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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자에 손잡이 구멍 내달라" 호소에도…1년째 조용

<앵커>

노동자들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서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문제, 하나 더 전해 드리겠습니다. 마트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하루에 많게는 수백 개씩 무거운 상자를 옮겨야 합니다. 그래서 손잡이로 쓸 수 있게 상자 양쪽에다가 구멍을 내달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들어보면 쉽게 해결될 일 같은데 장관이 약속한 지 1년이 지났는데도 달라진 게 없다고 합니다.

자세한 내용, 전연남 기자입니다.

<기자>

홈플러스에서 8년째 일하고 있는 오재본 씨는 하루에 6시간 이상, 많게는 200개 넘게 상자를 옮깁니다.

손잡이 없는 20kg 상자를 옮길 때면 상자 옆이나 바닥을 잡고 들어올려야 하는데 '억' 소리가 절로 납니다.

[오재본/홈플러스 직원 : 안 좋은 자세에서 손잡이가 없다 보니까 저도 이제 허리디스크가 살짝 있어요. (심한 분들은) 어깨 염증, 어깨 인대가 늘어나서 병가를 가거나….]

이렇다 보니 척추 등 근골격계 질환으로 진료를 받은 경험이 있는 마트 노동자는 지난해 10명 중 7명에 달했습니다.

5kg 이상 물품에는 사업주가 손잡이 부착 등 적당한 조치를 해야 한다는 의무 조항이 있지만, 유명무실한 상황.

마트 노동자들은 상자 양옆에 구멍만 뚫어도 최대 40% 하중을 줄일 수 있다며 지난해부터 상자에 손잡이 구멍을 뚫어달라고 요구해왔습니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해법을 찾겠다고 공언했지만 달라진 건 없습니다.

[오재본/홈플러스 직원 : (상자에) 구멍 있는 거 저는 저희 쪽에는 거의 없고. 진짜 무거운 세제 상자나 간장 상자, 이런 게 구멍 뚫린 게 별로 없는 거예요.]

유통 업체들은 자사 상표를 단 PB 제품 상자에 일부 손잡이 구멍을 뚫었지만, 현실적으로 모든 상자에 손잡이를 만들기는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유통업체 관계자 : 일반 제조업체에서 만드는 건 저희가 (상자) 생산을 하는 게 아니잖아요. 저희가 (상자에 손잡이 만들 수) 있는 건 전체 PB 상품 정도.]

고용노동부는 상자 손잡이를 어떻게 만들지 용역작업을 최근 마쳤다며 유통업체, 제조업체들과 함께 조속히 해법을 찾겠다고 밝혔습니다.

(영상취재 : 김남성, 영상편집 : 김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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