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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판다] 돈과 권력만 쫓다 길 잃은 목사들 (풀영상)

<앵커>

저희는 어제(14일) 이 시간에 무자격 목사를 양산하는 몇몇 신학대학원들의 문제와 또 일단 목사가 되고 나면 큰 문제를 일으켜도 계속 지위를 유지하는 실태를 전해 드렸습니다. 오늘은 예수님의 가르침보다는 돈과 권력을 좇는 일부 길 잃은 목사님들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끝까지 판다, 먼저 이대욱 기자입니다.

<이대욱 기자>

험한 말을 주고받으며 몸싸움을 벌이는 사람들, 목사들입니다.

[돈 20억 쓴 거 다 알아. 가만히 있어.]

[2011년 한기총 돈선거 폭로 목사 : 해마다 한기총 투표 철이 되면 20억 원에서 40억 원의 돈이 뿌려진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2011년 한기총 돈선거 폭로 목사 : 부끄럽게도 제가 ○○○목사님 돈 받아서 제가 뿌렸죠.]

지난 2011년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한기총 대표회장 선거 직후 모습입니다.

10억 원 쓰면 당선되고 5억 원 쓰면 떨어진다는 '10당 5락'이란 말까지 나올 정도였는데, 폭로와 몸싸움·고소고발전으로 얼룩졌습니다.

돈 있는 목사들이 이렇게까지 대표회장이 되려 하는 것은 당시 한기총의 위상 때문이었습니다.

개신교계 대표로 대통령 등 주요 인사들과 교류하며 영향력을 행사할 수도 있는데, 당시 대표회장 길자연 목사는 조찬 기도회에서 대통령 무릎을 꿇리고 기도하게 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이런 일부 목사들의 욕심은 한기총을 급격한 쇠락의 길로 이끌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국내 최대 교회협의체였지만 그 뒤 주요 교단과 기독교 단체들이 대거 탈퇴했고, 지금은 전체 교인의 3%만 소속된 군소단체로 전락했습니다.

대형교회들의 세습, 돈 문제 등과 맞물려 한기총의 쇠락은 한국 개신교의 위기를 상징합니다.

[배덕만/기독연구원 느헤미야 교수 : 1990년대 말부터 한국교회가 무너지기 시작하고 있다. 길을 잃었다. 그때 교회가 세습을 하기 시작합니다. 대형교회들부터. 그다음에 목회자들이 성 문제, 배임과 횡령 문제로 방송에 나오기 시작했고.]

서울의 이 교회는 최근 몇 년 새 교인 수가 1/3로 줄었습니다.

담임목사의 전횡 때문입니다.

교인들이 문제를 제기해 회계 감사를 벌였는데, 미심쩍은 돈 문제가 속속 드러났습니다.

[서울 ○○교회 집사 : 5년 동안 이월된 목적 헌금 잔액이 총 3억 5천인가 그래요. (그런데 돈이) 없어요. 그냥 돈이 없어요.]

목사의 권위적인 태도는 갈등을 더 키웠습니다.

[서울 ○○교회 집사 : 내가 당신들의 영적인 아버지다. 그러다 보니 매년 설날 전 성도들이 세배를 드려요. (연세 많으신 분들도 다?) 네.]

[정성규 목사/교회문제상담소 소장 : 목사님 말에는 토 달수 없고, 목사님 말에는 의심도 하면 안 되고, 그게 하나님을 의심하는 것처럼….]

갈등이 극에 이르자 상급 기관인 노회에서 담임목사에게 자격정지를 내렸습니다.

[노회 파송 목사 : 김○○ 목사님, 미안합니다. (예배당에서) 나가십시오.]

하지만 목사는 불복절차를 밟으며 목회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한 교회 문제 상담 통계에 따르면 교회 분쟁의 3/4을 목사가 유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무엇 때문에 분쟁이 일어나느냐는 질문에는 돈 문제란 답이 28%로 가장 많았습니다.

(영상취재 : 배문산, 영상편집 : 이승진, CG : 홍성용, VJ : 김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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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교회를 떠난 교인들을 개신교에서는 가나안 성도라고 부릅니다. 가나안은 원래 팔레스타인 지역의 옛날 이름으로 성경적 의미로는 젖과 꿀이 흐르는 땅입니다. 그런데 요즘에는 거꾸로 읽어보시죠. 믿음은 있지만 교회에 가지 않는 개신교인을 빗대서 표현하는 말로 쓰이고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이 개신교 인구의 20%, 약 20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예수님의 가르침을 따르고 싶지만 교회를 떠나야 했던 사람들은 한국 개신교의 아픈 현주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교회의 위기를 절감하면서 새 길을 찾는 목사들을 소환욱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소환욱 기자>

우리나라 교회 수는 8만여 개로 추정됩니다. 8만 7천여 개인 치킨집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교인은 주는데 교회 수, 목회자 수는 줄지 않는 겁니다.

세습, 돈 문제 등에 이어 올 한해 코로나 사태는 교회에 대한 실망감을 키웠습니다.

방역지침을 어기고 대면 예배를 강행한 일부 교회, 이로 인한 감염자 속출로 개신교계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배덕만/기독연구원 느헤미야 교수 : 기독교인은 정말 다르구나. 이기적인 사람들을 넘어서는 더욱 보편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들이라는 게 전혀 안 느껴지기 때문에 오히려 비난과 조롱을 당하는 게 아닌가.]

거리의 수많은 십자가를 보며 깊은 회의감을 느꼈다는 최주광 목사는 부업으로 목수 일을 하고 있습니다.

[최주광 목사 : 처음부터 고민이 많았어요. 이렇게 교회가 많은데 왜 교회가 또 있어야 하느냐? 이런 질문을 스스로 던지다가….]

교회를 떠난 가나안 성도들에게 다가가 포교하는 최 목사, 스스로 번 돈으로 목회 활동을 하는 만큼 헌금도 요구하지 않습니다.

[최주광 목사 : 헌금을 통해 교회 재정이 운영되다 보니까 돈 앞에서 많이 비겁해지는 모습을 보게 되는 거죠. 돈 때문에 사람들의 눈치를 보면서 진리는 말하지 못하고….]

대부분의 교단은 목회 활동에 전념해야 한다는 이유로 목사가 다른 직업을 갖는 걸 금지합니다.

하지만 최 목사처럼 이를 거스르는 목사들이 늘고 있습니다.

큰 교회, 많은 교인, 외형 확장에 집착해 온 개신교 '팽창주의'의 폐해를 답습하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박종현 목사 : 먹고 사는 문제를 교회에서 해결하는 것만 깨끗하게 포기하면 그래도 우리가 좀 더 본질에 집중할 수 있을까?]

하나님과 이웃을 사랑하라는 예수의 가르침을 삶 속에서 실천하는 기독교인의 소명.

개신교 위기에 대한 답은 그 소명의 충실한 실천이라고 말합니다.

[최주광 목사 : 예수님께서 뭐라고 말씀하셨느냐면 너는 세상의 빛과 소금이다. '교회의 빛과 소금'이 아니라 '세상의 빛과 소금'이라는 거죠.]

(영상취재 : 배문산, 영상편집 : 이승진, VJ : 김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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