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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중국, BTS엔 "총 맞았다" · 송혜교엔 "환호"…대조적 반응 이유는?

[월드리포트] 중국, BTS엔 "총 맞았다" · 송혜교엔 "환호"…대조적 반응 이유는?

김지성 기자 jisung@sbs.co.kr

작성 2020.10.22 12:22 수정 2020.10.22 14:13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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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가 21일 밤 '한국 여배우의 조각 기증에 중국 팬들이 환호한다'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습니다. 글로벌타임스가 주목한 한국 여배우는 송혜교입니다.

21일자 글로벌타임스. 송혜교의 사진과 함께 '송혜교가 중국 팬들의 환호를 받고 있다'는 기사를 실었다.
내용인즉슨, 송혜교가 20세기 일본 침략에 맞서 싸운 한국 영웅의 조각을 중국 동북부에 있는 박물관에 기증했는데, 송혜교의 팬들과 중국 인민들로부터 박수갈채를 받고 있다는 것입니다. 일본에 맞서 싸운 한국 영웅은 김좌진 장군을 말합니다. 앞서 송혜교는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와 함께 중국 헤이룽장성 하이린시에 있는 한중 우의공원 내 김좌진 장군 기념관에 부조(浮彫) 작품을 기증했습니다. 올해는 청산리전투 승전 100주년입니다.

글로벌타임스는 김좌진 장군의 부조 사진도 잘못 실었다. 왼쪽이 글로벌타임스가 김좌진 장군이라고 게재한 사진. 사실은 윤봉길 의사의 사진이다. 오른쪽이 송혜교와 서경덕 교수가 기증한 김좌진 장군 부조 사진.
● 중국 관영매체, 'BTS·송혜교' 달라도 너무 다른 보도

흥미로운 것은 이 글로벌타임스가 얼마 전 방탄소년단 수상 소감 논란을 촉발시킨 중국 민족주의 성향 매체 환구시보의 영문판이라는 것입니다.

환구시보는 지난 12일 "방탄소년단의 정치적 발언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며 "많은 중국 네티즌들이 분노하고 있다"고 처음 보도했습니다. 환구시보가 지적한 '정치적 발언'은 미국 비영리단체 코리아소사이어티가 한미 관계 발전에 기여한 인물에게 주는 '밴 플리트상'을 방탄소년단이 받으면서 한 소감입니다. 방탄소년단의 리더 RM은 "올해는 한국전쟁 70주년으로, 우리는 양국이 함께 겪었던 고난의 역사와 많은 분들의 희생을 영원히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인이 미국에서 상을 받으면서 '당연히' 할 수 있는 말입니다. 반대로 한국인이 미국에서 상을 받으면서 한국전쟁 당시 한국과 미국의 적이었던 중국군의 희생을 애도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도 환구시보는 "국가(중국)의 존엄성이 걸린 일은 절대 참을 수 없다"는 등의 중국 네티즌의 격한 반응을 소개하며 중국 내 반발을 부추겼습니다. 방탄소년단의 이름을 비꼬아 '방탄소년단이 중국에서 총을 맞았다'는 다소 선정적인 기사 제목을 달기도 했습니다.

환구시보의 12일 기사. '방탄소년단이 중국에서 총을 맞았다'는 제목이 달려 있다.
이랬던 환구시보의 자매지 글로벌타임스가 송혜교에 대해선 180도 다른 입장을 취했습니다. "송혜교는 인기 있는 많은 드라마로 중국에서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번 기증은 그녀의 팬들과 대중들에게 환호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랴오닝성 사회과학원 연구위원을 인용해 "중국인의 감정을 존중한 보답으로 이 여배우는 감사를 받을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 이해관계에 따라 '편 가르기' 하나

중국 관영매체의 태도가 이렇게 다른 이유는 뭘까요. 다름 아니라, 자신들의 이해관계와 맞아떨어지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주지하다시피 김좌진 장군은 대표적인 항일 독립운동가입니다. 중국인들은 일본의 제국주의 침략으로 자신들이 가장 큰 피해를 입었고, 일본에 맞서 자신들이 가장 격렬하게 저항했다고 여깁니다. 매년 '항일전쟁 승전 기념식'을 성대하게 치르기도 합니다.

반면, 중국인들은 한국전쟁을 '항미원조전쟁'이라 부르며, 미국의 제국주의 침략에 맞선 전쟁이었다고 말합니다. 항일전쟁에서 한국은 중국과 '같은 편'이었고, 한국전쟁에서 한국은 중국과 '다른 편'이었던 것입니다. 송혜교를 '같은 편'으로, 방탄소년단을 '다른 편'으로 여기는 이유일 것입니다. 참고로 중국은 한국전쟁 당시 1950년 10월 19일 압록강을 건넜지만, 첫 전투를 치른 10월 25일을 항미원조 참전기념일로 삼고 있습니다. 이때 첫 전투 대상이 한국군이었습니다.

21일 펑파이 기사. 10월 25일을 항미원조 기념일로 정한 이유를 설명하면서 '남조선군(한국군)'과 첫 전투를 치른 사실을 소개하고 있다.
글로벌타임스는 "송혜교에 대한 중국 팬들의 반응은 방탄소년단 때와는 크게 대조된다"고 썼습니다. 이해관계에 따라 그때그때 달라지는 '가벼움'이 느껴집니다.

● '방탄소년단 논란'에 역풍…국면 전환 의도?

이번 '송혜교 보도'를 놓고 방탄소년단 논란이 한중 갈등으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자, 중국이 국면 전환을 하려 한다는 해석도 있습니다. 환구시보의 방탄소년단 관련 첫 보도 이후 한국에서는 '과도한 애국주의'라는 비난 여론이 들끓었습니다. 21일 열린 주중 한국대사관 대상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여야 의원들은 한 목소리로 '중국 정부와 중국 매체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했습니다. 이에 장하성 주중대사는 "환구시보 첫 보도 직후 중국 고위층에 문제를 제기했다"며 "이번 사안을 매우 엄중하게 보고 대응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방탄소년단 논란 이후 중국에 대한 국제 사회의 '역풍'도 만만치 않습니다. 미국의 동아시아 정치경제 전문가 네이선 박은 미국 외교전문매체 포린폴리시에 '중국이 K팝 거인 BTS에 싸움을 잘못 걸었다'는 제목의 칼럼을 게재했습니다. 네이선 박은 중국 관영매체가 BTS 관련 기사를 일부 삭제한 것을 놓고 "중국이 BTS의 팬클럽인 '아미'의 상대가 되지 않는 것이 증명됐다"면서 "빈약한 중국의 소프트파워만 노출했다"고 평가했습니다. 앞서 뉴욕타임스 등 주요 외신들도 "중국 네티즌들이 BTS의 악의 없는 발언을 공격했다", "일부 중국 팬은 BTS를 옹호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그러자 중국 관영매체들은 이번엔 방탄소년단 논란의 원인이 한국 언론의 선정적인 보도에 있다고 했습니다. 후시진 환구시보 총편집인은 15일 "한국 언론은 중국 네티즌의 반응을 선정적으로 보도했다"며 "한국 언론은 중국 네티즌의 표현할 권리를 존중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일부 중국 네티즌의 반응을 '침소봉대'했다는 것입니다. '적반하장' 격입니다.

방탄소년단 논란 이후 중국 5위 물류업체 '윈다'가 'BTS 관련 물품은 잠시 배송을 중단했다'고 밝혔는데, 이후 일부 언론에선 다른 물류업체들도 BTS 관련 물품의 배송을 중단했으며, 중국 세관이 통관을 막은 것 같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를 놓고도 글로벌타임스는 21일 "일부 한국 언론이 중국 세관이 통관을 막고 있다는 소문을 '조작'했다"며 한국 언론을 공격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자기들의 보도로 이번 논란이 촉발됐음은 어디에서도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사진 출처=글로벌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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