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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잇] 대한민국 저출산은 '엄마의 본능'

[인-잇] 대한민국 저출산은 '엄마의 본능'

최정규 | '상식에 맞지 않는 법'과 싸우는 변호사 겸 활동가

SBS 뉴스

작성 2020.10.15 11:02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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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법무관 시절, 전주에서 자취를 할 때의 일이다. 어느 주말, 서울 집에서 감기를 심하게 앓다 월요일 아침 남은 휴가가 없어 아픈 몸을 이끌고 전주로 향하는 첫 버스에 몸을 실었다. (그 당시 주말엔 서울, 주중엔 전주에서 지냈다.) 몸이 너무 안 좋아 점심시간을 이용해 가까운 내과를 찾았고 퇴근시간까지 가까스로 버틴 후 자취방에 쓰러져 잠이 들었다. 그리고 다음 기억은 늦은 밤 누군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였다. 바로 엄마였다. 아픈 몸을 이끌고 전주로 내려간 아들 걱정에 통화를 계속 시도했는데 연락이 닿지 않자 3시간 걸리는 거리를 마다 않고 한걸음에 달려오신 것이었다. 열이 펄펄 끓은 채, 먼지가 굴러다니는 자취방에 쓰러져 있던 나는 엄마 덕분에 병원에 실려 갔고, 폐렴 진단을 받고 곧바로 입원해 일주일간 병원 신세를 졌다.

내가 갑자기 아주 오래전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엄마는 본능적으로 아이의 안전에 대한 위험 신호를 읽는다는 점을 이야기하고 싶어서이다. 아들이 다 큰 어른으로 성장했어도 엄마의 본능은 계속된다. 그렇듯 엄마는 지금 이 장소와 순간이, 아이에게 위험한지 아닌지를 본능적으로 인지한다.

# 저출산, 엄마의 본능?

모성(母性) 및 영유아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고 건전한 자녀의 출산과 양육을 도모함으로써 국민보건 향상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는 모자보건법에는 이런 규정이 있다.
모자보건법 제3조의2 (임산부의 날)
임신과 출산의 중요성을 북돋우기 위하여 10월 10일을 임산부의 날로 정한다.
[본조신설: 2005. 12. 7.]

2006년부터 시작된 '임산부의 날'은 지난 10월 10일로 15년째를 맞이했다. 정세균 총리는 "임산부 여러분 힘내시라… 정부가 산파되겠다"며 저출산 극복을 위한 정책 지원을 약속했다. 그러나 그런 정부의 거듭된 약속에도 엄마는 본능적으로 안다. 대한민국이 안전하지 못한 곳이라는 걸…
"세계 최고의 자살률과 이혼율, 교통사고 사망률 및 알코올 소비율, 세계 최장의 노동시간과 세계 최단의 휴가기간, 세계 최대의 임금격차와 산업재해, 비정규직 증가로 인한 고용의 불안정, 세계 최악의 사행(射倖)만연과 입시지옥, 세계 최하의 출산율과 사회 안전망으로 인한 생활불안 등, 갖가지 세계 최악의 기록이 세계 최저의 행복지수를 결과하고 있다."

위 내용은 2014년에 출간된 '자유란 무엇인가' (박홍규 지음, 문학동네)의 머리말에 적혀 있는 내용인데, 이건 책에서 나오는 이야기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이러한 현실을 직감하고 있는 엄마는 본능적으로 태어날 아이의 안전을 고려한다. 그게 바로 출산율로 나타나는 것이 아닐까?

2000년도부터 2019년도까지 전국 합계출산율은 아래 표와 같다.


국가통계포털 (인구동향조사 : 시군구/합계출산율)
2017년까지 가까스로 유지되고 있었던 (가임 여성 1명당) 출산율 1.00이 2018년에는 무너졌고, 2019년에는 0.918명까지 낮춰진 상태다. 저출산 기조를 막기 위해 2006년부터 185조 원을 썼지만 합계출산율은 1.13명서 0.92명으로 떨어진 현실에 대해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이야기 한다.

"땜질식 처방으로 출산율 저하를 막을 수는 없다"
*SBS 보이스(VOICE)로 들어보세요.


# 산부인과 신생아실, 2020년에도 이루어지는 신생아 '셀프 수유'?

지난 달 경기도 소재 산부인과 신생아실에서 벌어진 일 때문에 많은 임산부들이 경악했다. 간호조무사의 공익신고로 알려진 이 병원에서는 질식사를 일으킬 수 있는 이른바 '셀프 수유'가 수시로 이뤄졌다고 알려졌다. 태어난 지 이틀째 되는 날부터 누워 있는 아기들 입에 젖병을 꽂고 알아서 분유를 먹게 하였고, 빠는 양보다 많은 분유가 나오기 때문에 아기들은 자주 켁켁댔고 또 분수처럼 토했다고 한다.

하지만 임산부의 날을 규정한 모자보건법에는 이런 산부인과의 행위를 제재하는 규정은 없다. 그렇다보니 신고를 받은 경찰도 보건당국도 움직이지 않았다. 언론 보도 이후 셀프 수유는 그 자체로 아동(신생아) 학대라는 주장이 펼쳐지자 마지못해 수사는 시작되었지만 얼마나 엄격한 처벌이 이루어질지, 재발 방지대책은 제대로 만들어질지 확신이 없다.

왜냐하면 이미 2013년 산후조리원에서도 이런 논란이 벌어졌지만, 2020년까지 막아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질식 위험 '셀프 수유'…일부 산후조리원 논란 (SBS 8뉴스 2013.01.19)


2013년 보도 셀프수유
# 우리는 엄마의 본능적 감각을 안심시킬 만큼 '안전할까?'

태어날 때부터 수유도 스스로(셀프로) 해야 함을 강요당하는 위험천만 대한민국에 아이를 태어나도록 하고 싶은 엄마는 없다. 태어날 아이의 안전에 대한 예비 엄마의 본능적 감각은 이 세상 그 어떤 감각보다 예민하게 작동하고 있다. 현재 정부의 대책으로 그 본능적 감각을 안심시켰다고 할 수 있을까? 이번 기회에 신생아 셀프 수유 등에 대한 철저한 대비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 편집자 주 : 최정규 변호사는 △고양 저유소 풍등 화재사건 △성추행·가정폭력 피해 이주여성 노동자 사건 △신안 염전 노예 사건 등의 변호를 맡아 사회적 약자를 위한 활동을 해왔다.
인잇 네임카드 최정규


#인-잇 #인잇 #최정규 #상식을위한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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