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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블럭 정비 · 신문 구독이 '성인지 예산?'

<앵커>

정부나 지자체가 예산 쓸 때도 성별을 차별하지 않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성인지 예산'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양성평등을 잘 구현한 예산 지출을 '성인지 예산' 사업으로 분류해 주는 건데, 서울시의 경우 보도블록 정비 같은 엉뚱한 사업들이 여기에 포함됐습니다.

어떻게 된 건지, 정준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서울 구로구의 한 보행도로. 지난해 말 보도블록을 교체하고 빗물 활용시설도 설치했습니다.

이런 보도 정비사업에 서울시 예산 270억 원이 들어갔는데 모두 '성인지 예산'으로 분류됐습니다.

하지만 담당 공무원조차 보도블록과 양성평등과의 관계를 잘 설명하지 못합니다.

[서울시 관계자 : 울퉁불퉁한 걸 똑바로 한다는 느낌이지. 여성을 위한다거나 이런 부분의 보도블록이 있지는 않습니다.]

서울시도 자체평가에서 보도 정비 사업이 양성평등과 연관이 적은 걸 인정해 내년 성인지 예산에선 뺐습니다.

노동 운동가 전태일 열사 기념관 운영비도 성인지 예산인데 정작 기념관 측은 모르고 있습니다.

[전태일기념관 관계자 : (성인지예산으로 분류됐다는 것은 잘 모르셨어요?) 전 전혀 몰랐어요. (서울시에서 먼저 얘기 안 해주셨어요?) 안 해주셨는데요.]

성인지 예산 사업이 국정과제인 데다 서울시의 경우 부서 평가에 반영까지 하다 보니 연관 없는 사업도 지정되는 것입니다.

미세먼지 정책 홍보, 신문 구독, 마을버스 지원도 성인지 예산으로 분류됐습니다.

[서울시 관계자 : 이게 지금 기관평가에 들어가기 때문에 각 부서에서 평가를 받긴 받아야 되니까…]

올해 서울시 성인지 예산은 약 3조 원으로 4년 전에 비해 두 배 증가했습니다.

[우지영/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 양적으로는 크게 증가했는데 이게 정말 성인지 예산인가의문이 들 정도로(부실합니다.)]

보여주기식이 아닌 본연의 목적에 맞는 정책 운영이 필요해 보입니다.

(영상편집 : 채철호, VJ : 김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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