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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지명 취소' 김유성, '자숙' 대신 소송전

[취재파일] '지명 취소' 김유성, '자숙' 대신 소송전
지난 8월 말, '김유성'이라는 이름이 한국 야구계를 뒤흔들었다. 경남권에서 오랜만에 나온 '전국구 유망주'로 NC의 1차 지명을 받는 영광이, '학폭 의혹'으로 모두 사라졌다. NC 구단의 조사 결과 의혹은 대부분 사실로 밝혀졌다. 여론이 들끓었고, NC는 결국 1차 지명을 철회했다. 폭력에 대한 팬과 국민의 민감도가 얼마나 높아졌는지, 한국 스포츠계가 폭력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 갈 길이 얼마나 먼지 적나라하게 드러난 사건이었다.

학교와 사법 당국의 처벌과는 별개로, 야구계가 김유성에 대해 적절한 징계를 내려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었다. 그래서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가 김유성에게 지난달 24일 1년 자격정지 징계를 내렸을 때 '너무 무겁다'는 의견은 많지 않았다. 관건은 이후의 과정으로 보였다. 김유성은 다시 그라운드에 설 수 있을까? 만약 그 가능성이 생기려면, 몇 가지 조건이 선행되어야 할 것으로 보였다.

1. 김유성의 사과와 자숙
2. 피해자의 용서
3. 팬들의 용서

하지만 이후의 사건 전개는 위 사항들과는 거리가 멀다.

김 모 씨는 3년 전, 김유성으로부터 폭행을 당한 피해 학생 A군의 어머니다. 8월 중순, NC 구단 홈페이지에 당시 상황을 폭로하는 글을 올려 팬들의 공분을 자아낸 장본인이다.

"학폭위와 경찰, 법원까지 가는 과정에서 김유성 선수의 부모로부터 어떠한 사과도 없었어요. 프로에 가면 팬들이 우러러보는 '공인'이 될 텐데, 공인다운 태도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반성이 없었기 때문에 또 다른 피해자가 나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폭로를 하게 됐습니다."

김 씨 측은 김유성 측에 '사과와 용서의 기회'도 줬다고 주장한다.

"9월 초에 유성이 어머니가 남편에게 전화를 주셔서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물으셨어요. 남편은 그동안 받지 못했던 사과를 받고 싶다고 했어요. 그리고 지명 철회 뒤 인터뷰에서 유성이와 어머니가 주장한 '2차 가해는 없었다'는 주장을 바로 잡아달라고 요청했어요. 다시 언론과 인터뷰를 통해 저희에게 사과를 하고, 2차 가해가 있었다고 인정해주시면 저희도 유성이를 용서하고 다시 야구를 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고 인터뷰로 밝혀드리겠다고 제안했습니다."

하지만 김유성 측은 제안에 대해 답하지 않았다. 그리고 지난달 말, 김 씨는 경찰의 전화를 받았다. 김유성 측으로부터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했다는 것이었다.

야구선수 김유성 (사진=연합뉴스)

김유성 측의 오동현 변호사(법무법인 린)로부터 입장을 전해 들었다. 오 변호사는 프로야구선수협회의 자문변호사이기도 하다. 오 변호사는 김 씨의 폭로 중 크게 세 가지가 허위라고 주장했다.

1. 김유성이 소위 '기절놀이'의 가해자다
2. 소문내기를 통한 2차 가해가 있었다
3. 사건 이후 사과를 하지 않았다

또한 법원의 판결까지 받은 '엘리베이터 폭행 사건'도 실체적 진실과는 다른 부분이 있다는 입장이다. 오 변호사는 입증할 만한 자료를 경찰에 제출했다고 주장했다.

피해자 쪽은 김유성 측의 주장이 터무니없다는 입장이다. '김유성이 기절놀이 가해자'라는 주장은 한 적이 없고, 김유성 측이 학폭위와 법원 판결을 통해 확인된 사안에 대해 억지 주장을 펴고 있으며, 반박할 자료와 증언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사과와 용서를 통해 김유성 군이 다시 그라운드에 서기를 바랐던 김 모 씨는 말문이 막혔다.

"저는 김유성 군이 특별히 나쁜 사람이라 제 아이를 폭행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제 아이는 스포츠 세계에 만연한 폭력적 위계질서의 피해자인 걸 잘 알고 있습니다. 피해자가 더 나오지 않기 위해서는 선수들 스스로가 위계질서에 물들어 한 행동이 어떤 결과를 낳을 수 있는지 잘 새기고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금도 그때도 저는 오직 스포츠 세계에 만연한 폭력성에 대한 반성과 사과, 그리고 우리 아들과 같은 또 다른 피해자가 없기를 바랐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고소를 당하니 슬플 뿐입니다."

김유성 측은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와도 법적 공방을 벌였다. 자신에게 내려진 1년 자격정지 징계가 가혹하다며 징계 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결과는 예상대로 김유성 측의 패배였다. "김유성의 사정을 고려해 협회가 할 수 있는 가장 경미한 처분을 내렸다"는 협회의 주장을 법원이 받아들인 것이다.

3년 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학폭 사실이 밝혀져 3년 자격 정지 징계를 받은 안우진이 대한체육회에 재심을 신청했지만 기각된 것. 고 최숙현 선수 사건 등으로 당시보다 훨씬 폭력 행위에 대해 민감해진 2020년에, 김유성 측의 주장은 받아들여지기 어려웠다.

협회와의 법정 싸움에서 졌지만, 김유성 측은 폭력 피해자 측과의 '소송전'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이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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