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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잇] 오늘도 충전소 찾아 전전긍긍_#수소차 이야기

[인-잇] 오늘도 충전소 찾아 전전긍긍_#수소차 이야기

김창규│입사 21년 차 직장인. 실제 경험을 녹여낸 회사 보직자 애환을 연재 중

SBS 뉴스

작성 2020.10.28 11:00 수정 2020.11.02 15:52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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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인-잇] 오늘도 충전소 찾아 전전긍긍_#수소차 이야기
"저기 보이는 파란 충전소. 오늘은 이번 주만 3번째 여기를 찾는 날. 마음은 그곳을 달려가고 있지만 아직도 상당 거리가 남아 조급함으로 가슴이 떨려오네. 새로 산 차의 자율주행이 어색해서 자꾸 핸들을 잡는 손에 힘이 들어갔는데 이런 멀쑥한 내 모습이 더 못마땅해. 충전소 도착 20분 전. 충전소에 도착하면 차가 몇 대나 대기하고 있을까? 혹시 또 60%밖에 못 넣는 것은 아닐까? 도대체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까? 머릿속에 가득한 그 끔찍한 상황에 초조와 불안이 내게 다가오는 것 같아. 하늘의 먹구름이 불행한 사태의 예견 아닐까. 어디 한번 맞나 볼까. 그래서 그런지 오늘따라 이 길이 더 멀어 보이는 충전소 도착 20분 전~"

차 안의 라디오에서 울려 퍼지는 <그녀를 만나기 곳 100m 전> 노래 가사가 나에게는 이렇게 들렸다.

1년 전 난 차를 다시 사야 했다. 당시 개인 상황이 바뀌어 더 이상 렌터카를 이용할 수가 없게 되어서다. 어떤 차를 사야 할지 고민하던 중에 차 자체는 완전 최신식에 최고급인데 실제 지불해야 할 비용은 내 호주머니 사정과 딱 맞는 차를 지인에게 소개를 받았다. 바로 수소차였다. 마음먹고 살펴보니 이거, 괜찮은 것 같았다. 물론 "아직은 시범적인 차다, 충전하는 데 시간이 15분이나 걸린다, 부품 교체 시 한 번에 돈이 많이 들기 때문에 유지비도 결코 적게 드는 것은 아니다"라는 여러 경고가 주변에서 있었지만 나는 그 정도 결함은 감내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충전소가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 계속 마음에 걸려 구매를 주저하다가 나라에서 충전소를 획기적으로 늘린다는 보도자료들을 접한 뒤 마침내 구입하게 됐다.

차는 확실히 좋았다. 차 디자인도 마음에 들었고 승차감도 매우 우수했으며 성능도 가격 대비 탁월했다. 그러나 불편을 감수하겠다고 마음을 먹었던 충전 문제는 쉽게 극복이 되지 않았다. 일단 근처에 있는 충전소가 1년 넘게 고장 나 있는 상태이다. 어쩔 수 없이 내 행동반경과 떨어져 있는 충전소에 가야만 했는데 현재 충전소 수 자체가 모자라고 게다가 여기저기 망가져 있는 곳이 많아서 그런지 그곳은 항상 문전성시였다. 언제나 내 앞에 6~7대의 차가 먼저 와 있어서 충전하려면 보통 2시간 이상을 기다려야 했다. 그런데 불편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운이 나빠 충전소 기기가 망가지거나 재고 부족에 걸리면 이렇게 힘들게 오고 기다려도 소위 말하는 '만땅'을 채우지 못한 채 불과 60% 정도만 공급받고 만족해야 했다.

저기 보이는 충전소, 정말 100m 전이다. 역시 5대 정도가 먼저 와 기다리고 있다. 난 한숨 나오는 것을 참고 '내가 한 선택에 대한 대가이지' 라며 마음을 누그러트리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이 차를 산 것은 분명 내 선택이었다. 그러니 누구도 탓할 수 없다. 그런데 왜 불편함을 미리 알았음에도 나는 이것을 선택했지? 특정 기업체나 나라의 홍보(약속) 때문이었다. <친환경 에너지 사업을 육성한다, 충전소를 몇백 개로 늘린다> 같은 확정적인 공약이 있었기에 조금만 참으면 이 불편함이 개선될 것이라는 믿음으로 이 차를 구매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것은(특히 충전소 확충) 실제로 홍보처럼 잘 되지 않았다. 당연히 구매자 입장에서는 분통 터질 일이지만 그렇다고 관계자들에게 구매자의 판단 미스를 유도했다며 비난을 할 수는 없다. 모든 일이 다 계획대로 되지는 않으니까. 이때 하나의 의문이 생겼다. 수소차와 관련된 정책 결정자들은 단기간 내에 충전소를 몇백 개 확충하는 것이 정말 가능하다고 믿었을까?(지금까지도 못 했는데 말이다) 진심으로 그들은 그런 확신과 자신감을 갖고 적극적으로 홍보를 했던 것일까? 혹시 회장이나 대통령의 강조 때문에 그것이 거의 불가능함을 알았음에도, 자본시장은 원래 그런 거야 혹은 정치는 그런 거지 하면서 눈감고 일한 것은 아닐까? 만약 이랬다면 얘기는 틀려진다.'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두 가지 마음이 들었다. 하나는 지금까지 이 나이 먹도록 그것도 예측하지 못한 아둔한 나를 탓하는 마음, 또 하나는 불가능할 것을 알면서도 가능할 것처럼 떠들어 댔던 나라 및 특정 기업에 대한 원망, 얄미움 같은 마음이었다. 답답한 마음에 차 밖으로 나갔다. 그러자 나처럼 충전 순서를 기다리는 어떤 분이 다가오더니 말을 건다.

"차 넘버를 보니 같은 지역 분 같은데 우리 지역에 언제쯤 충전소가 생긴다는 얘기 들으셨어요?"

"최근에 어디 어디에 짓겠다는 얘기는 들은 것 같은데요."

"아이, 그거 안 된대요. 한참 전 얘기인데 주민들의 반대가 너무 세서 한 발짝도 못 나갔답니다. 우리 입장에서는 속 터지는 일이죠. 차는 좋은데 이거 큰일입니다."

"우리 같은 사람이 좀 더 늘 것 같아요. 어떤 기사를 보니 현대차가 2030년까지 국내에서 연간 50만 대 생산체제를 구축하고 정부는 한술 더 떠 그린뉴딜 정책으로 2025년까지 수소차를 누적 20만 대까지 보급하겠다고 했대요. 지금 같은 상황이면 앞으로 적어도 몇만 명이 발을 동동 구르게 생겼어요."

그러자 그분이 약간 흥분하면서 "사기꾼들"이라고 나지막이 말했다. 이때 우리 회사 본사 팀장의 전화가 왔다. 서로 형식상의 인사가 끝나자 그는 얼른 본론을 말한다.

"일전에 얘기했던 그 정책 있잖아요, 이제 곧 시행을 할 것입니다. 그러니 사전에 현장에서 공감대 형성을 해 주세요. 아, 논리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실제로 쉽지 않다는 거 잘 압니다. 하지만 다른 측면으로도 생각해 보세요. 가능할 수도 있어요. 안된다고만 하지 마시고요. 그리고 이거 아시다시피 경영층의 관심이 지대한 건입니다." 나는 "알았다." 하고 전화를 끊고 체념한 말투로 중얼거렸다. "나도 곧 사기꾼 소리 듣게 생겼군. 으."

복잡다단한 현실 속에서 무언가를 결정해야 하는 모든 사람들의 고충이 상상을 뛰어 넘을정도라는 걸 난 안다. 그렇기 때문에 그 고충의 결과로 시행된 일들이 칭찬받지는 못할망정 엉터리, 사기라는 소리를 듣지 않게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물론 나부터 내가 하는 회사 일이 이런 비난을 받지 않도록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할 처지이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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