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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 택배원 문자엔 "집 가면 새벽 5시"…회사는 "지병"

유족 "택배 시작 후 체중 15kg 빠져…200개가 적습니까?"

<앵커>

택배 기사로 일하던 30대가 최근 또 숨진 사실이 알려지면서 열악한 근무 환경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숨진 택배기사는 평소 주변 사람들에게 일이 너무 힘들다는 말을 했었는데 회사 측은 지병 때문에 숨진 거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먼저 제희원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 12일 숨진 한진택배 기사 36살 김 모 씨는 휴대전화 달력에 배송 물량을 숫자로 적어놨습니다.

추석 연휴 직전에는 하루 200~300건 배송하는 날이 많았고 숨지기 엿새 전에는 301건, 닷새 전에는 420건 배송했다고 적혀 있습니다.

지난 8일 새벽 4시 28분, 김 씨가 동료에게 보낸 문자입니다.

"집에 가면 5시, 밥 먹고 씻고 한 숨 못 자고 나와서 또 물건 정리해야 한다", "어제도 새벽 2시에 도착, 저 너무 힘들어요"라고 썼습니다.

숨진 한진택배 기사 36살 김 모 씨의 문자

김 씨가 숨진 직후 한진택배 측은 고인의 사망은 지병 때문이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한진택배 관계자 : 돌아가신 이유가 심혈관장애로 인한 거라고 고인의 지인으로부터 확인했거든요. 현재로서는 지병으로 사망하신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한진택배 측은 김 씨의 배송 물량이 다른 기사와 비슷한 200개 안팎이었다고도 주장했습니다.

배송 물량이 과도하지 않았다고 에둘러 표현한 건데 김 씨의 휴대전화, 또 동료들의 진술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진경호/택배노동자 과로사대책위 : 밤 9시에 본인이 그렇게 가기 (힘들다고) 좀 물량을 줄여달라고 요청했지만 한진택배가 그 지역의 배달을 계속 강요해왔던 겁니다.]

유족들은 김 씨에게 지병은 없었고 평소 건강했던 김 씨가 택배 시작 이후 15kg 정도 체중이 줄었다고 말했습니다.

[유족 : 지병이 있어서 형이 약을 먹고 병원을 간 기록이 있다면 조금이나마 인정을 하고 '고돼서 가셨구나' 할 텐데. 묻고 싶어요. 200개가 적은 물량인 건지.]

택배 노조는 택배 기사 1명이 담당하는 배송 구역이 넓은 한진택배는 배송 물량 200개가 업계 1위인 CJ대한통운의 300~400개와 맞먹는 물량이라며 사측이 책임 회피에 급급하고 있다고 규탄했습니다.

(영상취재 : 박현철, 영상편집 : 이승희, CG : 서현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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