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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 제외' 안 쓰면 택배 못해요" 선택권은 없었다

<앵커>

택배 기사처럼 육체노동 강도가 센 특수고용 노동자들은 일하다 다칠 위험도 높습니다. 그래서 산재보험에 가입하도록 돼 있는데 이걸 거부하겠다는 신청서를 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무슨 이유인지, 제희원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현재 택배기사 등 14개 직종 특수고용 노동자는 산재보험 당연 가입 대상입니다.

하지만 일반 노동자와 달리 보험 적용을 받지 않겠다고 신청할 수 있습니다.

왜 산재보험에 가입하지 않는지 물어봤습니다.

[김재익/택배 노동자 : (적용 제외 신청서 안 쓰면) 계약을 안 한다고, 당신하고는 필요 없다고 그러면 일을 못하는 거죠. 제일 중요한 거죠. 그걸로 코를 딱 걸어서.]

사업주 손에 재계약 여부가 달려 있는 특고 노동자 입장에서는 보험료 부담을 기피하는 사업주의 강요, 또는 회유를 뿌리치기 어려운 겁니다.

'다른 대리점의 산재 적용 제외 신청률은 100%', 이런 문자를 보내 택배 기사들을 압박하기도 합니다.

지난 8일 택배 배송 중 숨진 고 김원종 씨도 산재 적용 제외 신청서를 낸 것으로 돼 있는데 누군가 대필한 정황이 확인됐습니다.

특고 노동자 10명 중 8명은 이런 직·간접적인 강요나 정보 부족 등의 이유로 산재보험 적용 제외를 신청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특고 노동자들의 산업재해율은 최근 5년간 3배 늘었고 전 산업 평균의 3.4배에 달했습니다.

[윤준병/더불어민주당 의원 (국회 환노위) : 근로자의 불가피한 사유에 한해 한정적으로 산재 적용 제외 신청을 하도록 했는데, (적용 제외 신청이) 80% 이상이어서 사실상 유명무실합니다.]

정부는 본인 질병과 육아, 휴업 등의 이유가 아니면 산재 적용 제외 신청을 못 하도록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김원종 씨 신청서의 대필 의혹과 특고 노동자 산재보험 실태에 대해 엄정한 조사를 지시했습니다.

(영상취재 : 한일상·최호준·하륭, 영상편집 : 원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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