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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잇] 회사 뒤집은 뒷돈 의혹이 남긴 것 ep.2

[인-잇] 회사 뒤집은 뒷돈 의혹이 남긴 것 ep.2

김창규│입사 21년 차 직장인. 실제 경험을 녹여낸 회사 보직자 애환을 연재 중

SBS 뉴스

작성 2020.10.12 11:00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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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베이트는요?"

나는 C 대리점장에게 리베이트에 대해 아는 것이 있느냐고 직설적으로 물었다.

"어, 그거…극소수만 알고 있는 건데 어떻게 아셨는지요…어쨌든 저 또한 문제를 삼으려고 기회를 엿보고 있었습니다. 본사에 투서를 넣으려고 마음을 잡는 중이었어요. 제가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D 대리점장 측근의 말에 따르면 D 대리점장이 이번 일 이전부터 지점장에게 정기적으로 상납을 했다고 하네요. 그래서 지점장이 D 대리점장을 도울 수밖에 없다고 들었습니다."

나는 몹시 당황스러웠다. 스스로에 대한 자괴감과 지점장에 대한 배신감으로 마음이 아팠지만 당장은 이 대리점장이 추진하려고 했던 일을 막아야 했다. 나는 얼른 그에게 "말해 줘서 고맙다. 좀 더 확인을 해 봐야겠지만 당신 말이 사실이면 미안하다. 지금도 이 대리점을 실제로 운영할 마음은 있는가? 그렇다면 잠시 기다려라. 내가 나서서 실상을 확인하고 필요한 조치를 조만간 취하겠다. 물론 원하는 대로 D 대리점장의 간섭을 없애 주겠다"라고 약속했다.

그가 나가고 나혼자 있게 되었다. 고민에 고민이 더해졌다. 나를 협박했던 B 대리점장과의 계약을 원만히 종료하려는 일도 고민스럽지만 지점장의 리베이트 수령 문제, D 대리점장 계획 저지 문제, 게다가 C 대리점장의 투서도 막아야 하니 보통 골치 아픈 일이 아니다. 그러자 이런 생각도 들었다. 어쨌든 나는 무고하니 그냥 확 본사에 먼저 이 사실을 보고할까? 늦게 보고하면 나도 문제가 될 수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지점장, B ,C ,D 대리점장 그리고 아직은 알 수 없는 또 누군가가 다칠 것이고 그 과정에서 조직이 무척 흔들릴 수밖에 없다. 그 상태가 내가 바라는 것일까? 아니다. 게다가 사실 그들이 비위를 저질렀다는 증거도 없다. 그냥 말뿐이다. 감정적으로 이 상황에서 그냥 보고했다가 밝혀지는 것이 없다면 모두 다 난감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나는 본사에 보고할 수도 그렇다고 그냥 묻고 갈 수도 없었다. 눈에 불을 켜고 해법을 찾았지만 뾰족한 방도는 없었다.

'내가 무슨 수사관도 아닌데 자기들끼리 주고받은 돈에 대한 증빙을 어떻게 찾겠어. 그들에게 직접 물어보자. 그들 몰래 조사하는 것보다 그게 더 나을 것 같다.'


증거도 없는 말뿐인 리베이트 소동. 보고할 수도 묻을 수도 없는 난감한 상황...
그런데 불편한 질문을 어떻게 해야 할지 먼저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의심을 전제로 강하게 나가야 할까 아니면 조심스럽게 말해야 할까? 마음의 결정을 내린 뒤 지점장을 불렀다. 그리고 C 대리점장의 이야기를 상세히 전달하고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왜 D 대리점장이 C 대리점을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것을 묵인하고 있나요?"

"그렇게 될지 저도 몰랐습니다. 이 점은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유감 표명으로 끝날 것 같지 않아서 걱정입니다. 그런데 혹시 D 대리점장에게 돈 받았나요?"

그러자 지점장은 얼굴이 벌게지면서 아니라고 대답했다. 나는 재차 물었고 지점장은 더욱 강하게 부인했다. 난 더 이상 묻지 않고 나중을 위해서 지점장에게 이 일에 대한 경위서와 돈을 받지 않았다는 각서를 제출하라고 지시했다. 그가 알겠다며 대답하고 나간 뒤 나는 바로 D 영업소장을 만났다. 형식적인 인사를 한 후 난 그에게 말투는 부드럽게, 내용상으론 핵심을 찔렀다.

"대리점장님이 C 대리점의 실질적 사장이라고 하던데 어떻게 된 거예요?"

"(당황하며) 아닙니다. 그냥 도와주는 것입니다."

"그 말 책임질 수 있어요. 지금 C 대리점장은 우리 지점장과 대리점장님에게 속아서 바지 사장으로 전락했다고 본사에 투서를 넣겠다고 합니다. 심각한 상황이에요."

"(화난 말투로) 정말 그냥 도와준 것입니다."

"난 대리점장님을 생각해서 지금 대화하는 거예요. 만약 C 대리점장이 정말 투서를 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대리점장님이 수를 써서 C 대리점을 강탈하려는 것이 드러나면 지금 하고 있는 대리점도 내놔야 할 겁니다. 사실대로 말해 보세요. 그렇지 않으면 전 도와드릴 수가 없습니다."

그는 끝까지 단순 지원해 준 것이라고 말했지만 처음과 달리 말투에 힘이 빠지고 표정은 주눅들어갔다. 난 굳이 그를 더 몰아부치지 않고 "만약 그렇다면 이제 그만 도와줘라. 죽이 되든 밥이 되든 C 대리점장 스스로 운영하게 놔 둬라. 절대 개입하지 마라"고 강하게 경고했다. 그리고 더 불편한 질문을 던졌다.

"지금 쉬쉬하는 리베이트 사건 아시죠? 대리점장님이 지점장에게 돈 준 거라는데. 구체적인 금액도 나왔어요."

"(단호하게) 아닙니다. 그런 일 없습니다. 하나 말씀드리죠. 왜 지점장이 B 대리점장에게 약할까요?"

"그 얘기는 할 필요 없어요. 내가 별도로 확인하고 있으니. 어쨌든 왜 쓸데없는 말, 그러니까 지점장은 날 도울 수밖에 없어, 지점 내 나와 엮이지 않는 사람은 없어, 이런 말을 하셨어요. 이 말을 들은 사람들이라면 대리점장님과 지점장이 돈으로 엮여 있는 사이일 거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죠."

그가 묵묵부답하자 나는 단호하게 경고했다.

"서로 돈거래는 없다고 했는데 그럼 각서를 쓰세요. (각서를 받고) 대리점장님을 위해 다시 한번 말씀드려요. 당장 오늘부터 C 대리점의 경영에 간섭하지 마세요. 그리고 지금 본인 건만 잘하세요. 자꾸 무리하게 확장하려고 하면 정말 이도 저도 못하게 됩니다."


"본인 일만 잘 하세요, 그러다 이도 저도 아니게 됩니다."
일주일 뒤 리베이트 발언으로 한바탕 큰 소동을 일으켰던 B 대리점의 교체 여부를 최종적으로 마무리 짓기 위해 지점장이 나에게 왔다. 지점장은 C 대리점을 교체하면서 발생된 여러 의혹의 당사자여서 그런지 풀이 죽어 있었다.

"B 대리점장은 교체 하겠습니다. 해당 대리점장도 수긍했습니다. 그런데…"

"말해 보세요."

"예. 그런데 그 대리점장이 <가>를 요청하였습니다. 먹고살게 해 달라는 얘기죠."

"곤란하네. 어쨌든 그분 요청을 들어주는 것은 우리가 뭔가 켕기는 게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 같아서 내키지 않아요. 잘못된 메시지를 주는 것 같거든요. 특히나 지점장이 오해를 받을 수 있습니다."

지점장은 체념한 듯 대답 없이 가만히 앉아 있는데 그 모양을 보니 '오죽하면 저럴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한편으로는 '내가 너무 가혹한가? <가>는 별문제가 되지도 않는다. 그렇다면 단지 오해를 받는 것이 무서워서 오랫동안 한솥밥을 먹은 사람에게 너무 박하게 하면 안 되지' 라는 동정심도 들었다.

"사실 난 <가>도 해 주기 싫습니다. 하지만 지점장이 무슨 합당한 이유가 있으니 이런 의견을 제시하는 거겠죠. OK 하겠습니다. 사사로운 감정보다 적절한 업무처리가 더 중요하죠."

"감사합니다."

"아, 그건 그렇고 C 대리점은 지금 어떤가요?"

"상황은 좋지 않습니다. 인원 충원이 잘 안되고 있고 행정 처리 능력도 아직은 떨어집니다. 하지만 대리점장이 열정을 갖고 운영을 하고 있어서 지점 차원에서 좀 더 지원하면 조만간 정상궤도에 오를 것으로 판단됩니다."

"어디 두고 봅시다. 본인 요청대로 제대로 독립시켜 주었으니 알아서 하겠죠. 그럼 D 대리점장은요? C 대리점 간섭은 없지요?"

"예. 없습니다. 저도 면밀히 확인했는데 손을 완전히 떼었습니다. D 대리점장도 몸을 낮추고 자기 대리점 경영에만 집중하고 있고요. 제가 선의로 했던 일이 그렇게 되어 면목이 없습니다."

"아닙니다. 아주 큰 대형 사건이 터지나 했는데 잘 처리되어 다행이죠."

얼마 뒤 난 이 소동에 대해 다시 생각해 봤다. 지점장은 돈을 받았을까? D 대리점장은 돈을 줬을까? C 대리점장이 바지 사장으로 전락한 게 정말 속아서였을까? B 대리점장과 지점장과의 관계는 순수했을까? 사실 잘 모르겠다. 이제는 더 캐고 싶지도 않다. 무책임하다고? 그렇게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난 이 사건을 처리하면서 깨달은 것이 있다.

일단 언행 조심.
조직의 책임자를 의심의 눈초리로 보는 사람이 정말 많음을 항상 의식해야 한다는 것.


또 있다.

어떤 경우이든 나에게만 유리하도록 일을 처리하려는 사사로운 마음을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전부는 아니지만 사건사고 대부분은 응징, 처벌, 징계의 방법이 아니라 화해, 조정, 치유의 방법으로 관련자 모두를 다치지 않게 하면서 회사가 정해놓은 기준선에서 아무도 이탈하지 않게 할 수 있다. 그래야 회사도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내 직장생활도 오래 갈 수 있다.
-끝-

인잇 필진 네임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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