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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예방적 살처분의 그림자, 농장주 희생이 방역 성과로

● 떨고 있는 화천, 포천 농가…남은 농가 예방적 살처분 진행하면?

강원 화천에서 ASF 발생 농가가 두 곳으로 늘었습니다. 남은 농가들은 밤잠을 설치고 있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남은 농가에 대한 예방적 살처분을 진행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방적 살처분은 농장주들에게 사형선고와 같습니다. 살처분 돼지에 대한 보상은 받겠지만, 그 이후로 돼지를 키울 수 없어 수입인 0원이 됩니다. 일부 생계지원금이 나오지만, 축사 시설 유지비용을 비롯해 대출 이자 등을 감당하기엔 턱없이 부족합니다. 이미 지난해 전량 살처분이 진행된 경기 연천, 파주, 김포, 인천 강화 농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입니다.

박찬범 취파용

● 5개 시군, 175호 농가 예방적 살처분 진행 조짐…'협조 안 하면, 돼지분뇨 반출 금지'

멧돼지 방역대(10km) 농장 방역 관리 강화 방안 문건을 입수했습니다. 예방적 살처분을 진행하겠다는 게 주된 내용입니다. 대상 농장은 경기 포천 94곳, 강원 철원 62곳, 강원 화천 12곳, 강원 양구 1곳, 강원 춘천 1곳입니다.

박찬범 취파용

형식상 수매를 희망하는 농가를 받겠다고 쓰여 있습니다. 수매에 참여하지 않으면, 농장 초소를 24시간 운영해야 하고, 근로자는 외출이 금지됩니다. 강원 화천 수매 미참여 농가에 대한 규제는 더 심합니다. 수매에 참여하지 않으면 돼지분뇨 차량의 농장 밖 이동이 금지됩니다. 매일 발생하는 돼지 분뇨에 대한 반출을 막는 것은 사실상 돼지를 키우지 말라는 얘기입니다.

● '예방적 살처분'은 최선의 선택인가?

방역 당국이 수매 후 예방적 살처분 카드를 다시 꺼냈습니다. 방역 당국 입장에서는 간단합니다. ASF에 걸릴 수도 있는 돼지를 다 묻어버리면 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해당 지역에서는 ASF 추가 발생이 없습니다. 이들에게 방역 성과가 될 수 있습니다.

박찬범 취파용

살처분은 어쩔 수 없는 결정이기도 합니다. ASF에 걸린 돼지는 치사율이 100%에 달합니다. 국내 사육 농가는 밀집도가 높은 만큼 추가 감염 우려가 높습니다. 살처분이 마땅합니다. 하지만 반경 10km 이내 농가, 혹은 같은 지자체라는 이유로 역학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 살처분 결정을 내리는 것을 두고 가혹하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 사육농가 ASF 발생하면 모두 농장주 책임인가? 정부 책임은 없나?

살처분에 따른 피해는 모두 농장주에게 돌아갑니다. 농장주가 방역 수칙을 위반한 점이 명확히 있다면 모르겠지만, 농장주 혼자만의 책임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환경부는 멧돼지 개체수 조절을 관리하고, 농림축산식품부는 농가 방역 등을 맡고 있습니다. 사육 농가에서 ASF가 발생하면, 멧돼지 개체수 조절 등 농장 밖에서 벌어진 방역은 적절했는지 따져봐야 합니다. 하지만 현 방역 체계에서는 ASF가 발생하면 모든 책임과 피해는 농장주에게 100% 돌아가고 있습니다.

박찬범 취파용

● 1년 동안 없었던 사육농가 ASF, 농장주들의 희생 덕분

지난해 경기 북부 사육 농가 14곳에서 ASF가 발생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9월을 마지막으로 1년 동안 추가 발생은 없었습니다. 경기 북부 일대 사육 돼지를 모두 묻었기 때문입니다. 결과만 놓고 보면 방역 성과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면 누가 만들어낸 방역 성과일까요? 역설적으로도 농장주입니다. 살처분 동의서에 울며 겨자 먹기로 서명한 농장주들이 희생으로 만든 성과입니다. 또 있다면, 외상 후 스트레스를 겪어가며 살처분 현장에 투입된 담당 공무원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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