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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잇] 도시 속 숨은 공간 찾기 (a.k.a. 도시재생 이야기)

김종대|건축가. 디자인연구소 '이선' 대표.

오래된 마을들은 주민을 위한 시설이 부족하다. 도시재생을 통해 주민을 위한 시설을 확보하려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는데 서울처럼 땅값이 비싸고 노는 땅이 없는 동네에서는 공간 확보가 좀처럼 쉽지 않다. 그래서 도시재생의 성공 요인 중 각종 주민편의시설을 설치하기 위한 부지의 확보가 최우선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이다. 부족한 공간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은 때로는 새로운 창작력으로 나타난다.

고가 형태인 지하철 3호선 옥수역 하부에 있는 '다락 옥수'는 공간을 확보하기 위한 창작력이 만들어 낸 결과물이다. 모두가 관심 없이 지나치던 고가 하부 공간을 주민들을 위한 시설로 만든 것이다. (서울시는 이 공간을 찾기 위해 고가도로 전수조사를 하였다.)

'다락 옥수'는 시범사업으로 만든 공간인데, 주변이 아파트 밀집 지역이라 옥수역을 이용하는 많은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북카페를 연상케 하는 실내 공간에서는 소규모 공연과 전시가 열리고 건물을 덮고 있는 나무와 풀은 부족한 녹지공간을 대신하고 있다. 무엇보다 늦은 시간까지 환하게 켜져 있는 조명 덕분에 늦은 퇴근 시간에도 안심하고 다닐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방치되었던 고가철도역 아래가 멋진 주민 공간이 되었다.

부족한 공간을 찾는 노력은 지상에서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신촌의 연세대학교 정문 지하도의 창작놀이센터와 서울창업카페는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 지하보도를 활용해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기존의 통로폭을 최소로 줄이고 나머지 공간에 창업카페, 공연장, 연습실, 세미나실을 조성했다. 창업 세미나에 여러 공연까지 이루어지는 이 복합 공간은 이제 과거의 어두컴컴한 지하보도를 떠올리기 어려울 정도다.

'신도림예술공간 고리'는 지하보도를 활용한 또 다른 사례이다. 테크노마트, 현대백화점, 디큐브 시티를 연결하는 신도림역 지하통로에 자리 잡은 이 곳은 문화생활을 즐기려는 시민들을 위한 무용과 연주, 회화, 공예 등 다양한 활동이 가능한 문화공간으로 거듭났다.

이 곳의 가장 큰 장점은 유동 인구가 많은 곳에 위치해 접근성이 좋고 저렴한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통유리로 훤히 보이는 전시장은 시민 예술가들에게는 더없이 좋은 발표 공간이 된다.

문화공간으로 변신한 신촌 창작놀이센터.

외국에서도 숨은 공간을 찾는 노력은 현재진행형이다. 뉴욕의 '하이라인'은 사용하지 않는 뉴욕의 고가철도를 시민들을 위한 녹지공간으로 만든 예이다. '하이라인'은 뉴욕 내 공장과 사무실을 연결하는 고가 형태로 철도가 건물을 관통하는 등 건물과의 연계성이 높았다. 이러한 장점을 고려하여 철거 대신 녹지로 만들어 시민들의 휴게 공간이자 건물과 건물을 연결하는 안전한 통로로 거듭나게 되었다. 나무와 벤치로 가득 찬 '하이라인'은 뉴욕의 생명력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소가 되었고 서울역 고가차도의 모델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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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뉴욕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있는 하이라인.

주변을 잘 둘러보면 의외로 잘 사용하지 않는 공간들을 찾아볼 수 있는데 그 중에 하나가 대규모 건물의 로비이다. 특히 대기업의 로비는 기업의 규모를 과시하려는 목적인지 공간을 사용하는 사람들에 비해 과도하게 큰 경우가 많다. 이 큰 로비를 잘 이용하면 많은 사람들이 함께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이런 시도를 한 곳도 있다. 판교에 위치한 네이버 사옥의 로비는 도서관으로 꾸며져 있어 일반인들도 얼마든지 이용할 수 있다. 서울에 있는 기업건물의 로비가 시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꾸며진다면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시설을 확보할 수 있다. 기업도 홍보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어 손해나는 일은 아닐 것이다.

한정된 공간 안에서 새로운 시설을 위한 공간의 확보는 매우 어렵지만 창의적인 관점으로 주변을 돌아보면 의외로 새로운 공간을 찾아낼 수 있으니 열린 마음으로 주변을 돌아보는 혜안이 필요하다.

* 편집자 주 : 김종대 건축가의 '건축 뒤 담화(談話)' 시리즈는 도시 · 건축 · 시장 세 가지 주제로 건축에 담긴 비하인드 스토리를 담습니다. 격주 토요일 '인-잇'에서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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