의 항생제로 수요가 몰리면서 내성이 줄지 못했던 것으로 추측합니다. 실제로 돼지항생제의 경우 연도별 판매량이 감소하기는 커녕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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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사 처방전 없이 구입 가능한 항생제가 존재하는 것도 한 요인으로 꼽습니다. 시중에 유통된 항생제 가운데 20% 정도는 여전히 처방전 없이 구입 가능합니다. 가축의약품 대리점 운영자와 통화해봤습니다. 처방전 필요 없는 가축항생제를 찾는 손님이 이따금씩 있다고 합니다.

● 잔류물질 검사 부적합 비율 약 0.2%…시중 유통 가능성 희박

그렇다면 소, 돼지, 닭을 소비하는 인간에게도 해로울까요? 고기를 먹고 내 몸에 항생제 내성이 생길 수 있을까요?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출하 전에 잔류 물질 검사를 실시합니다. 항생제 170여 종이 가축 체내에 남아있는지 검사합니다. 검사 결과 잔류량이 일정 기준 초과하면 부적합 판정을 받습니다. 돼지항생제의 경우 부적합 처리 비율은 0.2%~0.3%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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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부적합 판정을 받는 가축은 유통이 금지됩니다. 그리고 해당 농가는 처벌을 받게 됩니다. 따라서 우리 식탁에 올라오는 소, 돼지, 닭고기에 항생제가 남아 있을 가능성은 확률적으로 낮습니다. 다만, 잔류물질 검사는 전수조사가 아닌 표본조사입니다. 항생제가 100% 없다고 장담할 순 없습니다.

● 항생제 사용 줄이려면, 사육 환경 개선이 우선

한 돼지농가에게 항생제 사용 빈도를 물어봤습니다. 농가 상황에 따라 제각각이라고 합니다. 어떤 농가는 출하 전까지 항생제 주사를 2번 정도 맞고, 어떤 경우는 5번 넘게 맞기도 한다고 합니다. 그만큼 아픈 돼지가 축사에 많이 생길수록 항생제 사용 빈도는 올라간다고 합니다.

돼지의 건강 상태는 사육 환경과도 직결됩니다. 아픈 돼지가 생겨 항생제를 맞는 일을 줄이려면 그만큼 축사 위생에 대해 신경을 써야 합니다. 이미 농가들도 이 부분에 공감하고 '동물 복지'에 보다 힘쓰고 있습니다. 면적당 사육 두 수도 전보다 줄이고, 유럽의 선진 사례를 학습해 적용하고 있습니다.

가축 항생제를 아예 안 쓸 수는 없습니다. 다만, 항생제 사용을 지금보다 줄여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연구자, 농가, 소비자 모두 이견이 없습니다. 이번 이완규 교수 연구팀의 논문을 계기로 가축항생제를 보다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봐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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