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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닷새 안에 1,100만 명 검사"…'십합일', 믿을 수 있나

[월드리포트] "닷새 안에 1,100만 명 검사"…'십합일', 믿을 수 있나

김지성 기자 jisung@sbs.co.kr

작성 2020.10.15 15:24 수정 2020.10.16 17:49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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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중국 칭다오시의 행보가 그야말로 '속도전'이란 말을 자아내게 합니다. 칭다오시는 14일 오후 2시 기준으로 주민 828만 명에 대해 핵산 검사를 실시했다고 밝혔습니다. 칭다오시의 전체 인구 838만 명과 거의 맞먹는 수치입니다. 이번 확진자가 지난 11일 오후 처음 보고됐으니, 불과 사흘 만에 이런 어마어마한 양의 검사를 진행했다는 얘기입니다. 하루에 276만 명 꼴입니다.

11일 한밤중에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있는 칭다오시 주민들
한국 질병관리청 보도자료에 따르면 한국 보건당국이 지난 1월 3일부터 10월 14일까지 실시한 코로나19 누적 검사 건수는 245만 건입니다. 이와 비교하더라도 칭다오시의 검사 속도가 얼마나 놀라운지 가늠할 수 있습니다. 한국이 9개월 동안 진행한 검사를 칭다오시는 단 하루 만에 해치운 셈입니다. 앞서 칭다오시는 닷새 안에, 즉 오는 16일까지 칭다오시에 상주하는 시민 1,100만 명 전체에 대한 검사를 마치겠다고 공언했습니다. 이쯤 되면 허언은 아닌 것 같습니다.

● '십합일' 검사 도입…"10명 검체를 섞어 한꺼번에 검사"

검체를 채취하는 속도뿐 아니라, 검사 결과를 도출하는 속도도 놀랍습니다. 칭다오시는 14일 오후 2시 기준으로 검사자 828만 명 중 491만 명의 결과를 도출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어떻게 이게 가능할까요. 해답은 '취합 검사법'에 있습니다.

12일 오전에도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려는 칭다오시 주민들이 장사진을 치고 있다.
칭다오시는 14일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검사에 '십합일(十合一)' 검사를 도입했다고 밝혔습니다. 열 명의 검체를 섞어 한꺼번에 검사한 뒤 음성이 나오면 열 명 모두 음성으로 간주하는 방식입니다. 반면에 양성이 나오면 남은 검체로 개별적인 재검사를 실시해 누가 양성인지를 가려낸다고 설명했습니다. 칭다오시는 "닷새 안에 시민 전체에 대한 검사를 마쳐야 하기 때문에 이 방식을 채택했다"며 "조기 발견, 조기 조치로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방식"이라고 부연했습니다. "확진자를 1분 일찍 발견하면 1분 일찍 격리가 가능하기 때문에 전파 가능성은 그만큼 줄어든다"고도했습니다. 검사 결과는 믿을 수 있다고 장담했습니다.

이 '취합 검사법'은 한국에서도 활용하는 방식입니다. 한국은 이미 지난 4월부터 최대 10명의 검체를 한꺼번에 검사하는 방식을 도입했고, 요양병원과 기업, 유치원, 기숙사 등에서 활용하고 있습니다. 국방부가 훈련병을 대상으로 이 기법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다만 "너무 많은 검체를 한꺼번에 취합할 경우 양성이 섞여 있어도 음성으로 잘못 판단되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한 사람씩 판정하는 것보다는 정교함이 떨어질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 중국 정부 확진자 발표 늦춰…칭다오시는 발표 번복

중국이 이렇게 속도를 내는 것은 그만큼 이번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에 당혹해하거나 초비상이 걸렸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중국은 지난 8월 16일 이후 본토에서는 확진자가 나오지 않았다고 발표해 왔습니다. 이번에 칭다오시에서 확진자가 나오면서 '확진자 0명' 기록이 57일 만에 깨진 것입니다. 앞서 중국은 9월 8일 시진핑 국가주석이 참석한 가운데 코로나19 유공자 표창 행사를 열어 사실상 코로나 종식 선언을 했는데, 이 선언이 무색해졌습니다.

중국은 9월 8일 코로나19 유공자 표창 행사를 열어 사실상 코로나 종식을 선언했다.
이런 탓인지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칭다오시의 확진자 발생 사실을 하루 늦게 발표했습니다. 칭다오시 건강위생위원회는 11일 확진자 발생 사실을 다음 날인 12일 아침 곧바로 공개했는데, 중앙 정부 차원의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13일에서야 공개했습니다. 아마 확진자 발생이 진짜 맞는지 확인 작업을 거쳤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렇다보니 칭다오시가 발표를 번복하는 해프닝까지 발생했습니다. 칭다오시는 12일 "확진자 6명과 무증상 감염자 6명이 발생했다"고 발표했는데, 국가위생건강위원회가 12일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하자, 칭다오시는 다시 공시자료를 내 "무증상 감염자 3명만 발생했다"고 발표했습니다. '확진자 6명·무증상 감염자 6명'이 '무증상 감염자 3명'으로 바뀐 것입니다.

칭다오시가 12일 오전 발표한 자료. 확진자 6명과 무증상 감염자 6명이 발생했다고 돼 있다. 칭다오시는 12일 다시 공시자료를 내 무증상 감염자만 3명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중국은 한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와 달리 발열·기침 같은 증상이 없으면 확진자에 포함시키지 않고 있습니다. 칭다오시의 발표가 중앙 정부의 발표와 다르게 비칠 수 있으니, 나아가 통계 조작 논란이 불거질 수 있으니 칭다오시가 뒤늦게 '조정'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속도전'과 '조속한 경고·조속한 조치'를 강조하는 지금의 모습과는 분명 맞지 않습니다.

● 무증상 감염자 20일 뒤 확진 판정…택시 기사도 확진

다른 우려스러운 것 중 하나는 중국의 '무증상 감염자' 통계입니다. 11일 이후 지금까지 칭다오시에서 발생한 코로나19 확진자는 13명입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확진자로 판정한 4명을 빼고, 나머지 9명은 모두 처음에는 무증상 감염자였다가 나중에 확진자로 바뀐 사례입니다. 이 가운데는 9월 24일 무증상 감염자로 판정됐다가 뒤늦게, 20일 후에 확진자로 바뀐 사례도 있고, 택시 기사가 무증상 감염자에서 확진자로 바뀐 사례도 있습니다.

해외에서 들어온 무증상 감염자는 당연히 격리 대상이지만, 중국 본토에서 발생한 무증상 감염자는 중국 방역 당국의 지침에 따라 의학적 관찰을 받습니다. 격리를 하는지는 불분명합니다. 앞서 언급한 택시 기사도 무증상 감염 상태에서 손님들을 태운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무증상 감염자가 확진자로 바뀔 수 있다는 점, 무증상 감염자도 바이러스 전파가 가능하다는 점은 이번 중국 발표에서도 알 수 있습니다. 중국의 무증상 감염자 관리에 허점이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습니다. 참고로 지난 10월 1일부터 8일까지 8일간의 국경절 연휴 기간 칭다오를 방문한 중국인 여행객은 447만 명에 달합니다.
 
*SBS 보이스(VOICE)로 들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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