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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 눈치주고 월급반납 요구까지…코로나 취업난에 갑질 참는다

"신입사원이라서 일을 배우는 단계이니 월급의 절반은 현금으로 이체해 반납하라고 합니다."

광주광역시의 한 디자인회사에 다니는 A(27)씨는 하루에 7시간씩 주 5일을 근무하지만, 월급은 100만 원이 채 되지 않는다.

A씨가 입사한 지 2달밖에 되지 않아 업무 숙련도가 낮다는 이유로 대표이사가 월급의 일부를 다시 반환하는 이른바 '페이백'을 지시했기 때문이다.

A씨는 "코로나19 탓에 이미 한 차례 일자리를 잃은 뒤 현 직장에 입사한 터라 실업자가 되는 것보다는 낫다는 마음으로 부당한 처우를 참고 있다"면서 "지금 퇴사해도 새로운 직장에 취업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울상을 지었다.

코로나19 확산이 불러온 경기 침체 여파로 가뜩이나 좁은 취업 문이 더 닫히고 재취업과 이직의 기회 또한 줄어들면서 이같이 근로자들이 최저임금 위반과 폭언, 괴롭힘, 성추행 등 각종 부당한 대우를 당하면서도 참고 견디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경기도의 한 유통업체에서 근무하는 임신부 윤모(30)씨도 최근 상사로부터 "육아휴직을 가능하면 짧게 쓰고 업무에 복귀하라"는 말을 들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새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워진 탓에 속상한 마음을 누르고 출근할 수밖에 없었다.

윤씨는 "출산 후에는 재취업이 더 어려워 부당한 대우를 견디는 것 외에 선택지가 없다"고 말했다.

20대 직장인 B씨도 "입사한 지 7개월째 사내 성희롱과 갑질에 시달리고 있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실업난 때문에 퇴사하고 취업을 다시 준비할 엄두조차 나지 않는다"고 전했다.

구인·구직 매칭 플랫폼 '사람인'이 지난달 21∼23일 기업 회원 197개사를 대상으로 '하반기 채용계획 변동성'에 대해 무기명 조사한 결과를 보면 응답 기업의 50.3%가 채용을 미루거나 축소·취소할 계획이다.

이들 중 64.6%는 신입·경력 채용계획 모두를 변경하겠다고 답했다.

채용 계획 변경 원인으로는 '코로나19로 회사 매출 규모가 줄어들어서'(54.7%, 복수 응답)가 가장 많았다.

노동전문가들이 설립한 단체 '직장갑질119' 관계자는 "노동조합이 마련되지 않은 소규모 사업장의 경우 근로자들이 집단 대응을 통한 문제 해결에 나서기가 특히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사업주에 대한 관리·감독과 직장 내 갑질 가해자에 대한 처벌 수위를 강화해 자정 노력에 나서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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