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취재파일] 이탈리아産 폐타이어, 폐기물이 맞나요?

[취재파일] 이탈리아産 폐타이어, 폐기물이 맞나요?

박찬범 기자 cbcb@sbs.co.kr

작성 2020.10.13 11:32 조회수
프린트기사본문프린트하기 글자 크기
▲ 폐타이어 보관 영상, 전남 광양 (출처: 정의당 강은미 의원실)

● 이탈리아에서 수입한 폐타이어가 왜 이곳에?

정의당 강은미 의원실(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이 환경부를 통해서 받은 영상입니다. 보관 창고 안에 잘게 자른 고무가 가득 쌓여 있습니다. 고무를 가져온 당사자는 대기업에 니켈 등을 납품하는 A업체입니다.

● 폐타이어, 석탄 대체자원으로 사용하기 위해서 매입

영상 속 잘게 잘려진 고무는 폐타이어 칩(chip)입니다. 경북 김천 소재 한 업체가 이탈리아에서 광양항을 통해 폐타이어를 수입한 뒤 A업체에 넘기는 방식이었습니다. A업체는 지난 2018년부터 최근까지 폐타이어 칩 1.1만 톤을 사용했습니다.

폐타이어 사용 목적은 석탄 대체 자원으로 쓰기 위해서입니다. 석탄은 니켈 광석에서 순수 니켈을 추출하기 위한 환원제로 사용됩니다. 이 업체는 원가가 저렴한 폐타이어칩이 석탄을 대체할 수도 있다고 보고 수입해 사용해봤습니다.

폐타이어 보관 창고, 전남 광양 (출처: 정의당 강은미 의원실)
● 폐타이어 칩, 너의 소속 도대체 어디냐? 재활용 제품 맞나?

폐타이어 칩은 그렇다면 재활용 제품일까요? 쓰다 버린 타이어를 칩 형태로 잘게 자른 게 전부입니다. 다시 가공을 했다고 보긴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폐기물로 간주해야 한다고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을 찾아봤습니다. 시행규칙에는 재활용이 가능한 유형이 정해져 있습니다. 시행규칙상 R-3-3 또는 R-3-5 유형에 폐타이어 칩이 해당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 별표 4의2
● 환경부 "폐타이어 칩, 폐기물이다"

환경부는 강은미 의원실의 요청을 받고, 폐타이어 칩이 폐기물인지 유권해석을 부탁했습니다. 만약 폐타이어 칩을 폐기물로 판단하면, 해당 A업체는 폐기물관리법을 위반한 겁니다. 폐기물 수입 등 모든 관리는 '폐기물처리업'으로 등록된 업체에만 허용되기 때문입니다.

폐타이어 보관 창고, 전남 광양 (출처: 정의당 강은미 의원실)
환경부는 중간 가공 폐기물이라고 결론 내렸습니다. A업체는 폐타이어 칩을 환원제로 사용했다고 진술한 만큼 R-3-5로 간주했습니다. 그런데 폐타이어 재활용 유형에 R-3-5가 포함돼 있지 않습니다. 즉, A업체가 가져온 폐타이어 칩은 재활용 제품으로 볼 근거가 없습니다.

● 억울한 A 업체, "처음부터 환원제로 쓰겠다고 신고했다."

폐타이어 칩이 폐기물이면 A업체는 처벌 대상입니다. 하지만 A업체 입장에선 억울한 부분도 있습니다. A업체는 김천의 한 업체로부터 폐타이어 칩을 가져올 때 환원제로 쓰겠다고 분명히 밝혔고, 김천시도 재활용 제품으로 간주해 허가증을 내줬기 때문입니다.

● 지자체조차 헷갈린 폐타이어 칩의 폐기물 인정 여부

김천시도 환원제로 사용될 폐타이어 칩을 재활용 제품으로 착각한 겁니다. 그래서 수입 허가를 내주었고, A업체의 보관 창고까지 도착할 수 있었던 겁니다. 환경부 담당자는 김천시에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을 안내하고 혼돈이 없도록 하겠다고 설명했습니다.

● 대기업 계열사가 폐기물 대량 수입, 바람직한가?

정의당 강은미 의원은 "업체가 비용 절감을 위해 폐타이어를 수입하여 환원제로 썼다는 것 자체가 폐기물관리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국정감사 때 진상조사를 요구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정의당 강은미 의원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도 국내 폐기물이 증가하는 가운데 기업이 폐기물을 수입했다는 것 자체만으로 비판의 대상이 된다고 말합니다. 이번 폐타이어 소동은 해당 시행규칙을 기업체와 지자체 모두 꼼꼼히 따져보지 못해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폐기물과 재활용 제품을 올바르게 분류하는 안목을 우리 모두가 키워야 하겠습니다.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