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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바흐의 결례인가? 청와대의 결례인가?

[취재파일] 바흐의 결례인가? 청와대의 결례인가?

권종오 기자 kjo@sbs.co.kr

작성 2020.10.26 09:09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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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회 서울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됐던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의 방한이 전격 취소되면서 그 파문이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오래전에 예정됐던 방한이 갑자기 취소된 이유에 대해 IOC와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모두 코로나19 확산 외에는 다른 이유가 없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했습니다.

즉 바흐 위원장 일행이 오는 24일 한국을 방문하기로 돼 있었지만 최근 유럽, 특히 스위스에서 코로나19 감염자가 다시 급격하게 증가되면서 해외여행이 심각하게 어려워졌기 때문에 부득이하게 취소를 결정했다는 것입니다.

애초 바흐 위원장의 동선은 23일 오후 거주지인 스위스를 떠나 프랑스 파리에 도착한 뒤 파리 시각 23일 밤 9시 대한항공기를 이용해 한국 시각 24일 오후 3시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는 것이었습니다.

바흐 위원장이 방한을 전격 취소한 시점은 스위스 시각으로 23일 낮이었습니다. 서울평화상을 시상하는 서울평화상문화재단에 먼저 알린 뒤 대한체육회에는 한국 시각으로 당일 밤 9시쯤 통보했습니다. 그러니까 바흐 위원장은 출국 직전에 방한 취소를 결정한 것입니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바흐 위원장이 코로나19를 이유로 전격 방한 취소라는 결정을 내리자 서울평화상문화재단과 대한체육회는 실망감과 함께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약 한 달가량 바흐 위원장 방한 준비에 총력을 기울여왔는데 막상 하루 전에 오지 않는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서울평화상 시상식은 결국 오늘(26일) 오후 온라인으로 대체됐고 27일 오후 바흐 위원장이 참석해 자리를 빛낼 예정이었던 대한체육회 창립 100주년 기념행사도 속된 말로 김이 빠져버렸습니다.

현재 가장 논란이 되는 대목은 문재인 대통령과의 면담이 무산된 것입니다. 바흐 위원장은 26일 오전 청와대를 방문해 문 대통령을 만나기로 돼 있었는데 방한이 취소되면서 자동적으로 물거품이 된 것입니다. 이 때문에 국내 체육계에서는 문 대통령과의 회동을 '펑크' 낸 바흐 위원장의 '결례'를 지적하는 사람이 나오고 있습니다.

IOC 사정에 정통한 국내 체육계 인사 A 씨는 "코로나19가 확산됐다고 해도 스위스에서 파리로 넘어가는 국경이 차단된 것도 아니고 파리에서 서울로 가는 항공기가 운항되지 않은 것도 아니다. 쉽게 말해 올 의지가 있었다면 올 수 있었다는 것이다. 대한민국 국가원수와의 면담을 너무 가볍게 생각한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체육계 인사 B 씨는 "IOC와 일본은 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내년에 도쿄올림픽을 치르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혔다. 그런데 이번에 방한할 예정이었던 바흐 위원장은 일행이 4명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코로나19를 이유로 한국행을 포기했다. 말로는 해외 여행의 어려움을 방한 취소 이유로 거론했지만 실제론 감염을 우려했을 가능성이 크다. 만약 내년 봄까지 코로나19가 완전하게 종식되지 않을 경우 IOC가 어떻게 도쿄올림픽 개최를 주장할 수 있을 것이며, 전 세계 수만 명의 선수와 취재진들에게 코로나 19에도 도쿄로 오라고 할 수 있겠는가?"라고 꼬집었습니다.

대한체육회
대한체육회를 비롯한 국내 체육계 일각에서는 청와대의 '결례'도 지적하고 있습니다. 가장 납득이 되지 않는 대목이 바흐 위원장의 청와대 방문 시 배석자 문제입니다. 서울평화상 수상자가 IOC 수장인 바흐 위원장이었기 때문에 대한체육회에서는 당연히 이기흥 현 대한체육회장 겸 IOC 위원과 유승민 IOC 선수위원이 배석할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IOC 위원장이 어떤 국가를 방문할 경우 해당 국가의 IOC 위원이 수행하는 것이 관례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기흥, 유승민 두 사람은 배석자 리스트에서 제외됐습니다. 이들에게 돌아온 답변은 "바흐 위원장의 이번 청와대 방문은 올림픽과 관계된 것이 아니고 서울평화상 수상자 자격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한국 IOC 위원이 배석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더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서울평화상을 시상하는 서울평화상문화재단 이사장도 배석자 명단에 빠진 것입니다.

배석자를 어떻게 정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청와대가 해당 부처와 상의해 결정하는 것이 상식입니다. 서울평화상문화재단은 문체부 산하 기관이기 때문에 청와대는 문체부와 논의한 뒤 배석자를 최종 결정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와 관련해 국내 체육계 고위 인사 C 씨는 "배석자 선정을 놓고 말이 참 많았는데 결국 스포츠계에서는 최윤희 문체부 제2차관만 배석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당연히 배석해야 할 IOC 위원이 2명 모두 제외된 데다 서울평화상문화재단 이사장마저 막판에 빠진 것으로 들었다. 이런 혼선과 내부 잡음을 바흐 위원장이 몰랐을 리가 없다. 바흐 위원장에게는 결례였다고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바흐 위원장의 방한을 앞두고 국내 체육계는 극심한 분열상을 드러냈습니다. 대한올림픽위원회(KOC) 분리를 추진하는 더불어민주당 일부 의원, 문체부, 일부 체육단체와 이에 극력 반대하는 대한체육회 사이의 첨예한 갈등이 국제 스포츠계에 그대로 알려졌기 때문입니다. 이런 스포츠 외교 참사가 계속되는 한 '스포츠 강국'에서 '스포츠 선진국'이 되겠다는 비전은 한낱 '구두선'에 불과할 것입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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