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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비 차량에 '세 손가락 경례'?"…태국, 반정부 인사에 체포영장

"왕비 차량에 '세 손가락 경례'?"…태국, 반정부 인사에 체포영장
▲ 수티다 왕비가 탄 차량을 향해 세 손가락 경례를 하는 시위대들

왕비가 타고 있던 차량의 속도를 늦추게 하고 이른바 '세 손가락 경례'를 했다는 이유로 태국의 반정부 인사 2명에 대해 체포영장이 발부됐습니다.

반정부 집회에서 커지는 '군주제 개혁' 목소리에 대한 강경 대응을 시사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옵니다.

일간 방콕포스트와 온라인 매체 카오솟은 16일 태국 형사법원이 수티다 왕비에게 폭력을 행사한 혐의로 경찰이 반정부 활동가 에까차이 홍깡완과 분꾸에눈 빠오톤 2명에 대해 신청한 체포영장을 전날 발부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형법 제110조는 국왕이나 왕비의 자유를 방해하는 어떤 종류의 폭력도 허용되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 법을 어길 경우 형량은 최소 징역 16년에서 최대 무기징역입니다.

왕과 왕비, 왕세자 등 왕실 구성원은 물론 왕가의 업적을 모독하거나 왕가에 대한 부정적 묘사 등을 하는 경우 최고 15년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게 한 형법 제112조, 이른바 '왕실모독죄'보다 더 중형입니다.

에까차이 등 2명은 14일 오후 반정부 집회 장소 인근인 핏사눌록 거리에서 외부 행사 참석차 왕궁을 나선 수티다 왕비와 디빵꼰 왕세자가 타고 있던 차량의 속도를 늦추게 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당시 수티다 왕비는 마하 와치랄롱꼰 국왕을 대신해 도심 내 한 사원에서 열리는 행사에 참석하려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에까차이 등 2명은 차량을 향해 태국 반정부 세력 사이에서 저항의 상징으로 통하는 '세 손가락 경례'를 한 것도 범죄 혐의로 체포영장에 적시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경찰은 왕비 차량 동선에 시위대가 접근하지 못하도록 막았지만, 많은 이들이 차량 쪽으로 접근한 뒤 세 손가락 경례를 했다고 방콕포스트는 전했습니다.

이 일이 SNS 등을 통해 알려지면서 왕당파들은 반발했습니다.

결국 이 일이 일어난 뒤 12시간도 지나지 않아 다음날 오전 4시 태국 정부는 5인 이상 정치 집회를 금지하는 긴급칙령을 발효했습니다.

반정부 집회 참석자 2만 명가량이 바리케이드와 차벽을 뚫고 총리실 건물까지 진출한 것도 비상조치의 한 원인이지만, 외신은 왕비 차량 행렬과 관련된 사건이 더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체포영장 발부로 인해 반정부 단체들이 쁘라윳 짠오차 총리 퇴진과 함께 핵심 요구사항으로 내세우고 있는 군주제 개혁 요구에 영향이 미칠지 주목됩니다.

이와 관련해 14일 집회를 주도했던 인권변호사 아논 남빠는 "경찰이 왕비 차량 행렬을 집회 지역으로 안내하는 미심쩍은 책략을 사용했다"면서 "시위대를 폭도로 색칠하고 싶어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고 신문은 전했습니다.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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