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12일(현지시간) 아동 성학대 혐의로 기소됐다가 긴 법정 다툼 끝에 무죄가 확정된 조지 펠 추기경(79·호주)을 단독 접견했다.
바티칸 미디어가 공개한 영상을 보면 교황은 이날 환한 얼굴로 펠 추기경을 맞으며 "만나서 반갑습니다"라고 인사했다.
교황이 개인적으로 펠 추기경을 만난 것은 2017년 6월 이후 약 3년 4개월 만이라고 AFP 통신은 전했다.
교황청은 관례상 교황과 펠 추기경의 대화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교황은 즉위 이듬해인 2014년 교황청 부서들의 행정·재무 활동을 감독하는 재무원이라는 조직을 만들고 초대 원장에 펠 추기경을 임명했다.
이후 펠 추기경은 교황의 절대적인 신임 아래 교황청의 아킬레스건이자 부패의 온상으로 지목돼온 금융·재정 활동의 투명성을 강화하고자 강력한 개혁 작업을 추진했다.
그러다 호주 멜버른 대주교로 있던 1990년대 초 교구 내 성가대 아동 2명을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2017년 제기됐고 이후 구속된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무원장직 사임과 함께 교황청을 떠난 그는 호주 법원의 1심과 2심에서 징역 6년의 유죄를 선고받았으나 올 4월 대법원 최종심에서 무죄 확정판결이 나와 혐의를 벗었다.
그는 지난달 30일 이탈리아 로마의 피우미치노 국제공항으로 입국하는 모습이 언론에 포착돼 큰 주목을 받았다.
재무원장 시절 교황청 금융 개혁을 놓고 반목하던 죠반니 안젤로 베추(72·이탈리아) 추기경이 베드로 성금 횡령 등의 의혹으로 시성성 장관직에서 전격 해임된 시점과 맞물려 입국 배경을 둘러싼 궁금증이 증폭됐다.
베추 추기경은 2014년 교황청의 심장부로 불리는 국무원이 베드로 성금으로 영국 런던의 고가 부동산을 매입한 일에 깊이 개입한 인물로 현재 바티칸 경찰의 수사 대상이다.
교황청 안팎에서는 펠 추기경이 바티칸에 있는 아파트를 정리하러 왔다는 설과 함께 교황이 새로운 임무를 맡기려고 불러들인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됐다.
펠 추기경은 입국 후 14일간의 의무 격리 지침을 이행한 뒤 교황을 알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이날 교황과 펠 추기경이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얼굴을 마주한 점을 지적하며 교황의 건강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연합뉴스/사진=EPA,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