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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 밥상의 필수 메뉴는 '신뢰'…달라진 일상

<앵커>

코로나19가 길어지면서 다른 사람과 밥 한 끼 같이 먹는 것도 한 번 더 생각하게 되는 요즘입니다. 그래서 저희가 코로나 시대에 사람들은 누구와 요즘 밥을 먹는지, 또 다른 사람들과는 얼마나 만나는지 조사해봤습니다.

최재영 기자, 신승이 기자가 차례로 전해드립니다.

<최재영 기자>

코로나는 직장인들의 점심 풍경을 바꿔놨습니다.

[최재웅/직장인 : 소규모로 먹는다든지, 아니면 혼자 와서 먹는다든지…]

삼삼오오 어울리던 자리에는 칸막이가 자리 잡았고 동료와 대화를 나누는 건 이제 민폐가 됐습니다.

[이진아/구내식당 매니저 : 대화가 많이 줄었죠. 말수도 많이 줄어들고, 분위기 자체가 많이 무거워진 거 같아요.]

SBS가 여론조사를 해 봤더니 편하게 밥을 먹을 수 있는 대상 가운데 '직장동료까지도 괜찮다'는 사람은 채 10%가 되지 않았습니다.

'가족' 뿐이라고 답한 사람이 43.7%에 이르렀습니다.

사회적 교류가 이뤄지던 식사 자리가 오히려 신뢰할 수 있는 사람과 아닌 사람을 가르는 자리가 된 겁니다.

실제로 응답자의 93.9%가 코로나 이후 다른 사람과의 '만남'이 줄었다고 했는데 지연·학연 모임, 동호회, 직장 회식은 물론 친구, 연인과의 만남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최재웅/직장인 : 코로나가 오면서 (만남의) 기회가 많이 줄었다는 거고, 그런 부분이 좋은 점도 있겠지만, 결국은 나쁜 점도 조금씩은 있는 것 같아서…]

코로나는 일상의 중심을 외부에서 가정으로 아주 빠르게 바꿔놨습니다.

이런 추세는 코로나가 종식되지 않는 한 계속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는 이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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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승이 기자>

익숙한 솜씨로 저녁 밥상을 차리는 아빠.

코로나19 이후 가족과 함께 저녁을 먹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내일 아침에 자전거 타러 갈래? (내일?)]

모처럼 늘어난 가족과의 시간이 즐겁기도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지치는 것도 사실입니다.

역할 분담은 모호하고 일과 휴식의 경계도 사라지면서 사소한 갈등도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장동일/경기도 김포시 : (집에서 지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일단 들어오면 아내가 지쳐 있는 부분이 있어요. 화장실 가려고 일어났을 때 새벽에 그러면 혼자 소파에 앉아서 뭔가를 (개인적인 일을) 하더라고요.]

[김지희/경기도 김포시 : (함께 보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뭔가 거리를 두고 각자의 일을 묵묵히 하는... (갈등을) 말하면 서로 너무 힘들어질 것 같으니까 말 안 하면서 각자 다른 길을 가면서 거리를 두게 되는 거죠.]

국민 10명 중 7명은 코로나 이후 집에서 밥을 먹는 횟수가 늘었다고 답했고 예전보다 평균 주 5회 이상 집에서 밥을 더 먹게 됐다는 사람이 38.5%나 됐습니다.

그만큼 가족끼리 가까워졌다는 응답이 61%였지만, 오히려 그렇지 못하다는 응답도 36%나 됐습니다.

[김호기/연세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 가족을 새롭게 재발견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고요. 동시에 우리의 사회적 관계와 신뢰가 그만큼 축소되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기도 합니다.]

코로나19 시대, 달라진 신뢰 관계에 맞는 새로운 균형점을 찾는 게 우리에게 던져진 또 다른 숙제입니다.

(영상취재 : 이병주, 영상편집 : 박기덕, CG : 홍성용·최재영·이예정·성재은, VJ : 정영삼·정한욱·김초아)   

▶ '누구와 밥 드세요' ​여론조사 통계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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