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기법의 발전…'36년 전' 여아 살해 진범도 잡아내

캐나다에서 9세 여아를 살해한 진범이 사건 발생 36년 만에 첨단 유전자 분석을 통해 밝혀졌습니다.

CTV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토론토 경찰은 15일(현지 시간) 토론토 인근 퀸스빌에서 1984년 발생한 9세 여아 살해 사건의 진범을 유전자 가계 분석 기법을 통해 규명했다고 발표했습니다.

경찰은 피해 여아 크리스틴 제섭의 이웃으로 피해자 부모와 친분이 있던 캘빈 후버(당시 28세)가 진범으로 확인됐다고 밝혔습니다.

제섭은 집을 나갔다가 실종된 뒤 성폭행을 당하고 살해됐습니다.

다만 범인 후버는 5년 전 극단적 선택으로 사망했다고 경찰은 전했습니다.

사건 직후 경찰은 또 다른 이웃 청년 기 폴 모린을 범인으로 지목해 기소했으나, 수년간의 곡절 끝에 모린은 유전자 감식으로 결백이 입증돼 석방됐습니다.

당시 첫 재판에서 기소 과정의 하자가 드러나 풀려난 모린은 1992년 열린 재심에서 1급 살인죄가 인정돼 종신형을 선고받았습니다.

그러나 3년 후 항소심에서 유전자 감식 결과 결백이 밝혀져 석방됐습니다.

이후 경찰은 장기 미제 상태로 사건을 계속 추적해 피해 여아의 속옷에 묻어있던 정액을 미국의 첨단 유전자 분석기관에 의뢰, 후버가 진범이라는 사실을 최근 확인했다고 CTV는 전했습니다.

이번에 활용된 유전자 분석은 사건 용의자와 먼 관계인 친인척 가계까지 조사 대상을 크게 넓힌 첨단 기법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경찰은 당시 범인으로 몰려 옥살이를 했던 모린에게 공식 사과하고, 125만 캐나다달러(약 10억 8천만 원)의 보상금을 지급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와 함께 모린을 기소한 수사 및 사법 과정에 대해 별도의 조사를 벌일 방침입니다.

피해자의 아버지 보브 제섭은 확인된 진범에 대해 "역겹다"고 말했습니다.

또 어머니 제닛은 "나이가 점점 들어가면서 언제 사실이 밝혀질지, 과연 밝혀질지 회의적이었지만 다행히도 그리됐다"며 "하지만 여전히 충격이다"라고 밝혔습니다.

한때 범인으로 몰렸던 모린은 변호인을 통해 성명을 내고 "드디어 사건을 해결한 토론토 경찰에 감사한다"며 "1995년 석방될 때 언젠가 유전자가 진범을 밝혀줄 것을 확신했는데, 이제 그렇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사진=토론토 경찰,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