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한국투자공사 직원들, 로펌에 일감 몰아준 뒤 '그 로펌' 직행

한국투자공사 직원들, 로펌에 일감 몰아준 뒤 '그 로펌' 직행

한세현 기자 vetman@sbs.co.kr

작성 2020.10.18 10:15 수정 2020.10.18 10:47 조회수
프린트기사본문프린트하기 글자 크기
기사 대표 이미지:한국투자공사 직원들, 로펌에 일감 몰아준 뒤 그 로펌 직행
한국투자공사 재직 당시 특정 법무법인에 일감을 몰아준 직원 3명이 감사에 적발된 뒤 퇴직해 해당 법무법인에 곧바로 재취업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이 한국투자공사에서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같이 확인됐습니다.

이들은 한국투자공사 법무팀 재직 당시, 법무자문사 용역 계약 체결하는 업무를 담당하며, 예상 비용이 5천만 원을 넘으면 5곳 이상에서 견적서를 받아 비교 평가를 거쳐야 한다는 내부 규정을 어기고 특정 2~3곳에만 견적서를 요청해 해당 법무법인과 계약한 사실이 내부 감사에서 적발됐습니다.

한국투자공사가 보유한 법무법인 후보군에는 해외 14곳과 국내 7곳이 있는데도, 2~3곳만 특정해 견적서를 요청한 것입니다.

내부 감사 적발 뒤 이들은 2018년 12월과 2019년 7월, 10월 각각 퇴직했고 곧바로 해당 대형 법무법인에 재취업했습니다.

이밖에 최근 5년 동안 한국투자공사에서는 44명이 퇴사 뒤 재취업했는데, 금융기관이 29명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법무·세무법인 8명, 일반 기업 7명 등의 순이었습니다.

한국투자공사 퇴직자의 절반이 금융기관, 대형 법무·세무법인에 재취업한 것입니다.

이 가운데 한국투자공사와 거래 중인 국내 증권사에 재취업한 사례도 여러 건 확인됐습니다.

위탁운용팀과 거시분석팀에 근무하던 2명은 각각 2017년 5월과 6월 퇴직해 증권사 2곳에 재취업했습니다.

이들 증권사 가운데 한 곳은 해당 직원이 재취업하기 5개월 전부터 한국투자공사와 거래하고 있었으며, 이 직원이 재취업한 뒤 6개월 안에 모두 3차례에 걸쳐 122억 원을 거래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밖에 한국투자공사 주식운용실, 전략리서치팀, 투자기획팀에서 근무하던 직원들이 퇴직해, 한국투자공사와 거래 중인 해외 증권사에 재취업한 사례도 있었습니다.

추 의원은 한국투자공사의 퇴직자 재취업 정보 관리도 허술했다고 꼬집었습니다.

한국투자공사는 직원 퇴직 시 학업과 전직 등 퇴직 사유는 밝히도록 하면서, 재취업 기관이나 재취업 일자를 회사에 통보하는 것은 퇴직자 재량 사항으로 정해두고 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최근 5년 동안 퇴직한 74명 가운데 30명은 재취업 여부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또한, 재취업자 관리 내부 규정을 보면 퇴직자가 한국투자공사와 거래 상대인 기관에 취업할 경우, '퇴직일로부터 6개월간'만 퇴직 임직원과 거래를 중지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는, 퇴직한 뒤 6개월이 지나서 재취업을 했다면 사실상 아무런 거래 제한을 받지 않는 것입니다.

국민연금이 재취업 정보 조회와 제공에 대한 동의서를 받고, 퇴직 뒤 2년 동안 관리하는 것과는 대조적입니다.

추 의원은 "국가 재산을 운영하는 한국투자공사가 개인이 더 좋은 직장으로 넘어가는 징검다리 역할로 전락하고 있다"라며, "관련 규정을 제대로 손보지 않으면 내부자가거래 업체에 특혜를 제공하거나 비밀 정보 유출 등을 할 유인이 커진다"라고 비판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