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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자금 출처 추격전과 '23타수 무안타'

[취재파일] 자금 출처 추격전과 '23타수 무안타'

한세현 기자 vetman@sbs.co.kr

작성 2020.10.26 09:34 수정 2020.10.28 16:28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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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자금 출처 추격전과 23타수 무안타
십여 년 전 개봉한 영화의 대사 한 구절이 떠올랐습니다. "망치가 가벼우면 못이 솟는 법이죠." 끝까지, 더 엄정하게, 어떻게든 바로잡고 말겠다는 굳건한 의지. 바로 국토교통부가 개정한 '주택자금조달계획서' 얘기입니다.

국토부는 앞서 지난 1월, 고가주택을 중심으로 집값을 누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마련했는지 설명하도록 법을 강화했습니다. 서울 등 투기과열지역에서는 자금조달계획서는 물론, 이를 입증할 서류까지도 제출하게 됐습니다. 부동산 시장 음지에서 일어나는 일을 앉아서 보지 않겠다는 다짐이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강화한 규제가 한층 더 촘촘하고 강력해집니다. 당장 내일(27일)부터 모든 규제지역(조정대상지역 + 투기과열지구)에서 집을 거래할 때는, 집값과 관계없이 무조건 '자금조달계획서'를 제출하게 되는 것입니다. 서울과 수도권 대부분 지역이 이미 규제지역으로 묶인 상황이어서, 이들 지역에서 집을 사려면 돈을 어떻게 마련했는지 의무적으로 설명하게 됐습니다.

잠실한강공원 일대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사진=연합뉴스)
1. 자금조달계획서 대상 확대

지금까지는, 규제지역에서도 '3억 원 이상의 주택'을 거래할 때만 자금조달계획서를 제출하면 됐습니다. 투기세력이 상대적으로 고가주택으로 많이 몰린다는 분석에 따른 것입니다. 하지만, 앞서 설명해 드린 것처럼, 이제는 규제지역에서 주택을 거래하면 <가격에 관계없이 무조건> 자금조달계획서를 내야 합니다. (※ 비규제 지역은 기존처럼 6억 원 이상 주택 거래 시에만 자금조달계획서를 제출하면 됩니다.)

사실 잇따른 부동산 대책을 거치며, 대출 규제 선까지 집값이 오르는 이른바 '키 맞추기' 현상으로 이미 서울에선 3억 원 이하 집을 찾기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문제는 수도권입니다. 서울에서 떨어진, 3억 원 이하 주택이 상대적으로 많은 수도권에서는 편법증여와 상속이 여전히 이뤄진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입니다. 따라서 이들 지역까지 정부가 직접 챙겨보겠다는, 작은 빈틈도 주지 않겠다는 의지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국토부도 "저가 주택에 대해서는 실효성 있는 투기수요 대응에 한계가 있었다"라며 제도 개정 취지를 설명했습니다.

2. 증빙자료 제출 대상도 확대

두 번째로, 규제지역 중에서도 '투기과열지구'에 대한 규제는 이전보다 훨씬 더 강력해집니다. 그동안은 투기과열지구 안에서도 9억 원이 넘는 주택을 거래할 때만 증빙자료를 제출하면 됐는데, 앞으로는 투기과열지구 내 모든 주택 거래 시 증빙자료를 제출해야 합니다.

규제 강도로 보면, 투기지역 > 투기과열지구 > 조정대상지역 순서입니다. 이미 서울은 모든 자치구가 투기지역 혹은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돼 있어 강화된 정책의 직접 영향을 받게 됩니다. 성남과 용인 수원, 의왕 등 서울과 인접한 수도권 도시도 투기과열지구에 포함돼 있어서 영향을 받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됩니다. 한마디로, 서울은 물론 서울과 인접한 수도권 지역에서 집을 사려면 <자금조달계획서 + 빙증 자료>를 무조건 같이 내라는 것입니다.

한세현 취재파일용
 
증빙자료는 자금조달계획서를 거짓 없이 기재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예금잔액증명서와 주식거래내역서 등이 포함됩니다. 만약 주택 마련 자금을 누군가에게 받았다면, 돈을 준 사람이 누구인지 부모인지 형제인지, 친척 혹은 부부, 그것도 아니면 팬인지, 극단적으로 길거리를 걷다가 우연히 주운 것인지도 밝혀야 합니다.

이것으로 끝이 아닙니다. 자금을 '어떻게' 주고 또 받는지도 기록해야 합니다. 계좌로 이체했는지, 보증금·대출을 승계한 것인지, 아니면 현금으로 건넨 것인지도 밝혀야 합니다. 현금으로 냈다면 첨단 IT 기술을 두고 왜 그 무거운 돈다발을 끙끙거리며 싸 들고 가서 전달했는지도 소명해야 합니다. 현금과 비슷한 자산 있다면, 그것이 금괴인지 혹은 비트코인인지까지도 설명해야 합니다. 예상 가능한 모든 '꼼수'를 다 찾아내겠다는 것입니다.

한세현 취재파일용

3. 핵심은 법인 규제

앞서 두 규제도 강력하지만, 이번 대책의 최종 종착지는 결국 '부동산 법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법인을 통한 편법 증여, 투기가 집값 상승에 악영향을 끼쳤다는 것이 정부 판단인 것입니다. 때문에, 법인이 주택을 거래하려면 어떤 회사인지(법인 등기 현황), 거래 상대방은 누구인지(가족, 친인척 등 특수관계 여부), 또 왜 사려고 하는지(취득목적)를 추가로 신고하게 했습니다. 그동안은 개인과 법인 구분 없이 신고 항목이 같았는데 이번 조치로 법인의 신고절차는 한층 까다로워지게 된 것입니다.

더 나아가, 법인은 어디서, 얼마짜리 주택을 거래하든 조건 없이 말 그대로 '무조건' 자금조달계획서를 내야 합니다. '딴생각할 틈조차 주지 않겠다는 취지입니다. 임경인 세무사(하나은행 세무팀장)는 "과거에는 경제를 활성화한다는 관점에서, 법인에는 혜택을 줬었는데 이제는 아예 작정하고 엄청난 진입 장벽을 높이겠다는 뜻이다. 법인이 주택을 취득해서 운용하고 처분하는 모든 단계에 대해 개인보다 오히려 더 불리하게 취급하겠다는 의지가 강하게 느껴진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부동산 법인 자금출처 신고 내역 강화

● "사실상 유일하게 효과를 보이는 대책"

취재 과정에서, 부동산 정책을 담당하는 고위 공무원과 부동산학과 교수를 같은 자리에서 만나 비교적 솔직한 얘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현안마다 두 사람의 의견은 달랐지만, 그들이 공통으로 동의한 한 가지 사안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지금까지 정부가 내놓은 여러 부동산 정책 가운데 이 <자금출처 조사>가 그나마 (사실상 유일하게) 부분적으로는 효과를 보인다는 점입니다.

그들은 집을 사려는 입장에서는 어떻게 돈을 마련했는지 설명하고 입증하는 것은 생각보다 큰 부담이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사업이나 자영업을 하는 분들의 부담이 크다고 설명했습니다. 사업체 등을 운영하며 자금을 여기저기에서 융통할 수밖에 없는데, 세무당국이 그것에 대한 추적이 들어오면 매우 부담이 커진다는 것입니다.

또 돈을 주는 입장에서도, 자신이 더 명확하게 드러나게 되는 것은 부담스러운 일입니다. 특히 세 부담을 더 직접적으로 느끼게 된다는 것입니다. 가령, 부부 간 증여는 6억 원까진 세금이 부과되지 않지만, 직계존비속은 면세 범위가 5천만 원까지로 대폭 줄어듭니다.

거기에 1억 원 이하는 10%, 1억~5억 원 20%, 5억~10억 원 30%, 10억~30억 원은 40%, 30억 원이 넘어가면 무려 절반을 세금으로 내게 됩니다. 돈을 받는 대상이 미성년자라면, 면세 범위는 2천만 원으로 한층 더 좁아집니다. 집을 사라고 주는 돈의 상당 부분을 세금으로 내야는 것입니다.

특히, 부동산 법인을 통해 세금 혜택을 받고 추적을 피했던 투기세력은 큰 폭으로 위축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법인을 통한 부동산 거래는 대개 고가주택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잦기에 그런 고가주택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어, 집값도 하락할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 23타수 무안타…사라진 '설명 책임'

자금 추적이 부분적으로나마 유일하게 효과를 보이는 정책이라는 말. 이를 뒤집어보면, 나머지 정책들은 별다른 효과가 없었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하락세로 돌아섰다고 밝힌 서울 강남지역은 불과 일주일 만에 반등했습니다. 그렇다 보니 "당장 일주일 앞도 못 보니 자신이 만든 정책에 자신이 '전세 난민'이 됐다", "23타수 무안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최선책", "집값을 잡으라고 했더니 애꿎은 사람만 잡는다"라는 조롱과 비판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세현 취재파일용
 
이 같은 비판은 결국, 정부의 설명이 충분하지 않다는 사실로 귀결합니다. 물론 정부도 나름 노력한다고 항변하고 싶을 것입니다. 하지만, 정부가 내놓은 설명 대부분은 정책을 처음 도입할 초기에 몰려 있습니다. "이런 정책을 이렇게 도입하면 이런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라고 전할 때만 열심히 설명하는 것입니다.

그 이후, 과연 그 정책이 시장에서 제대로 구현되고 있는지, 만약 그렇지 않다면 어떤 보완책을 내놓을 것인지, 그것에 대해서는 그저 말을 아낄 뿐입니다. 극도의 혼란을 겪는 전세시장에 대해서도 "코로나19와 저금리 때문"이라는 설명에, 정부를 믿고 의지했던 국민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합니다.

앞서 정부 부동산 정책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어느 여당 정치인은 "8월 9월 초면 집값이 내려가는 것을 체감하게 될 것이다."이라고 예언(?)했습니다. 두 달이 지난 지금의 부동산 시장을 그는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요? 국민 생활에 엄청난 영향을 끼치는 정책을 23번이나 내놓고도 그것에 대한 구체적인 분석이나 해석, 설명이 없다는 점은 한마디로 안타깝고, 두 마디로 부끄럽고, 세 마디로 참담한 일입니다.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 편집장을 지낸 영국 언론인 빌 에머트는 "좋은 정부와 나쁜 정부의 가장 중요한 판별 기준은 정부가 국민에게 '설명 책임'을 이행하느냐 아니냐에 달렸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오는 만큼, 주요 정책이 국가의 현재와 미래를 위해 과연 올바른 것인지, 국가의 주인인 국민에게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보자면 '설명 책임'을 방기하는 권력처럼 위험하고 무서운 것도 없을 것입니다.

오늘 많은 국민과 전문가들은 언론을 통해, 더 나아가 블로그와 SNS, 국민청원, 아예 직접 길거리에서 집회시위 등을 통해 부동산 정책에 대한 여러 의견을 내고 있습니다. 앞서 일찍이 기원전 고대 로마의 풍자시인 푸블릴리우스는 지적했습니다. "많은 사람이 충고를 받지만, 그로 인해 이득을 보는 자는 현명한 사람뿐이다." 과연 부동산 정책을 펴고 이끌어가는 공무원과 위정자들은 '현자'일까요? 국민이 무겁게 묻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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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억 미만" 안 통한다…수도권 집 사려면 '자금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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