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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구하라 사건'…딸 숨지자 28년 만에 나타난 생모

제2의 '구하라 사건'…딸 숨지자 28년 만에 나타난 생모

유영규 기자 ykyou@sbs.co.kr

작성 2020.10.26 07:45 수정 2020.10.26 08:12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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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딸이 암으로 숨지자 28년 만에 나타난 생모가 억대 보험금과 유산을 받아 간 '제2의 구하라'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단독 상속자인 생모는 딸의 모든 재산을 가져간 것도 모자라 유족이 병원비와 장례 비용을 고인의 카드로 결제했다며 소송을 걸기도 했습니다.

양육 의무를 다하지 않은 친부모의 상속에 제한을 두는 법안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법조계 등에 따르면 A(55)씨는 지난 4월 숨진 딸 김 모(29)씨의 계모와 이복동생을 상대로 딸의 체크카드와 계좌에서 사용된 5천500여만 원에 대한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 소송을 서울동부지법에 냈습니다.

김 씨는 지난해 위암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를 하던 중 지난 2월 숨졌습니다.

생모 A씨는 김 씨가 태어난 후 1년여를 제외하고는 연락조차 없이 지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딸의 사망 소식을 들은 A씨는 김 씨를 간병해오던 계모와 이복동생에게 돌연 연락해 "사망보험금을 나눠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사망신고 후 자신이 단독 상속자인 것을 알고는 사망보험금과 퇴직금, 김 씨가 살던 방의 전세금 등 1억5천만 원을 가져갔습니다.

상속제도를 규정한 현행 민법에 따르면 김 씨의 직계존속인 A씨는 제약 없이 김 씨가 남긴 재산 모두를 상속받을 수 있습니다.

상속권 절반을 가진 김 씨의 친부가 수년 전 사망했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A씨는 딸이 사망한 이후 계모와 이복동생이 딸의 계좌에서 결제한 병원 치료비와 장례비 등 5천만 원 상당이 자신의 재산이고, 이를 부당하게 편취당했다며 소송까지 걸었습니다.

김 씨의 계모 측은 "일도 그만두고 병간호에 매달렸는데 갑자기 절도범으로 몰린 상황"이라며 법정에서 억울함을 주장했으나, 민법상 상속권이 있는 A씨를 상대로 승소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런 사정을 안 법원도 이례적으로 2차례 조정기일을 열었고, A씨가 유족에게 전세보증금 일부인 1천만 원 미만의 돈을 지급하기로 합의한 후 재판을 마무리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유족에 따르면 김 씨는 암 판정을 받은 뒤 "재산이 친모에게 상속될까 봐 걱정된다", "보험금·퇴직금은 지금 가족들에게 갔으면 좋겠다"는 말을 주변인들에게 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하지만 공증받은 유언이 아니어서 효력이 없고, 법정 상속인이 아닌 김 씨의 새어머니는 기여분이나 상속재산분할 소송도 걸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김 씨의 유족 측 변호사는 "현행법에 양육 의무를 다하지 않은 친부모를 상속에서 배제하는 규정 자체가 없다"며 "유족이 패소하거나, 도의적 책임을 적용해 합의를 보는 선에서 끝나는 사건이 많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가수 고 구하라 씨의 오빠 측은 어린 구 씨를 버리고 가출했던 친모가 구 씨의 상속재산을 받아 가려 한다며 이른바 '구하라법' 제정 입법 청원을 했습니다.

구하라법은 20대 국회에서 처리가 무산됐으나,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이 21대 국회에서 다시 발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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