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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사랑하는 남녘 동포, 다시 손 잡자"…북한에겐 다시 남한이 필요해?

[취재파일] "사랑하는 남녘 동포, 다시 손 잡자"…북한에겐 다시 남한이 필요해?
김정은 위원장이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 연설에서 남한에 유화적인 제스처를 보냈습니다. 긴 연설 중에 남한 관련 내용은 딱 한 문장인데 다음과 같습니다.

"사랑하는 남녘의 동포들에게도 따뜻한 이 마음을 정히 보내며 하루빨리 이 보건 위기가 극복되고 북과 남이 다시 두 손을 마주잡는 날이 찾아오기를 기원합니다."

여기서 보건 위기란 코로나19를 말합니다. 빨리 코로나19를 극복하고 남북이 다시 협력의 길로 가자는 것인데, '사랑하는' 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남한에 한껏 유화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청와대가 저능'하다거나 '바보스럽다'며 남한을 맹비난했던 것과 사뭇 달라진 모습입니다.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에 대한 공동조사 요청에는 응하지 않고 있지만, 코로나19만 극복되면 대남관계에 다시 신경을 쓰겠다는 뜻으로도 읽힙니다.

● 대남관계 개선 여지 다시 열어두는 북한

청와대가 최근 공개한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에서 보듯,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남한을 완전히 무시하던 북한은 최근 들어 조금씩 남한에 문을 열어두는 모양새입니다. 적극적인 관계 개선에 나선 것은 아니지만, 남한과의 관계 개선 여지를 조금씩 조금씩 열고 있습니다.

북한이 이렇게 바뀌고 있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요? 문재인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을 원한다는 조건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았고, 겉으로 드러나기에는 최근 들어 남북 간 특별한 상황변화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 않는데 말입니다.

트럼프-바이든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 미국 대선으로 유동적인 국제정세

바뀌고 있는 것은 국제정세입니다. 지금 한반도 정세에 가장 큰 영향을 줄 변수는 미국 대선 결과인데, 현재로선 미국 민주당의 바이든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이 상당히 있는 상황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막판 뒤집기를 배제할 수는 없지만, 미국 대선 이후의 국제정세를 대비해야 하는 사람이라면 바이든의 당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합니다.

바이든 후보가 당선된다면 북미 관계는 어떻게 될까요. 적어도 트럼프 시절의 북미 관계가 유지되기는 힘들어 보입니다. 바이든은 트럼프처럼 김정은과의 정상회담을 추진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고, '서로 사랑에 빠졌다'는 류의 북미 정상 간 친분을 활용하려 하지도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북미 간에 다시 위기가 고조될 수도 있습니다.

● 북한으로서는 미국 대선 이후의 안전판이 필요

북미 관계가 어떻게 될지 모른다면 북한으로서는 가능한 안전판들을 마련해야 합니다. 이번 열병식에서 보여준 전략무기들처럼 '여차하면 미국을 타격할 수 있다'는 엄포도 필요하지만, 강압적인 엄포 이외에 대화가 가능한 창구도 마련해야 합니다. 새로운 미국 행정부와 대화 창구를 마련하자면, 미국과의 관계를 주선해줄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곳은 어디일까요. 현재로선 남한 정부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렇듯 지금의 정세는 북한이 남한을 활용해야 할 조건을 성숙시키고 있습니다. 미국 대선이 20여 일 남았지만 북한이 조금씩 남한에 손을 내미는 것은 이런 이유로 보입니다.

이번 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서 신형 SLBM 북극성-4A 공개한 북한.

● 북, 무력 시위 속 남북관계 열어두는 이중 전략 추구 가능성

그런데, 한 가지 생각해볼 대목이 있습니다. 남북관계가 개선되려면 북한이 도발적인 행동을 자제하는 것이 필요한데, 북한이 과연 그렇게 하겠느냐는 것입니다. 이번 열병식에서 신형 ICBM과 신형 SLBM, 각종 정밀유도무기 등을 공개한 것으로 볼 때, 북한은 앞으로도 무기 현대화와 미국을 상대로 한 전략무기 개발, 시험발사 등을 계속하면서 미국을 압박하려 할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의 신행정부(바이든 당선을 가정했을 경우입니다)를 상대로 강압적 무력 시위 속에 협상을 추구해가되, 남한에는 남북관계 개선의 여지를 열어두면서 남한을 북한 쪽으로 끌어들이는 이중적 전략을 추구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북한의 도발적 행동은 규탄해야 하면서도 남북관계 개선은 추진하고 싶은 우리 정부로서는 곤혹스러운 처지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사진=조선중앙TV화면, 노동신문 홈페이지 캡처, 연합뉴스,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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