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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제 몸에 상처를 내는 아이들…비난 말고 이들을 감싸야 할 이유에 대하여

[취재파일] 제 몸에 상처를 내는 아이들…비난 말고 이들을 감싸야 할 이유에 대하여

이혜미 기자 param@sbs.co.kr

작성 2020.10.09 11:40 수정 2020.10.09 20:08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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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 절망, 시련 (사진=픽사베이)
국내에 코로나19 확진자가 처음 나온 지난 1월 이후 8개월 넘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코로나가 장기화하면서 '심리 방역에 비상이 걸렸다'는 뉴스를 자주 접하게 됩니다. 우울감과 무력감을 뜻하는 '코로나 블루', 공포와 분노감을 의미하는 '코로나 레드', 우울한 수준이 아니라 아예 암담하다는 '코로나 블랙'이란 신조어까지 생겨났습니다.

'심리 방역에 비상이 걸렸다'는 표현이 과장된 말이 아닌 게, 최근 나온 보건복지위 국정감사 자료를 보니, 올 상반기 기분장애(대표적으로 우울장애가 있습니다)로 병원을 찾은 사람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2% 증가했습니다. 연령별로는 특히 10대와 20대의 비중이 높았다고 하고요.

우울감이 커질수록 우려되는 사회 현상이 자살입니다. 또 다른 국감 자료에서는 올초부터 지난 8월까지 전체 자살시도자의 수는 1만 5090명으로 한해 전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10% 늘었고, 10대와 20대, 30대에서 자살시도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심리 방역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할 수밖에 없는 시기입니다.

우울과 자살을 고민하고, 심리 방역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할 때, 우리가 간과하고 있지만 함께 고려해야 하는 이슈가 있습니다. 10대들의 자해입니다. 통계 하나를 보여드리겠습니다. 청소년 전문 상담기관인 청소년상담복지센터의 자살·자해 관련 지원서비스 현황입니다.

(출처: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 단위: 건)
▲ (출처: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 단위: 건)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자살 문제를 호소하는 청소년 상담 건수는 1.9배 증가했고, 자해를 호소하는 청소년 상담 건수는 4.7배 증가했습니다. 건수만 놓고 보면 2018년을 기점으로 청소년 자해 상담이 자살 상담을 뛰어넘었습니다. 아직 2020년 자해 통계는 나오지 않았지만, 10대들의 자살 시도가 늘어났다는 앞선 발표에 비춰보면, 코로나로 교우관계가 단절되고 원격수업을 하면서 집 안에 갇혀 있던 올해, 청소년들의 자해 시도 역시 큰 폭으로 늘어나지 않았을까 우려됩니다.

이 지점에서 궁금하신 분들이 있을 것 같습니다. 청소년들이 자해를 많이 한다는 건 알겠는데, 도대체 자해라는 게 뭘 어떻게 한다는 건지 의문이 생기진 않으시나요? 그렇다면 먼저 아래 있는 영상을 봐주시길 바랍니다. 길이가 1분 47초로 짧습니다.



보고 나니 자해가 무엇인지 이해가 좀 되시는지요. 청소년들 그리고 전문가들은 자해가 '죽기 위해서'가 아니라 '살기 위해서' 혹은 '살고 싶어서'한 선택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살고 싶어서'라는 설명을 쉽게 납득하긴 어렵습니다.

● 자해에 대한 오해와 편견들

시간을 조금 거슬러 올라가 보겠습니다. 우리 사회가 청소년의 자해를 사회적 문제로 인식하기 시작한 시점은 2018년입니다. 청소년들이 트위터나 인스타그램 등 sns에 일명 '자해 인증샷'을 올리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날카로운 물체로 손목에 상처를 내거나, 주사기로 피를 뽑아내는 등의 충격적인 사진과 영상이 잇따라 sns에 올라왔습니다.

이 자해 인증샷 탓에 자해는 마치 청소년들의 '유행'처럼 인식됐습니다. 자해하는 청소년을 관심받고 싶어서 '쇼' 하는 '관종'처럼 바라보는 시선도 있었죠. 그런데 이건 다 오해입니다. 청소년 정신의학 분야의 전문가인 정신과 전문의 안병은 선생님의 다음의 인터뷰가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자해와 자해 모방의 차이는 뭘까라는 거예요. 자해를 흉내 내는 친구들이 있어요 실제로. 왜? 한번 해보고 싶어서. 그럼 둘의 차이는 뭘까요. 자해와 자해 모방의 차이는 모방은 한마디로 얘들은 보여주고 싶은 거예요. 인증샷이 목적일 수 있어요.

겁 많은 애들, 심지어 어떤 애들은 알코올 소독을 5번 해서 왜냐면 감염될까 봐 걱정돼서 그래서 칼끝으로 살살살 한 다음에 이걸 벌려요. 근데 피가 안 나오네. 그럼 뭐해? 빨간 사인펜의 도움을 받아야겠죠. 빨간펜 선생님의 도움이 아니라.. 그럼 딱딱 찍어 좀 모양 나와 찍어서 올렸어. 이런 아이들은 한두 번 하고 안 해요, 아프거든요. 이건 자해 모방이다.

마음의 편안함을 얻고자 하는 이런 게 자해예요. 앞의 것과 구분이 되겠죠. 뒤쪽에 있는 아이들은 숨겨요. 남한테 안 보여줘요. 진성 자해에서는 그렇게 가지 않아요. 아이들이 보여주려고 한다? 아뇨, 그건 어른들의 잘못된 반응이 오히려 키우는 게 훨씬 많다는 거예요. 그래서 그 두 가지는 구분해줘야 된다."


이 자리를 통해 이야기하려는 자해는 모방하는 자해가 아니라 진성 자해라고 불리는 '진짜' 자해입니다. 취재팀은 여러 기관의 도움을 받아 진짜 자해를 하는 청소년들을 어렵게 만날 수 있었고, 대면, SNS, 전화 인터뷰를 통해 아이들의 솔직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다음의 영상을 보시면 우리 청소년들이 언제 어떤 이유로 자해를 시작하고, 왜 자해를 지속하며 멈추지 못하는지 알게 되실 겁니다.

 
위의 영상에 소개됐던 데이터를 하나 끄집어내 보겠습니다.

출처 : 안영신, 송현주, 2017
자해를 하게 만드는 원인은 친구 관계, 학업 스트레스, 부모와 갈등, 교사와의 갈등 등 다양하고 복합적이지만, 자해를 하는 이유에는 비교적 유사한 측면이 있습니다. 기분 나쁘고 불편한 나의 감정, 다시 말해 부정적인 정서로부터 벗어나고 싶기 때문입니다. 물론 자해 말고 다른 건강한 방식으로 나쁜 감정을 떨쳐내면 좋겠죠. 홀로 방이나 교실에서 조용히 몸에 상처 내지 말고, 주위에 힘들다고 표현해주면 좋을 텐데, 이점에 대해선 청소년 상담사 서미 선생님의 이야기를 참고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자해를 하는 아이들 같은 경우에 보면 감정이 굉장히 많이 올라와 있는데 이걸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경우들이 많이 있어요. 실제로 우리가 너무 힘든 감정이 들거나 괴로울 때 말을 하면 좀 해소가 되잖아요. 그러니까 이런 것들을 표현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자해를 하는 경우들이 많이 있거든요. 주변에서 내 마음이나 이런 것들을 잘 못 알아주고 이걸 제대로 표현을 못하니까, 주변에 부모님이나 많은 사람들이 아이가 얼마나 힘든지 모른다는 거죠."

● 어른들께 드리고 싶은 이야기

자녀가 자해한다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확인하기 전까지, 세상 모든 부모님은 자해하는 자녀의 모습을 상상조차 해보지 않았을 겁니다. 뉴스에서 아무리 요즘 애들이 그렇다고 얘기해도 내 자식은 그러지 않으리라 믿고 있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학교 위클래스(학교 내 상담실)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게 되고, 충격적인 사실을 듣게 됩니다. 이때 부모님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서울 시내 중학교에서 전문상담교사로 일하고 있는 성나경 선생님의 경험담입니다.

"부모님들께서 저희가 학교에서 전화를 했을 때 아이가 이런 일을 하는데 스트레스를 받아서 그런 거다, 집에서 이러이러한 걸 같이 해보자라고 저희가 말을 할 때, 부모님들께서 '그 나이 때는 다 그럴 수 있다'라든지 '걔가 관심 끌려고 그러는 거다', '이런 일로 나한테 전화하지 마라' 이렇게 안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자해하는 습관 고치고 싶고 잘 살아보고 싶은 마음이 훨씬 크니까 (아이들이) 상담실도 오는 거거든요."

청소년들이 자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가족, 특히 부모님들이 도움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아이들이 주로 머무는 공간이 학교인 만큼, 선생님들의 협조도 무척 중요합니다. 우리 아이들이 자해 말고 건강한 방법을 찾아나갈 수 있도록, 부모님과 선생님들께서는 다음의 영상을 꼭 한번 봐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나 청소년들은 여러 차례 '중독'이란 표현을 썼습니다. 술처럼 약물처럼 도박처럼 자해도 중독성이 강하다고 합니다. 대개 12~14세에 자해를 시작한다고 하는데, 초등학교 고학년, 중학교 1학년에 해당하는 어린 나이입니다. 이 시기부터 자해에 중독돼 청소년기를 보낸다면 아이들의 몸과 마음 곳곳에는 상처가 남을 겁니다. 습관이 되지 않도록, 중독되지 않도록 청소년들을 도와줘야 합니다.

그래서 정답은 아니겠지만, 한 유튜버의 이야기를 전해드리려고 합니다. 너무나 힘겨운 청소년기를 보냈던 그는 일명 '자해러(자해하는 사람)'였습니다. 개인사가 무척 안타깝고 마음 아픈데, 자해를 멈추게 된 계기가 무척 감동적입니다. 양쪽 팔목에 가득 새긴 타투 문신의 의미를 생각하면서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청소년 자해에 대해 기획하고 취재한 저는 13년 차 기자이지만, 동시에 국가자격증을 보유한 청소년 상담사입니다. 현재는 대학원에서 청소년 상담을 배우며 연구하고 있습니다. 이 자리에서 굳이 개인 경력을 밝히는 이유는 현장에서 청소년들을 직접 만나고 요즘 청소년들이 겪는 문제를 함께 고민하는 상담자·연구자들 사이에서 자해는 가장 심각하고 중요한 이슈라는 사실을 거듭 강조하기 위해서입니다. 이 취재파일이 독자 여러분들께서 청소년의 자해를 '중2병' 정도로 인식하지 않고, 그들의 아픔에 공감하고 어려움을 이해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길 바랍니다.

건강한 방법 있어요, 그리고 많아요

끝으로, 청소년들이 자해를 멈추고 건강한 방법을 찾는데 도움이 될 만한, 전문가들이 제안한 몇 가지 방법을 소개해드리며 이 글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전문가들이 제안한, 가정에서 할 수 있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감정에 이름 붙여주기'입니다. 상담을 하다 보면 아이들 스스로 지금 화가 난 건지, 슬픈 건지, 짜증이 난 건지 자신의 진짜 감정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내 마음을 정확히 알지 못하니 답답하고 그 답답함을 풀기 위해 자해를 하는데, 그럴 때 "내가 사실은 화가 났던 거구나", "내가 사실은 슬펐던 거야" 이렇게 감정에 이름을 붙여주면 아이들은 자기에 대해서 알게 되고 자기감정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화가 날 때는 지금 누구한테 화가 나 있는지, 이럴 땐 어떻게 풀어나가야 하는지 생각의 폭을 넓힐 수 있게 됩니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스트레스 대처 교육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자해같은 부정적인 방법 말고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긍정적인 방법을 사전에 배우고 익힌다면 자해를 시작하는 청소년들이 줄어들 수 있겠죠. 이 교육은 가급적 초등학교 때부터 이뤄지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더불어 청소년들이 예술활동을 통해 억눌린 감정을 자유롭게 표출할 수 있도록 예술문화 교육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있었는데, 이 부분은 교육당국이 귀 기울여줘야 할 부분입니다. 자기를 제대로 표현할 줄 알아야 청소년들이 건강하게 살아날 수 있으니까요. 방법은 많이 있으니까, 도와주시고 함께 찾아나가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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